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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이슈] 4번 구속 기로…실형-집유-파기환송-실형 '롤러코스터'

  • 사회 | 2021-01-18 16:4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이재용 부회장 징역 2년6월에 법정구속…'승부수' 준법감시위 힘 못 써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2017년 2월 재판에 넘겨진 이 부회장의 4년은 말 그대로 '구속과의 전쟁'이었다. 특별검사의 두 차례에 걸친 사전 구속영장 청구 끝에 구속됐고, 2심의 집행유예 선고로 풀려난 뒤에도 재판부 주문대로 사내 준법 감시 조직을 꾸렸다. 그러나 마지막 카드였던 준법감시제도로 효과를 보지 못 하고 법정에서 구속됐다.

◆국정농단 '피해자'에서 '피의자'로

이 부회장은 2016년 하반기 박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지면서 검찰 수사 대상이 됐다.

최 씨는 실소유한 미르·K스포츠재단을 통해 774억 원의 뇌물을 대기업에 건네받았는데, 이 중 4분의 1이 삼성그룹이 건넨 돈이라는 의혹이 떠올랐다.

수사 과정부터 이 부회장 측은 박 전 대통령의 압박에 어쩔 수 없이 최 씨의 재단 등에 뇌물을 건넸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또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관계도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국정농단 사태 연루자가 아닌 '피해자'라는 논리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을 조사하던 특검은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정권에 적극적으로 뇌물을 공여했다고 결론지었다. 피해자에서 피의자로 처지가 바뀐 이 부회장은 2017년 1월 첫 구속 갈림길에 섰다. 특검이 이 부회장에 대해 뇌물 공여, 제3자뇌물 공여, 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 국회증언감정법상 위증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다.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면서 특검 수사에 제동이 걸리기는 했지만, 3주 동안 보강 수사를 벌인 특검은 최 씨의 딸 정유라 씨에게 삼성이 명마 3마리를 지원한 단서를 포착했다.

말 3마리가 정 씨에게 건너간 시기는 2016년 10월 이후로 국정농단 사태가 이미 불거진 뒤였다. 사태가 터진 뒤에도 뇌물을 지원한 사실은 '정권 압박으로 어쩔 수 없이 뇌물을 건넸다', '박 전 대통령과 최 씨 사이를 알지 못한다'는 등의 이 부회장 측 논리를 무너뜨렸다. 2017년 2월 특검은 두 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새롭게 구성된 범죄혐의 사실 등을 종합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영장을 발부했고 이 부회장은 구속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7년 1월 박영수 특별검사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들어서고 있다. /더팩트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7년 1월 박영수 특별검사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들어서고 있다. /더팩트DB

◆정유라에 건넨 말 3마리에 울고 웃은 재판

수사에 급물살을 탄 특검은 이 부회장이 구속된 지 약 열흘 만에 구속기소 했다. 2017년 4월 정식 공판 절차에 돌입하며 이 부회장은 법정에 직접 출석했다. 4년 동안의 치열한 법정 공방 막이 오르는 순간이었다.

이 부회장의 공판은 다른 국정농단 사건과 마찬가지로 핵심 증인의 증언에 큰 관심이 쏠렸다. 사태의 정점에 서 있는 박 전 대통령은 구인영장 발부에도 증인신문을 거부해 특검 진술 조서로 증언을 대신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출석을 거부하던 정 씨는 입장을 뒤집고 1심 재판 막바지에 증인으로 나와 어머니 최 씨마저 당황하게 만든 일도 있었다. 정 씨는 '삼성에서 받은 말', '말 세탁(말 3마리를 새로 받은 일) 전날 삼성 사람들을 만났다.' 등 이 부회장은 물론 어머니 최 씨에게도 불리한 증언을 쏟아냈다.

2017년 8월 1심은 89억여 원의 뇌물 등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실형이 선고되며 이 부회장의 구속은 유지됐다.

1심 실형 선고 6개월 뒤 이 부회장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며 풀려났다. 구속 353일 만의 석방이었다. 2018년 2월 2심은 삼성이 정 씨에게 건넨 것으로 지목된 말 세 마리의 소유권이 완전히 넘어가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뇌물공여·횡령액을 각각 36억 원가량만 인정하고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했다.

이 부회장의 구속 여부가 재점화된 건 2019년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 때다. 전원합의체는 34억 원대 말 세 마리와 영재센터 지원금 16억여 원도 뇌물로 인정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 했다. 대법 판결 취지에 따르면 뇌물·횡령 인정 액수가 각각 50억여 원 늘어난 상태라 파기환송심에서는 항소심보다 무거운 형량, 즉 실형이 선고될 것으로 점쳐졌다.

◆법정구속 갈림길, 준법감시위 힘 못 썼다

다퉈야 할 혐의 액수가 늘어나면서 법정구속 갈림길에 선 이 부회장 측은 파기환송심에서 '감형 요소'에 주력했다.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부장판사) 역시 기업 총수 범죄 예방을 위한 준법 감시제도 신설을 권고했다. 제도의 실효성과 지속가능성을 따져 양형 요건 중 '범행 후의 진지한 반성'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겠다는 설명이다. 이에 삼성은 지난해 2월 준법감시위원회를 꾸렸다.

특검은 이런 재판부의 권고는 집행유예를 선고하겠다는 예단을 드러낸 것이라며 법관 기피 신청을 냈다. 그러나 대법원은 특검 측 기피 신청을 최종 기각했고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은 9개월 만에 재개됐다.

다시 열린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특검과 이 부회장 측은 준법감시위의 실효성·지속가능성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재판부는 준법감시위 실효성 등을 평가하기 위해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재판부 추천), 홍순탁 회계사(특검 측 추천), 김경수 변호사(이 부회장 측 추천) 3명을 전문심리위원으로 지정하고 준법감시위를 평가한 내용을 법정에서 들었다.

이 부회장이 추천한 김 변호사는 준법감시위가 실효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이에 쏠린 국민적 관심을 고려할 때 최고 경영진에게 영향을 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준법감시위가 지금처럼 활동한다면 지속가능성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특검이 추천한 홍 회계사는 실효성과 지속가능성 모두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재판부가 중요시한 총수 범죄 재발 방지 측면을 따져 보면 최고경영진에 대한 제도 작동이 어렵고 삼성물산 합병 의혹에 관한 사실관계조차 파악하고 있지 않은 등 한계가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재판부 추천의 강 전 재판관 역시 위원들의 의지와 여론의 관심에 비춰 긍정적인 전망을 했지만, 최고경영진 범죄 예방 측면에 대해서는 "앞으로 발생 가능한 최고경영진의 위법 행위 관련 위험을 정리하고 감시·감독 체제를 구축하는 데는 이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부장판사) 역시 기업 총수 범죄 예방을 위한 준법 감시제도 신설을 권고했다. 이에 삼성은 지난해 2월 준법감시위원회를 꾸렸다. /이덕인 기자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부장판사) 역시 기업 총수 범죄 예방을 위한 준법 감시제도 신설을 권고했다. 이에 삼성은 지난해 2월 준법감시위원회를 꾸렸다. /이덕인 기자

강 전 재판관과 홍 회계사가 지적한 준법감시위 한계점은 이 부회장의 발목을 잡았다. 18일 재판부는 이 부회장의 선고 공판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승부수였던 준법감시위에 대해서는 "준법감시위 역시 실효성 기준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렵다. 앞으로 발생 가능한 새로운 행동에 대한 선제적 감시 활동까지는 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실효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이상 이 사건에서 양형 조건으로 참작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라고 했다.

한편 이 부회장은 파기환송심 재판 중 삼성물산 합병 의혹과 관련해서도 기소됐다. 지난해 9월 특검은 이 부회장을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앞서 특검은 이 사안으로 이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구속 필요성 소명이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이 사건은 이달 중 첫 재판이 열릴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미뤄졌다.

4년 동안 총 세 차례 구속 기로에 섰던 이 부회장은 네번째 갈림길이던 이날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서 결국 법정구속을 피하지 못 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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