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실 내 수면실 없애기로…담당조직 일원화 등 근절대책 발표
[더팩트ㅣ이헌일 기자]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으로 홍역을 치른 서울시가 직장 내 성차별·성희롱 근절 대책을 내놓았다.
자치단체장의 성폭력 사건은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 조사를 의무화하고, 외부 기관 수사와 함께 내부 처리 절차를 동시에 진행하기로 했다. 시장실 내 수면실도 없앤다.
김은희 서울시 성차별·성희롱 근절 특별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10일 오후 2시 시청에서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하는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이 위원회는 올 8월7일 여성단체, 학계, 변호사 등 외부전문가 9명과 내부위원 6명 등 총 15명으로 출범한 뒤 시의 제도와 조직문화 등을 점검해 이번 대책을 수립했다.
먼저 자치단체장의 성희롱·성폭력 사건은 별도의 외부절차를 통해 조사·처리도록 제도화한다.
김 위원장은 "단체장에 의한 성희롱·성폭력 사건 발생 시 피해사실을 내부시스템에 신고하더라도 제대로 된 조사를 기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시 인사위원회를 통해서 징계를 하는 것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파악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으로는 사건을 인지하는 즉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이 여성가족부의 기관장 사건 전담 신고창구에 통지하고, 사건 내용에 따라 경찰이 수사하거나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하게 된다. 아울러 자치단체장의 사건 신고 접수 시 직무배제 요건 및 절차가 법적으로 마련될 수 있도록 관련 부처에 건의한다는 계획이다.
피해자가 외부 수사기관에 신고해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내부적으로 사건처리 절차를 진행한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시는 수사기관에 신고된 사건은 수사결과가 통보되기 전까지는 별도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며 "수사가 장기화될 경우 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보호조치를 취하기 어렵고, 형법상 무죄라 하더라도 성희롱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전 시장 의혹의 중심에 있었던 시장 비서실의 기능과 구조도 개선한다.
시장 비서실 직원도 일반 직원과 동일하게 희망전보 절차를 통해 선발하고, 성평등한 인력배치와 업무분장을 실시한다. 사회적 변화에 따라 시장실 내 수면실을 없애고 비서업무의 공적업무 분야를 명확히 하기 위해 '비서분야 업무지침'을 마련한다.
그동안 4개 부서로 흩어져 있던 관련 사건 대응 창구를 일원화한다.
기존에는 상담, 신고, 조사, 징계를 4개 부서에서 각각 처리해 피해자가 각 단계마다 다른 조직과 마주했고, 최종 징계까지 8~12개월이 소요됐다. 앞으로는 여성가족정책실 여성권익담당관으로 일원화해 신속히 처리하고, 피해자의 일상 복귀를 지원한다. 사건 접수부터 징계까지 3~4개월 이내에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2차 피해 예방을 위해 2차 피해에 대한 정의를 확대하고, 공무원 징계규칙 등에 2차 가해자에 대한 징계 규정을 명확히 한다. 아울러 2차 피해 처리절차를 성희롱·성폭력 사건처리 절차와 동일하게 운영한다.
또 신분노출을 우려해 내부 상담을 꺼리는 피해자를 위해 민간 성폭력 상담소 등 외부 전문기관을 지정해 피해자가 선택적으로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조직 내 세대별·성별 인식 격차 해소를 위해 5급 이하 직원들이 참여하는 서울시 성평등문화 혁신위원회를 상설 운영한다.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성인지 교육을 강화한다. 시장단 및 3급 이상 고위관리자는 맞춤형 특별교육을 실시하고, 상대적으로 관리가 미흡했던 별정직 및 임기제 공무원에 대한 교육이수 현황을 별도 관리한다. 특히 시장단 비서실 직원에 대해서는 성인지·성폭력 예방교육 100% 이수 의무제를 추진한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이번 대책으로 모든 문제점을 한 번에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부족한 부분은 지속적으로 보완하겠다"며 "이를 계기로 서울시가 성평등한 조직으로 거듭나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hone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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