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사진·공인중개사 증언 근거로 홍신학원 배임 무혐의
[더팩트ㅣ김세정·송주원 기자] 검찰이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과 자녀 의혹 관련 고발 13건을 모두 불기소 처분한 가운데 딸 김 모 씨의 대학 성적이 Dº에서 A+로 성적이 대폭 정정된 의혹에 대해 학칙상 강사의 재량으로 인정해 무혐의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신학원 배임 의혹 무혐의는 공인중개사 증언과 위성사진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팩트>는 1일 검찰의 나 전 의원 불기소결정서를 단독 입수한 뒤 관련 내용을 법조계 전문가와 함께 분석, 이 같은 무혐의 처분 배경을 확인했다. 결정서에 따르면 딸 김 씨가 성신여대 재학 기간에 장애학생 절대평가에 따라 성적이 정정된 것은 총 10회다. 2014학년도 2학기에 수강한 한 과목은 Dº에서 A+로 수정됐는데 검찰은 학칙상 인정되는 교수·강사의 재량이라고 봤다.
검찰은 "김 씨의 경우 Dº에서 A+로 변경된 사례 등 변경 편차가 비교적 큰 과목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장애학생의 특수성과 이를 고려해 학칙상 인정되는 교·강사의 재량을 고려하면 부당한 성적 변경의 근거로 단정하기 어렵다"며 "성신여대 학칙·학사 규정은 장애학생 성적 평가에 상대평가 예외를 인정하고 그에 따른 성적 향상 범위 및 성적 산정 근거에 별도의 제한이 없어 교·강사의 재량을 인정한다"고 결정서에 명시했다.
김 씨 외에도 장애학생 4명이 성적 정정을 받은 점 등을 볼 때도 김씨의 성적이 조작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냈다.
나 전 의원을 고발한 시민단체는 김 씨의 성적 정정 절차도 문제 삼았는데 검찰은 "장애학생 절대 평가 시행 초기에 성적 변경의 세부절차나 제도가 정립되지 않았다"며 증거 불충분으로 판단했다. 결정서에 따르면 2013학년도 2학기, 2014학년도 2학기에 각각 김 씨가 수강한 두 과목은 학과 명의의 이메일로 성적 변경이 요청됐다. 고발단체는 이 과정에서 교·강사의 의사가 배제됐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검찰은 "당시 강사는 모두 제3자의 요구나 외압 없이 자신의 판단하에 성적을 변경해 준 것이라고 진술한다. 장애학생 절대평가 시행 초기(2013~2014년)경 위와 같은 세부 절차나 제도가 정립되지 않아 어떤 경로로든 교·강사의 의사가 전달되면 학사지원팀이 성적을 정정했던 것으로 확인된다"며 "교·강사의 요청서 없이도 다양한 방법으로 교·강사의 의사 확인이 이뤄진 것으로 보이므로 학과 명의 이메일로 성적변경 요청이 됐다는 점만으로는 부당한 성적 조작이나 개입이 있었다고 단정이 어렵다"고 불기소했다.
이에 대해 A 변호사는 "당시 절차나 제도가 없어서 어쩔 수 없다는 식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장애학생이더라도 최소한 강사나 교수가 왜 성적 정정을 요청하는지 정도의 근거는 남아있어야 하는 게 상식인데 납득이 잘 안 된다"고 말했다.
B 변호사는 "다른 장애인 학생도 이런 수준으로 성적이 정정됐는지 김씨의 경우만 특별히 D0에서 A+로 상향됐는지 알 수가 없다"며 "성적 부분은 상당히 엄밀히 따져봐야 하는데 몇가지 형식적 이유로 쉽게 판단한 느낌이 든다"고 했다.
나 전 의원의 부친이 설립한 사학법인 홍신학원 관련 배임 의혹 사건도 혐의없음 처분했다. 2019년 서울시교육청 국정감사에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홍신학원이 같은 법인 소속이 아닌 홍신유치원에 주변 시세 대비 약 25%의 헐값에 임대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홍신유치원은 나 전 의원의 동생이 운영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나 전 의원과 나 전 의원의 부친·동생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홍신유치원의 위성사진과 주변 공인중개사의 의견 등을 종합해 주변 시세보다 낮은 곳이 맞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홍신유치원에 대한 위성사진을 보면 건물은 인근 우장산역과 400m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도로에서 바로 출입이 불가능한 형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근 공인중개사도 주변 지역 특성상 학생 외 유동인구가 많지 않아 우장산역 인근 상가와 비교할 때 통상 임대료는 1/5 정도 수준에 불과하고, 독서실 정도 외에는 임차 대상을 찾기 어렵다는 취지로 설명한다"고 했다. 또 2007년 최초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에는 월 임대료가 374만원이었지만 2018년 12월 계약 갱신 당시에는 600만원에 이르렀다는 점 등을 종합해 혐의가 없다고 봤다.
이에 대해 일부 법률가들은 공신력있는 전문기관이 아닌 공인중개사 증언과 위성사진을 근거로 당시 임대료가 적정하다고 판단한 것은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A 변호사는 "공인중개사 이야기로 불기소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다. 제대로 상가 임대료 감정을 하든지 아니면 주변에 비교 가능한 유치원이나 상가 등 복수의 시장조사를 한다든지 객관적 자료가 있어야 한다"며 "임대료의 적정성을 따질 때는 어느 정도 이익을 보고 있는지가 나와야 하는데 결정서에는 공인중개사 이야기와 위성사진밖에 없어서 적정 임대료가 얼마인지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C 변호사는 "이런 사건은 기본적으로 실거래가 조회나 정부의 토지 공시지가, 실제 매매가격 등을 다 확인한다. 부동산업자 한 사람에게 물어봤다는 경우는 드물다. 임대료는 부동산업자의 말이나 위성사진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불기소결정서 만으로는 실제 업무상 배임인지 아닌지 판단할 정도로 충분히 수사가 됐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스페셜올림픽코리아(SOK)에 지인 자녀를 특별채용한 의혹도 무혐의 처분했다. 2013년 나 전 의원 지인 자녀 D 씨는 나 전 의원이 회장으로 재직하던 사단법인 스페셜올림픽코리아(SOK)에 채용됐다. SOK는 그해 11월 27일 D 씨에게 입사지원 의사를 타진해 다음 날에는 영어면접, 그 다음 날에는 임원면접을 보고 12월 2일 채용했다. 문제는 D 씨 외에 정식 채용절차에 지원한 지원자가 여러 명 있었다는 점이다.
SOK는 11월 13일 채용공고를 냈고 서류전형을 거쳐 27일 E 씨 등 3명을 1차로 선발했다. 같은 날 D 씨에게도 별도로 입사지원 의사를 타진했다. 29일에는 3명에 대한 임원면접을 실시했다. D 씨와 같은 면접 날짜였다. SOK 측은 E 씨가 대기업에 합격해 임원면접 당일에 입사 포기 의사를 밝혀 D 씨를 채용했다고 밝혔다. 또 처우가 열악해 지원자가 자주 입사를 포기하고, 이직도 잦아 공개채용과 특별채용을 병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나 전 의원을 고발한 단체는 공개채용에서 차점자를 뽑아야 했는데도 SOK가 D 씨를 선발하기 위해 부정채용을 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공개채용 절차 중 D 씨에 대한 채용 절차를 병행한 사실은 인정된다. 고발인은 별도 채용 절차로 채용한 것은 부정채용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채용공고문에 '적격자가 없을 경우 선발자가 없을 수 있다'고 기재됐다"고 무혐의 근거를 밝혔다.
C 변호사는 "채용 의혹의 기본 수사 원칙은 기관이 채용을 절차에 맞게 진행했는지 먼저 살피는 것"이라며 "회사 채용규정에서 공개채용에 적격자가 없으면 특채로 선발할 수 있다는 등의 규정이 따로 없었다면 공채의 다른 차점자를 뽑는 것이 당연하다. 이 사안을 불기소할 수는 있으나 이렇게 불기소한 것은 다소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한 법조계 인사는 "왜 특별채용 절차를 진행했는지 확실한 설명이 필요했다. 공개채용 절차 2등과 D 씨의 우열을 판단했을 텐데 관련 인사채용 평가 의결서가 있는지 확인할 필요는 있었다고 본다"고 했다.
이에 앞서 나 전 의원 의혹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이병석 부장검사)는 딸의 대학 성정 정정 의혹과 조직위·SOK 재단의 예산집행 관련 비리 혐의는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SOK 회장 재직 시 지인 자녀를 부정 채용했다는 의혹도 무혐의로 종결했다. 딸의 대학 입학 관련 의혹과 조직위 비서 채용, 스페셜올림픽 개·폐막식 예술감독 선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은 공소시효가 지나 공소권 없음 처분했다.
아들 김모 씨 관련 4건의 고발사건 중 포스터 1저자 등재 관련 혐의는 무혐의 처분했다. 4저자 등재 포스터의 외국학회 제출 및 외국대학 입학과 관련된 혐의는 시한부 기소중지했다. 이로써 시민단체가 나 전 의원을 고발한 13건의 사건은 지난해 말 모두 불기소 처분됐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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