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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초점] '검언유착' 불씨, 중징계로 번져…秋·尹, 숨 가빴던 대립

  • 사회 | 2020-12-16 06:15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여부를 결정할 법무부 검사 징계위원회가 밤샘 논의 끝에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내리기로 의결했다. /더팩트 DB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여부를 결정할 법무부 검사 징계위원회가 밤샘 논의 끝에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내리기로 의결했다. /더팩트 DB

수사지휘권 발동부터 정직 2개월까지 연일 '신경전'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법무부 검사 징계위원회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내리기로 의결했다. 윤 총장 측은 징계위 결정에 불복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 사이의 갈등도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의 대립은 지난 7월 채널A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서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것을 계기로 본격화됐다.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중단하고 수사팀의 수사독립성을 보장하라는 지시였다. 윤 총장이 지휘를 수용하면서 갈등은 봉합되는 듯 했으나 약 세달 후 편지 한 통으로 둘의 갈등은 폭발했다.

지난 10월16일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핵심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은 한 언론사에 자필 편지를 보냈다. 편지에서 김 전 회장은 현직 검사에게 술접대를 했다거나 검찰이 여야 정치인에 대해 선택적 수사를 했다는 등 각종 의혹을 폭로했다. 법조계와 정치권은 김 전 회장의 폭로에 술렁였다.

추미애 장관은 김봉현 전 회장의 옥중서신을 기폭제로 윤 총장과 검찰에 대한 공세에 돌입했다. 법무부는 자체 진상조사 결과 실제 현직 검사에 대한 룸살롱 접대가 이뤄졌고, 검찰이 여야 정치인을 두고 편파적인 수사를 했다는 등 일부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추 장관은 10월19일 윤 총장에게 라임 로비 의혹 사건과 가족 비리 의혹 사건에서 손을 떼라는 내용의 두 번째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둘의 갈등이 정점으로 치달은 시점은 바로 국정감사다. 10월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출석한 윤석열 총장은 "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등 폭탄 발언을 이어나갔다. 추 장관도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그는 같은 날 '검사 비위 은폐 의혹'과 '수사 뭉개기' 논란과 관련해 윤 총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

이후 국정감사에 출석한 추 장관은 윤 총장에 대한 1차 감찰 지시에 이어 윤 총장에 대한 전방위 감찰을 예고했다. 추 장관은 "총장에 대한 지휘나 감독권이 있다"고 못 박으며 '옵티머스 수사 무혐의 의혹' '언론사 사주와의 만남' 등 각종 의혹을 파헤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감찰은 쉽지 않았다. 법무부는 11월16일 윤 총장 비서에게 대면조사를 위한 일정 조정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다음날 법무부는 평검사 2명을 보내 방문조사 에정서를 전달하려 했으나 대검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무부는 윤 총장에 대한 조사를 계속 시도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두 사람의 신경전은 지난 7월 채널A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서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것을 계기로 본격화됐다. /남용희 기자
두 사람의 신경전은 지난 7월 채널A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서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것을 계기로 본격화됐다. /남용희 기자

11월24일. 추미애 장관은 오후 6시 긴급 브리핑을 공지했다. 상기된 표정으로 기자실을 찾은 추 장관은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청구하고 직무배제를 명령했다.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였다.

추 장관이 제기한 윤 총장의 비위 혐의는 총 6가지였다.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접촉 △조국 전 장관 사건 등 주요사건 재판부 불법사찰 △채널A 사건·한명숙 전 총리 사건 관련 감찰·수사방해 △채널A 사건 감찰 관련 정보 유출 △대면조사 협조 의무 위반·감찰방해 △정치적 중립에 관한 검찰총장으로서의 위엄·신망 손상 등이었다. 기존에 드러난 의혹 외에 '판사 불법사찰 의혹'이 처음 공개된 것이다.

판사 사찰 논란은 큰 쟁점으로 떠올랐다. 브리핑 다음 날인 25일 대검찰청 감찰부는 사찰 의혹과 관련해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을 압수수색했다. 추 장관은 추가적인 불법사찰이 있었는지 거듭 감찰을 지시했다. 윤 총장은 검사 출신 이완규 변호사를 특별변호인으로 선임하고, 직무정지 조치를 취소해달라며 서울행정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26일 직무정지 처분 취소 소송도 제기했다.

윤 총장은 재판부 사찰 문건을 두고 법무부가 대검에 수사의뢰를 하자 "일회성으로 작성한 공소유지 참고용 자료"라고 반박하며 문건 일부를 공개해 정면돌파에 나섰다. 그러나 의도와 달리 문건에는 실제 판사에 대한 개인적인 정보가 포함된 것이 확인돼 논란이 더 확산됐다.

추 장관도 '검란'에 위기를 맞았다. 이른바 '사찰 문건' 작성자인 검사 당사자가 반박에 나서자 일선 검사들까지 가세했다. 검사들은 검찰 내부 통신망에서 게시물을 올리며 추 장관을 성토했다. 이른바 인터넷상의 '검란'이 시작된 것이다. 추 장관은 검사들의 항의에도 윤 총장 징계를 강행하고 12월2일 예정된 검사 징계위에 출석하라고 최종 통보했다.

징계위를 앞두고 30일 서울행정법원은 윤 총장이 신청한 집행정지 사건의 심문을 진행했다. 추 장관에 대한 검사들의 저항은 더 거세졌다. '추미애 라인'으로 알려졌던 조남관 검찰총장 권한대행까지 직무집행 정지를 거둬달라고 요청했다. 검사 출신의 고기영 법무부 차관도 "일련의 사태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의를 표명하기에 이른다.

12월 1일 징계 국면은 전환점을 맞았다. 서울행정법원이 윤 총장의 효력 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한 것이다. 다만 '사찰 의혹' 등 비위 혐의에 대한 판단은 유보했다. 법무부 감찰위원회도 추 장관의 직무배제 조치는 부적정하다는 결론을 냈다. 승기를 잡은 윤 총장은 7일 만에 업무에 바로 복귀했다.한발 물러선 법무부는 윤 총장 측의 징계위 기일변경 신청을 받아들이고, 4일로 한 차례 회의를 연기했다. 추 장관에게는 고비였다.

윤 총장은
윤 총장은 "직무집행 정지 사유가 없다"며 크게 반발했다. 특히 재판부 사찰 문건을 두고 법무부가 대검에 수사의뢰를 하자 윤 총장 측은 "문건은 일회성으로 작성됐고, 참고용 자료"라고 반박했다./임세준 기자

고기영 차관의 공석에는 판사 출신의 이용구 변호사가 임명됐다. 이 차관은 징계청구권자로서 징계위에서 빠지는 추미애 장관을 대체할 인물이었다.

10일로 한차례 더 연기된 징계위를 앞두고 윤 총장 측은 징계위 절차의 부당성을 집중 공격했다. 징계위도 일반 형사소송 재판과 같아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와 해임을 법무부 장관이 구성한 징계위에서 의결하는 것은 '공정성'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윤 총장 측은 징계위 지연을 위해 헌법소원까지 냈지만 추 장관도 굽히지 않고 집행정지를 일부 인용한 법원의 결정에 불복해 항고장을 제출했다.

징계위를 이틀 앞둔 8일 조남관 차장은 '판사 사찰' 의혹과 관련해 수사의뢰한 사건을 이례적으로 서울중앙지검이 아닌 서울고검에 배당했다. 법무부와 추 장관에 대한 반격인 셈이었다. 법무부는 징계위원 명단을 거듭 요청하는 윤 총장 측의 요청을 끝내 거부했다.

10일 사상 초유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열렸다. 뚜껑을 연 징계위의 면면은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장과 안진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검찰 위원 2명은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과 신성식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었다.

윤 총장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친여권 성향이라는 이유 등으로 위원 5명 중 4명을 기피신청했다. 징계위는 윤 총장 측의 절차 지적에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했다. 9시간30분의 마라톤 심의를 마친 징계위는 15일 한 차례 더 징계위 심문을 열기로 했다. 윤 총장은 5일의 기간에도 비위 혐의에 대한 방어보다는 절차적 하자를 문제 삼았다. 예비위원을 지정해달라거나 변호인에게도 '증인 심문권'을 달라며 징계위에 대한 전방위 압박을 펼쳤다. 징계위는 방어권 보장을 위해 한발 물러서면서 심문권을 부여했다.

15일 오전 10시34분. 2차 징계위 회의가 시작됐다. 징계위에 불참한 윤 총장은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면서 지지자들에게 이례적으로 인사를 했다. 윤 총장은 관용차를 세우고 내려 "그동안 여러분들 아주 응원해주신 거 감사한 데 오늘부터 강추위가 시작되니까 이제 여기 나오지 마시라"며 "너무 날씨가 추워지니까 이제 그만하셔도 내가 마음으로 감사히 받겠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15일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열린 윤석열 검찰총장 2차 징계위원회의에 윤석열 측 변호인인 이완규 변호사와 이석웅 변호사(왼쪽)가 참석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15일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열린 윤석열 검찰총장 2차 징계위원회의에 윤석열 측 변호인인 이완규 변호사와 이석웅 변호사(왼쪽)가 참석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증인심문 절차가 끝나고 윤 총장 측은 최종 의견진술을 거부했다. 추가 기일 지정을 요청했지만 징계위가 당일 결론 방침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오후 8시20분경 법무부 청사를 나선 이완규 변호사는 '결론이 이미 정해져 있었던 게 아닌가'라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징계위는 밤샘 회의 끝에 오전 4시를 넘겨 윤 총장에 대해 정직 2개월의 처분을 낸다고 결론 내렸다. 회의 시작 약 17시간30분 만이었다.

정한중 위원장은 이날 법무부 청사를 나서면서 취재진에게 "해임부터 정직 6개월, 4개월 등 여러 논의가 있었다"며 "과반수가 될 때까지 계속 토론하다가 과반수가 되는 순간 피청구인에게 유리한 양정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용구 차관도 "위원회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고 결론 내렸다"며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징계위는 윤 총장의 6가지 혐의 중 재판부 불법사찰 의혹, 채널A 사건 관련 감찰 방해, 채널A 사건 관련 수사 방해,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등 4가지 혐의에 대해선 징계사유가 인정된다고 결정했다. 중앙일보와 조선일보 사주와의 부적절한 만남과 감찰 불응은 징계사유로 인정은 되지만, 삼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채널A 사건 감찰 관련 정보 유출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감찰방해는 증거 부족으로 무혐의 결정했다.

이날 징계위의 결정으로 윤 총장은 내년 2월 중순까지 직무가 정지된다. 직무 정지 기간 동안은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가 직무를 대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총장은 집행정지 신청 등으로 본격적인 법정 싸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추 장관도 징계위에서 윤 총장의 일부 혐의가 인정된 만큼 고삐를 더 죌 전망이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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