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3년 전 정보공개청구…정치공세 아냐"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국정원)이 정치인 등 1000여 명을 전방위 사찰한 사실이 드러나자 피해자들이 사찰정보 전면 공개를 요구했다.
시민단체 '내놔라 내파일 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은 18일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 자리에는 사찰 피해자인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과 김진애 열린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환경운동연합 김종원 활동가 등이 참석했다.
김종원 활동가는 "공개자료에 따르면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이들을 반정부·좌편향 인사라고 규정했다. 후원금 모금을 차단하고, 비판 여론을 조성하는 등 국가권력이 민간인을 대상으로 자행했다고는 믿기 힘든 수준"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를 겨냥한 '정치공세'라는 일각의 주장에는 선을 그었다. 2017년부터 정보공개청구 운동을 해왔는데 재보선까지 예상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시민행동의 상임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곽노현 전 교육감은 "시민행동이 불법사찰 파일 문제를 공식 제기한 게 3년 전 일인데 국회 정보위는 이번에 처음으로 이 주제를 다뤘다"며 "3년 전에 마땅히 불법사찰 파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논의했어야 했다. 만시지탄"이라고 지적했다.
곽 전 교육감은 "과거 청산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예비후보 때문에 치열한 정쟁의 대상이 됐는데 후보에 대한 알권리는 더욱 중요하다"며 "사찰이 있었는지 사실 확인일 뿐 가치 평가나 정치적 투쟁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국정원의 소극적인 정보 공개 방식도 규탄했다. 시민행동에 따르면 국정원은 문건 제목 특정을 요구하면서 극소수의 문건만 공개하고 있다. 공개된 문건 역시 제3자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대부분 비공개 처리된 상황이다.
박지원 국정원장은 16일 국회 정보위에 출석해 '국정원 흑역사 진상규명 특별법'을 제정하면 정보공개를 전면적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민행동은 특별법 제정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며 국정원이 먼저 전모를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곽 전 교육감은 "정보공개 신청할때 언제, 어디서, 어떤 활동을 사찰당했는지 특정하라는 것인데 말이 되는가"라며 "국정원은 불법사찰의 전모를 밝혀야 한다. 특별법이 있어야 밝히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국회의원 사찰 피해자도 참석했다.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진애 열린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18대 국회에서 4대강 사업 저격수로 활동해 MB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며 "이번 내놔라 운동을 통해 알게된 것은 단순 4대강이 아니라 여야의 정치적 정적까지 사찰했다는 것이다. 전국민에게 알려서 다시는 이런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국정원은 개혁발전위원회 활동 결과 이명박 정부 시절 사찰 활동을 밝혀냈다. 피해자들은 사찰 정보를 공개하라고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 이에 곽노현 전 교육감과 명진스님 등은 국정원을 상대로 정보공개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국정원에 정보공개 거부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이후 국정원은 사찰 피해자들에게 문건 일부를 공개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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