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총장 측, 징계위 기일 재지정 신청 예정
[더팩트ㅣ박나영 기자] 법무부 후임 차관 인사가 속전속결로 진행되면서 4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심의위원회가 그대로 열릴 지 관심이 집중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밀어붙인 윤 총장의 징계 수순에 여러 변수가 생겼지만 징계를 강행하려는 의지에는 변화가 없어보인다. 윤 총장이 이번에는 기일 재지정 신청을 하면서 징계위가 한차례 더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법무부 차관에 판사 출신 이용구 변호사를 내정했다. 고기영 전 차관이 징계위 직전 사의를 표명한 후 이틀 만에 이뤄진 후임 인사다. 이를 두고 징계를 강행하려는 문 대통령의 의중을 비춘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지만 청와대 측은 정해진 절차에 따를 뿐 징계 과정에 거리를 두려는 정황도 보인다.
이 내정자는 20여년간 판사로 재직했다. 인천지법, 서울지법 판사를 거쳐 서울고법, 광주지접 부장판사 등을 역임했다. 최초의 비검사 출신 법무부 법무실장으로 2017년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재직했다. 추 장관의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단장을 맡았다. 우리법연구회 회원 출신으로 법조계 친여 성향으로 분류된다.
이 내정자는 징계위 위원장은 맡지 않지만 회의에는 참여할 예정이다. 검사징계법상 법무부 차관은 당연직 위원이다. 징계위원장은 민간 위원에게 맡길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징계위가 한 번에 끝나지 않고 몇 차례 열릴 수도 있다고 본다. 감찰위원회 의결과 직무정지 처분 집행정지 결정에서 일격을 당한 법무부도 숨고르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내정자는 징계 청구권자인 추 장관도 징계위에 참석할 수 없기 때문에 이후 위법 시비가 없도록 징계위를 현장에서 관리하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법무부가 밝힌 윤 총장의 비위 혐의는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접촉 △조국 전 장관 사건 등 주요사건 재판부 불법사찰 △채널A 사건 및 한명숙 전 총리 사건 관련 감찰방해 및 수사방해·감찰 관련 정보 유출 △대면조사 협조의무 위반 및 감찰방해 △정치적 중립에 관한 검찰총장으로서의 위엄과 신망 손상 등이다.
법무부는 특히 '판사 사찰 의혹'이 직무 집행정지를 명령할 만큼 중대한 혐의로 보고 있다. 앞서 법무부 감찰위원회가 절차상 중대한 흠결로 윤 총장에 대한 징계청구, 직무배제, 수사의뢰 처분 모두가 부적정하다고 권고하자, 법무부는 "충분히 참고하겠다"면서도 "적법한 절차에 따른 감찰 결과 징계 혐의가 인정돼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를 하게됐다"고 강조했다.
징계위 날짜가 한차례 더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 윤 총장을 대리하는 이완규 변호사는 이날 오후 기자들에게 입장문을 보내 "징계위 기일 재지정 신청서를 3일 오전 법무부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형사소송법에 맞춰 5일의 유예기간을 둔 기일을 다시 지정해달라는 주장이다.
이날 법무부로부터 징계위 기일이 오는 4일로 연기됐다는 변경 통지서를 받았는데 이는 절차상 규정을 위반한 통지라는 주장이다.
이 변호사는 "징계위는 재판과 동일한 규정이 적용되는데, 형사소송법상 첫번째 공판기일은 기일이 지정된 이후 5일 이상 유예기간을 둬야한다"며 "기일이 지정됐다가 변경된 경우에도 이 유예기간이 적용돼야한다"고 주장했다.
윤 총장은 지난 1일 법무부에 방어권 행사 준비가 필요하다며 징계위 기일 변경 신청서를 냈다. 법무부는 같은 날 "충분한 절차적 권리와 방어권 보장을 위해 윤 총장의 요청을 받아들인다"며 징계위를 오는 4일로 연기했다. 그러나 고 차관의 사임에 따른 기일 연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이미 감찰위로부터 '절차장 흠결'을 지적받은 상황에 법무부가 윤 총장의 신청을 무시하고 징계위를 강행할 경우 법조계 안팎으로 더 거센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
다만 윤 총장 측이 3일 오전에야 감찰기록을 처음 열람할 예정이라 시간이 촉박하고 법무부도 검사 몫 징계위원 2명 선정에 난항을 겪어 기일이 다시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
bohen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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