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의혹·직무정지→문건 공개·검란 조짐…다시 수사 의뢰에 징계 강행
[더팩트ㅣ박나영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치가 '최후까지 가보자'는 형국이다. 추 장관은 징계심의 날짜를 속전속결로 결정한 데 이어 윤 총장에 대한 수사의뢰라는 초강수를 던졌다. 윤 총장도 직무집행정지 효력 집행정지 신청에 이어 본안소송을 제기하며 법정다툼을 시작했다.
법무부는 26일 '판사 불법사찰 의혹'과 관련해 윤 총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대검찰청에 수사의뢰했다. 문제가 된 문건은 윤 총장의 지시에 의해 작성·배포됐고 문건에 포함된 특정 판사의 민감한 개인정보가 악용된 사례도 있는 것으로 확인돼 중대한 범죄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윤 총장은 이날 직무집행정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며 추 장관이 직무정지 근거로 댄 6가지 혐의를 모두 부인하는 입장문을 냈다. 집무집행정지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그는 "법무부 장관이 징계 청구를 한 사항은 사실관계를 인정하기 어렵고, 해임 수준의 중징계 사유나 직무집행을 정지할 필요가 있는 사항이라고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불필요한 논란을 가라앉히겠다며 문제가 된 '사찰' 문건 일부를 공개했다. 윤 총장을 대리하는 이완규 변호사는 해당 문건 공개 이유에 대해 "마치 검찰이 법원을 사찰하는 부도덕한 집단처럼 보여지기도 하는 것을 우려했다"며 "일반인의 상식적 판단에 맡겨보자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공개된 문건에는 주요 사건을 맡은 판사들의 출신학교, 경력, 재판 스타일, 세평 등이 정리돼 있다.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나 합리적이라는 평가", "주관이 뚜렷하다기보다는 여론이나 주변 분위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존재감 없다, 법원행정처 16년도 물의야기 법관 리스트에 포함", 술을 마시고, 다음날 늦게 일어나 영장심문기일에 불출석" 등 논란이 될법한 개인정보도 상당수 포함됐다.
같은 문건을 두고 한쪽은 '중대 범죄', 다른 쪽은 '참고 자료'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법무부는 법적 권한 없는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판사들의 개인정보와 성향자료를 수집, 분석, 관리하는 것 자체가 범죄행위로서의 사찰이고, 사찰 문건 모든 내용이 중대한 불법의 결과물이라고 규정했다.
윤 총장은 변호사들이 재판부가 정해지면 출신학교, 기수, 재판 스타일 등의 자료를 수집해 공판 준비를 하는 것처럼 검사도 재판부 스타일을 알기 위한 참고자료를 만든 것이므로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또 수사정보정책관실의 직무범위에 공판수행과 관련된 정보도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다만 윤 총장 측의 논리가 그대로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사법농단' 사태 공론화의 시발점이 된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해당 검사의 행위가 위법한지 여부는 직무범위를 넘어섰는지 여부에 달려 있을 뿐"이라고 짚었다.
이 의원은 "해당 검사는 관련 사건 공판에 관여한 검사도 아니고 대검 공판송무부 소속 검사도 아닌 수사정보정책관실 소속"이라며 "그의 직무는 수사정보 수집, 관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론이나 주변 분위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존재감 없음', '술을 마시고 늦게 일어나' 등이 수사정보와 무슨 관련이 있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사법농단에서 양승태 행정처의 판사사찰이 문제가 된 이유도 그것이 인사업무와 무관한 기조실에서 권한 없이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판사 사찰 의혹이 쟁점으로 떠오르자 검찰 내부에서는 7년 만에 '검란' 조짐이 일고 있다. 평검사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집단행동이 검찰 간부급으로 확산되면서 균열이 커지는 모양새다. 2013년 당시 채동욱 검찰총장이 '혼외자 논란'으로 사의를 표하자 일선 검사들이 평검사 회의를 열고 '중도 사퇴를 재고해달라'고 의견 표명한 이후 7년 만의 평검사 회의 개최 움직임이다.
하지만 추미애 장관은 26일 저녁 늦게 윤석열 총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대검찰청에 수사의뢰하는 맞불을 놓았다. 내달 2일 윤 총장에 대한 징계심의 기일도 확정했다. 감봉 등 경징계를 하려고 헌정사 처음으로 검찰총장을 징계위에 회부했을리는 없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결국 추 장관은 검사 반발이나 직무정지 집행정지 가처분과 상관없이 징계를 밀어붙인 뒤 검찰수사와 법원의 판단으로 승부를 가릴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도 "부당한 처분에 끝까지 법적대응하겠다"는 입장대로 '법정투쟁'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윤 총장도 추 장관을 형사 고소할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놓는다.
bohen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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