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과 경제를 살리는 '일거양득' 전략, 국민 협조 '절실'
[더팩트ㅣ김병헌 기자] 중국 고대 역사서인 춘추후어(春秋後語)에 변장자(辯莊子)라는 장사가 호랑이 두 마리를 한꺼번에 잡은 기록이 있다. 호랑이 두 마리가 소 한 마리를 잡아먹으려고 서로 싸우자 기다린 뒤 싸움 끝에 한 마리가 죽자 기진맥진한 놈마저 잡았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하나로 두 가지 이익을 얻는’ 일거양득(一擧兩得)이란 말이 처음 사용됐다고 전해진다.
춘추후어는 동진(東晉)의 공연(孔衍)이 사기(史記)를 근거로 전국책(戰國策)을 고증해 편찬했다고 알려지나 지금은 실전(失傳)되어 확인할 길은 없다. 하지만 전국책(戰國策) 진책(秦策)편에 관련 이야기가 실려 있다.
한(韓)과 위(衛), 두 나라가 1년 이상 싸움을 계속하고 있을 당시 진(秦)의 혜왕(惠王)은 누굴 도울지 결정하지 못했다. 신하들도 편이 갈려 고민했다. 이 때 진진(陳軫)이란 신하가 일거양득(一擧兩得)에 얽힌 변장자의 일화를 말한다. 혜왕은 양국의 싸움을 두고 보다가 한 쪽이 패하고 이긴 쪽도 기진맥진해 있는 틈을 타 이긴 쪽부터 공격해 두 나라를 멸망시켰다.
'일전쌍조(一箭雙雕)' ‘일거양획(一擧兩獲)' 등도 일거양득과 같은 의미다. 중국 역사서 곳곳에 등장한다. ’도랑치고 가재 잡는, 마당 쓸고 돈 줍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기발한 방안에 대한 욕구는 예나 지금이나 높은 것 같다.
그런 만큼 여러 곳에 적용했거나 대입하려한 적도 많았다. 성공률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높았더라면 속담이나 성어로 지금까지 생명력을 유지하지 못했을 거니까. 모르는 이가 없는 일석이조(一石二鳥)는 서양 속담을 한자로 풀이한 일본판 성어다.
플러스 알파(+α)’, 정부가 오늘(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코로나 19의 3차 유행을 막기 위한 새로운 사회적 거리 두기 방안의 핵심이다. 수도권에서 2주 동안 실시되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플러스 알파'는 대놓고 일거양득을 지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 8~9월 2차 유행 당시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에 이어 이번 3차 유행에는 ‘플러스 알파’ 카드가 특징이다.
그럴싸 해보이고 말 그대로 뭔가 더 있어 보이기도 하지만 기존에 규정되지 않은 것이어서 모호한 것도 사실이다. 우리 말의 ‘덤’ 정도라고 할까. 정부가 자영업자 영세 사업자등 경제에 주는 타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짜낸 고육책으로 보인다. 잘해보려는 의도는 높이 살 만하며 '선택적 0.5단계'를 어떻게 살리느냐가 관건으로 여겨진다.
환자 70%가량이 집중된 수도권은 2단계를 유지하되 일부 시설 등에 플러스 알파로 방역조치를 강화했다. 비수도권도 1.5단계로 상향했지만 부산, 강원 영서, 경남, 충남, 전북 등 5개 지역에만 2단계로 올렸다. 플러스 알파의 실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방은 1.5단계를 원칙으로 하되, 필요에 따라서 2단계로 자체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며 "수도권은 2단계 격상은 유지를 하되, 사우나라든지 줌바라든지 특별한 시설의 경우에는 2단계보다 더 격상된 집합금지를 통한 2단계+α"라고 설명했다.
지난 1주간(11월22일~11월28일) 하루 평균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424.6명이었다. 2.5단계 수준(전국 400~500명 발생 또는 더블링 등 급격한 환자 증가)에 해당한다. 오늘(1일)도 신규 확진자는 451명이었다.
정부는 플러스 알파는 사회·경제적 피해를 고려해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시설과 젊은 층 중심 위험 활동에 대한 '정밀 방역'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24일부터 시작된 수도권 2단계 조치로 지금까지 영업에 차질을 빚고 있는 시설은 91만 개에 달한다.
그럼에도 원칙을 지키지 않은 임시 방편의 '선택적 방역' 이라는 전문가들의 비판도 있다. 플러스 알파라기보다는 방역을 선제 대응에서 사후 대응으로 바꿨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주장이다. 확진자가 급속히 증가한 시설이나 지역에 거리 두기 등의 일부 제재를 조정하는 방식이라 장기간의 환자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들의 피로감을 오히려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않다.
하지만 정세균 총리의 발언은 진솔하면서도 비장하다. "규제를 제때 하지 않아서 상황이 악화되면 그것은 실기했다고 볼 수 있겠다"라면서도 "너무 과도한 규제로 인한 부작용, 손해는 국민들한테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어떻게 최적의 꼭 필요한 정도 규제를 실행할 것이냐 하는 것이 과제"라고 강조했다. 방역과 경제, 국민정서 등을 두루 고려한 판단이라는데 진정성이 드러난다.
리스크 없는 투자가 어디 있겠는가. 상황 악화 가능성을 무릅쓰고 벼랑 끝으로 내몰린 자영업자들을 살리기 위해 플러스 알파 정책을 들고나온 정세균 총리의 일거양득 전략이 이번에는 꼭 성공했으면 좋겠다. 물론 플러스 알파 전략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연말 연시 모임 멈춤'을 실천하는 국민 참여와 도움이 필수다.
bien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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