시민단체 "불관용 원칙으로 처벌 필요"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당시 실행된 국가정보원(국정원) 사찰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가가 나선 불법행위에는 '불관용'의 원칙으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정원 개혁을 원하는 시민단체 국정원감시네트워크와 내놔라 내파일 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은 3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국정원 불법사찰 정보공개 진상규명을 위한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이들은 불법사찰을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이에게는 공소시효 적용을 배제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민행동의 법률팀장인 김남주 변호사는 국정원 사찰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는 특별법 제정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김 변호사는 "국정원 자체 진상규명만으로는 부족하다. 사찰정보 봉인, 폐기, 피해자 구제 문제 등은 관련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비롯해 일부 사찰 관련자가 처벌되고 있지만 4대강 사업 반대활동 단체들이 고소한 사건은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됐다"며 "사찰 관련자를 처벌하기 위해 공소시효를 연장해 철저히 처벌해야 한다. (특별법이 시행된다면) 공소시효 미완성 범죄는 진상조사위원회 활동 기간 동안 공소시효를 정지해야 한다"고 했다.
시민행동 상임대표를 맡은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은 "국가 범죄에 공소시효를 주장하면 안 된다는 게 국제인권법의 확립된 법리"라며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되 다만 진실규명에 협력하는 사람은 형을 정지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다만 국정원장이나 대통령, 정무직 지도급 인사는 불관용 원칙으로 공소시효 적용을 배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윤태 우석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국정원 개혁위원회를 만들었지만 개혁을 못 했다. 개인 사찰 내용 하나 제대로 받지 못하는 현실"이라며 "국가 중대 범죄는 소멸시효를 인정하지 않는 추세다. 이것을 주도하거나 지시·보고한 사람은 공소시효 없이 끝까지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정보공개에 소극적인 박지원 국정원장과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정원은 문건 제목 특정을 요구하면서 극소수 문건만 공개하고 있다. 공개된 문건 역시 제3자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대부분 비공개 처리됐다.
불법사찰 피해자인 이준동 나우필름 대표는 "국정원은 외부세력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데 사찰 대상으로 삼았다. 국정원 개혁 제1의 과제인데 박지원 국정원장은 뭘 하는지 모르겠다"며 "문재인 대통령도 국정원을 개혁하라고 박지원 국정원장을 임명했을 텐데 왜 가만 놔두는가"라고 물었다.
강성국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활동가는 "박지원 국정원장은 불법사찰정보 이슈가 정쟁 수단이 되는 것이 유감이라면서도 이명박 정부 시기 사찰의 정확한 규모와 진상규명을 위한 최소한 정보공개와 절차 마련 노력도 하지 않는다"며 "왜 사찰정보와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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