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인사 할 수 있도록 준비"…검찰개혁 동참 당부도
[더팩트ㅣ박나영 기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이례적으로 서울고등검찰청사에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을 꾸리면서 앞선 장관들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임기 내내 검찰과 대립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다른 접근법으로 검찰개혁을 마무리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박 후보자는 지난달 31일과 4일 이틀간 출근길에 서울고검 내 검찰 기자실에 들러 법무부 장관에 임하는 소감을 밝혔다. 첫날은 준비단 사무실을 이곳에 꾸리게 된 이유를 밝혔고, 둘째날은 검사들에게 검찰개혁에 동참해달라는 당부를 전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31일 첫 출근길에 기자실에 들러 서울고검에 준비단 사무실을 마련한 이유에 대해 "여의도에는 민심이 있고, 서초동에는 법심이 있다. '민심에 부응하되 법심도 경청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검찰청에 사무실을 정했다"라고 밝혔다. 검사와 극한대치를 거듭한 추 장관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추 장관은 지금까지 서초동 검찰청사에 딱 한 번 방문했다. 지난 2월 서울고검청사 내 법무부 대변인실인 '의정관' 개소 행사 참석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당시 윤석열 총장과도 30분간 면담했지만 그뒤론 마주친 적이 없다.
이날 오후 두번째 출근길에는 기자들에게 "문재인 대통령께서 저를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한 이유는 검찰개혁의 마무리 투수가 돼달라는 뜻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상기 장관, 조국 장관, 현 추미애 장관님에 이르기까지 검찰개혁과 관련된 제도 개선이 많이 진전됐다. 공수처 출범을 목전에 두고 있고 수사권 개혁, 형사공판 중심의 조직개편, 인권 친화적인 수사를 위한 환경도 갖춰졌다"며 "이제는 우리 검사들이 검찰개혁에 동참해달라는 간곡한 말씀 드리는 것이 두번쨰 이야기"라고 했다.
박 후보자는 "검찰청법상 검사동일체 원칙은 개정됐으나 여전히 상명하복의 검찰 특유의 조직문화가 있다"며 "검사들이 준사법기관로서 대우를 요구하려면 외부와 소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으뜸은 인권이다. 검사들, 사회 구성원이 얘기하는 정의가 모두 다르다. 보편 타당한 공정의 정의를 검사들께 말씀드리고 싶다"며 "이 화두를 가지고 검사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했다.
검사를 개혁의 대상이 아닌 함께 개혁을 이뤄나갈 동반자로 언급하며 "간곡한 말씀을 드린다"고 당부한 것 또한 검찰을 향해 날을 세우던 추 장관과 정반대 행보라는 분석이다.
박 후보자는 이날 "이곳 서초동을 중심으로 검심(檢心)만 있는 것이 아니라 법원, 많은 로펌들이 있다. 또 법조 기자분들도 계시다. 그 법심을 경청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검사 뿐 아니라 검찰 출입 기자들과도 신경전을 벌였던 추 장관과 다른 모습이다. 추 장관은 취임 후 기자실에 들른 일은 지난해 11월 윤석열 총장 직무정지와 징계 청구를 알리는 기자회견 때 뿐이었다.
박 후보자는 다음달 초 예정돼 있는 검찰 인사도 검사들과 합의점을 찾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중간간부, 검사장 인사에 관한 질문에 그는 "검사들에 대한 인사권자는 대통령이시고, 법무부 장관은 제청권자다. 검찰총장과 (인사를) 협의하도록 돼 있다"며 "제게 장관 임명이라는 감사한 일이 생기면 정말로 좋은 인사를 할 수 있도록 준비에 준비를 하겠다"고 했다.
추 장관은 지난해 초 첫 검찰 인사를 단행하면서 대검에 '의견을 보내달라' 요청했고 윤석열 검찰총장이 '법무부가 먼저 검사 인사안을 보내달라'며 맞서면서 신경전을 벌였다. 이후 인사위원회가 열리기 30분 전 윤 총장을 호출했고 검찰은 윤 총장의 의견청취 절차를 형식적으로 갖추기 위한 요식행위라고 반발하며 갈등이 증폭된 바 있다.
박 후보자는 다소 '다혈질'이지만 판사 출신 답게 합리적인 논리를 중시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석열 총장과도 사법연수원 동기로서 접점도 있다. 검찰개혁도 '시즌1'은 정리 단계이고 윤 총장의 임기도 실질적으로 4개월여 밖에 남지않아 추미애 장관처럼 '치킨게임'을 벌일 이유는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bohen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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