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도 여러 차례 수집 의심" vs "문건은 딱 하나"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이른바 '판사 사찰 의혹' 문건을 두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이의 공방이 연일 뜨겁다. 추 장관은 이를 불법사찰로 규정하고 징계와 수사를 예고했지만 윤 총장은 참고용으로 문제가 없다며 맞선다.
윤 총장은 지난 26일 법원에 직무집행정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면서 9페이지 분량의 '사찰 문건'을 전격 공개했다. '사찰 의혹'의 사실관계를 바로잡고, 정면 돌파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의도와 달리 문건 공개 이후에도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문건에는 '우리법연구회' 출신 등 법관의 활동, 성향이나 취미, 학력 등 판사의 개인정보가 다수 포함됐다. '누구의 처형'이라는 구체적 신상 정보도 등장했다. 윤 총장은 인터넷 검색이나 언론 기사를 통해 수집한 공개 자료라고 주장하지만, 법무부는 이를 위법한 정보 수집이라고 본다.
해당 문건에서 또 하나 주목되는 대목은 바로 작은 글씨로 등장한 '旣(기)보고'라는 표현이다.
◆ '○○○ 재판부인 ○○○부는 ○○○사건도 담당 중 (기보고)'
'기(旣)-'는 '이미'라는 뜻이다. 명사 앞에 붙은 '기'는 '그것이 이미 된' 또는 '그것을 이미 한'이 된다. '기수강'이라면 '이미 수강했다'는 의미다. '기보고'는 '이미 보고했다'로 공문서에도 종종 등장하는 표현이다.
윤 총장이 공개한 문건 2쪽 하단에는 각주 형태로 '○○○ 재판부인 ○○○부는 ○○○사건도 담당 중 (기보고)'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기보고'라는 뜻을 미뤄볼 때 '○○○ 재판부인 ○○○부는 ○○○사건도 담당 중'이라는 내용은 앞서 이미 보고된 내용이라는 셈이다.
'기보고' 문구는 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와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를 설명한 자료 아래에 나온다. 동부지법 형사11부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사건 1심을 담당했고, 중앙지법 형사25부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사건을 심리하고 있다.
문건이 작성된 시점은 2020년 2월 26일. 유재수 전 부시장 또는 정경심 교수의 담당 재판부가 맡은 사건 내용이 2월 26일에 이전에 윤 총장에게 보고됐을 수 있다는 셈이다. 비슷한 형식의 문건이 여러 개 존재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 '기보고'는 맞지만, 문건은 없다?
직무집행정지 사건의 첫 심문기일을 앞둔 윤 총장은 27일 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중대 비위혐의로 꼽힌 '사찰 의혹'을 방어하는 데 집중했다. 윤 총장은 해당 문건이 '일회성'으로 작성됐다고 강조했다. 2월 24일 법관 정기인사 이후 "새로 편성되는 재판부의 재판 스타일에 관한 업무 참고자료"라고 설명했다.
사찰이 품은 의미처럼 정기적으로 작성한 것이 아니라 재판부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단 한 번 만들어졌다는 주장이다. '기보고'로 추측되는 내용과는 조금 다른 해명이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내고 '기보고' 표현을 지적했다. 이들은 "'기보고' 등 문건의 일부 문구를 봤을 때 이번 사례에 국한되지 않고, 과거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재판부 판사들의 신상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의심할만하다"며 "전면적인 진상조사와 수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 현직 판사도 "'기보고'라는 표현에서 일회성에 그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윤 총장 측은 '기보고'에 대해 보고서 형식의 문건이 작성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윤 총장의 법률대리인인 이완규 변호사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어떤 재판부가 어떤 사건을 담당하는지 대검에서는 알고 있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문건에 '기보고'를) 적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건 자체가 여러 건 있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즉, '기보고'라는 것은 윤 총장이 해당 재판부가 어떤 사건을 담당했는지 파악하고 있다는 뜻이고, 문서 형태로 작성된 것은 2월 26일 자 문건 1건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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