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감찰위 등 돌리고 차관도 사임 '3연타'…징계 강행 의지는 변함없는 듯
[더팩트ㅣ박나영 기자] 법무부 감찰위원회와 서울행정법원이 모두 윤석열 검찰총장의 손을 들어주고 징계위를 주도해야 할 차관마저 사임하면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궁지에 빠졌다. 검찰 내부 거센 반발은 물론이고 여론마저 기우는 최악의 상황에 놓였다. 예정대로 검사징계위원회를 통해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수순을 강행할 경우 거센 역풍도 예상된다.
1일 법원과 법무부 감찰위원회 모두 윤 총장의 주장을 받아들인 결정을 내렸다. 감찰위는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직무 배제·수사의뢰 등이 절차상 위법해 모두 부적정했다고 의결했고 법원이 직무정지 명령의 효력을 중단하면서 추 장관이 무리수를 뒀다는 여론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조미연 부장판사)는 이날 윤 총장이 직무 배제 명령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었다는 판단에 따라 해당 처분의 효력을 중단했다. 직무 배제 조치로 검사 직무를 더는 수행할 수 없게 됐는데, 이는 금전적 보상이 불가능한 손해이며 금전 보상으로 참고 견딜 수 없는 유·무형의 손해라는 판단이다.
또 하나의 집행정지 요건인 '긴급할 필요성'도 인정했는데, '직무 정지'가 사실상 해임· 정직 등 중징계 처분과 동일한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효력 정지를 구할 긴급성이 있다고 봤다. 법무부 측이 곧 개최될 검사징계위원회에서 윤 총장에 대한 징계처분을 내릴 예정이어서 소송의 이익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윤 총장 측이 주장한 검사의 정치적 중립성·독립성 주장도 받아들였다. 법무부 장관에게 맹종할 경우 검사들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유지될 수 없기에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감독권 행사가 최소한에 그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같은 맥락에서 윤 총장 측이 주장한 검찰총장 임기제의 취지를 존중해야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법무부 감찰위도 윤 총장 측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감찰위는 이날 "징계청구 사유에 대해 사전에 고지하지 않고 소명기회를 주지 않는 등 절차상 중대한 흠결로 윤 총장에 대한 징계청구, 직무배제, 수사의뢰 처분은 부적정하다"고 만장일치로 결론내렸다. 윤 총장 측은 감찰 절차에 위법성이 있고, 법무부가 감찰위 자문을 피하기 위해 규정을 바꾼 것은 의도가 불순하고 합리적이지 않다고 주장해왔다.
추 장관의 계획은 암초를 만났다. 법무부는 윤 총장의 방어권 행사를 위해 2일 열릴 예정이던 징계심의위원회를 오는 4일로 연기했다. 윤 총장이 이날 오후 방어권 행사 준비를 해야한다며 낸 기일 변경 신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법무부는 징계심의위 위원장도 새로 선임해야 한다. 당초 위원장직을 맡은 고기영 법무부 차관이 이날 오후 '최근 일련의 사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법무부 차관은 검사징계법상 법무부 검사징계위에 당연직 위원으로 참석하는데, 이번 징계심의위에서는 추 장관이 징계 청구권자로서 징계위원에서 빠지면서 고 차관이 위원장을 맡게된 상황이었다.
다만 추 장관이 여기서 멈출 기미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이미 호랑이 등에 올라탄 형국이다.
법무부는 감찰위 의결 직후 "향후 징계절차가 법과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과정에서 감찰위 권고사항을 충분히 참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법무부 장관은 (윤 총장에게) 여러 차례 소명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노력하는 등 적법한 절차에 따라 감찰이 진행됐고, 그 결과 징계 혐의가 인정돼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를 하게됐다"고 재차 주장했다.
법원의 집행정지 인용 결정도 직무정지라는 임시조치에 국한된 판단이며 징계 혐의와는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 법원은 윤 총장의 직무 집행정지 처분이 적법한지만을 판단했을 뿐 징계사유는 별도의 판단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본안 소송에서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 사유가 직무정지 명령을 내릴 만큼 중대하다고 판단할 경우 얘기는 달라진다. 감찰위 또한 징계 절차상의 위법성을 문제 삼았다.
사표를 제출한 고기영 차관의 후임인사도 조속히 실시하겠다고 밝힌 점도 윤 총장 징계 의지에 변함없음을 보여준다. 차기 차관은 비검사 출신에 검찰개혁에 강성인 인물로 낙점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빠르게 확산되던 윤 총장과 '동반사퇴설'도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조기진화에 나섰다. 윤 총장도 업무 복귀 후 전국 검찰 구성원에게 내년 수사권 조정 시행을 앞둔 준비를 강조하는 등 양측 모두 스스로 물러날 뜻이 없음을 못박았다. 이날 법원 결정으로 추 장관 해임 요구가 고개를 드는 지경이다. 동반사퇴는 출구전략으로서 가능성이 낮아지고 '외통수'만 남았다.
4일 법무부 장관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징계심의위가 윤 총장에 대한 '해임' 의결을 강행할 경우 공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넘어간다. 법원이 윤 총장의 직무정지 명령 효력을 중단하면서 총장 임기제 도입 취지 등을 언급한 것을 고려할 때 해임안 재가를 두고 문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bohen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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