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라인' '닭갈비집 증언' 등 뒤집기 총력…공은 재판부에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에 연루된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항소심 선고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서울고등법원 형사2부(함상훈 부장판사)는 6일 항소심 개시 1년 10개월 만에 선고기일을 연다.
김 지사는 1심에서 컴퓨터 등 업무방해 혐의로 징역 2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후 보석으로 석방돼 불구속 상태에서 2심을 치렀다. 1심 유죄 판단이 유지될지, 김 지사 입장에서 반전이 가능할지가 관심사다.
김경수 지사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1심 재판부는 김 지사가 2016년 11월9일 드루킹 김동원씨가 이끄는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경기도 파주 사무실에서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의 시연을 보고 개발을 승인했다는 특검의 주장을 인정했다.
'드루킹'이 텔레그램 등을 통해 김 지사에게 댓글 작업 내용을 담은 '온라인 정보보고'나 수시로 작업한 기사 인터넷 주소 목록을 보낸 사실도 핵심 증거로 받아들였다.
김경수 지사가 '드루킹' 일당과 댓글 조작 범죄를 공모했느냐가 이 사건의 쟁점인데, 1심 재판부는 핵심적으로 이 두가지 이유를 들어 유죄는 물론 중형을 선고했다.
김 지사 측은 1심에서 완패를 당하자 변호인단을 보강하고 항소심에서 새로운 주장들을 여럿 내놓았다. 이때문에 대체로 피고인 측은 잃은 점수를 만회하기 위해 공격에 나서고 특검은 수비하는 구도로 치러졌다.
특히 김 지사는 유죄 판결의 출발점인 '11월9일 킹크랩 시연'을 뒤집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여기서 김 지사와 드루킹 사무실에 동행한 운전 비서의 휴대전화 '구글타임 라인'을 처음 꺼내들었다. 항소심 재판부가 지난 1월 킹크랩 시연이 있었다고 잠정결론을 내렸지만 이후 재판장이 정기인사로 교체되고 추가로 드루킹 단골인 닭갈비집 사장 홍모 씨의 법정 증언이 나와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을 봤다는 시간대가 한층 모호해졌다. 이러자 특검도 애초 공소사실에 없던 당일 김경수-드루킹의 '2차 독대'가 있었다는 새로운 주장을 내세웠는데 이를 뒷받침할 증거는 뚜렷하지 않다.
김 지사 측은 킹크랩 프로그램 개발자의 노트북에서 나온 문서를 새로운 증거로 제시해 드루킹 일당이 김경수 지사가 방문한 11월9일 이전부터 킹크랩 프로그램 개발을 진행했다는 주장을 폈다. 김 지사에게 보여줄 킹크랩 시연판을 만들고 당일 승인 지시 후 개발에 착수했다는 유죄 판단 논리를 반박하는 내용이다.
드루킹이 작업한 댓글 중 36%가량이 문재인 당시 후보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등 민주당 인사를 비판하는 이른바 '역작업'이었다는 주장도 항소심에서 처음 나왔다. 문재인 후보에게 악영향을 끼치는데 김 지사가 공모할리 없다는 뜻이다. 특검은 댓글을 재조사 한 결과 역작업은 0.7%에 불과하다고 반박했지만 이모티콘 등 무의미한 댓글까지 포함시켜 역작업 수치를 떨어뜨렸다는 재반박이 이어졌다.
항소심 과정에서 16분간의 킹크랩 시연 도중 김 지사가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마지막에 승인한다는 의미로 고개만 끄덕였다는 특검 측 주장도 도마에 올랐다. 일반인 수준에서 이해하기 힘든 시연 도중 김 지사가 아무 것도 묻지도, 드루킹 측이 설명도 하지 않았다는 당시 상황이 상식적이냐는 문제제기였다. 실제 시연이 있었는지 의심을 품을 수 있는 포인트다.
드루킹 김동원 씨가 옥중에서 작성한 노트 일부가 처음 공개되기도 했다. 특히 '김경수는 협박으로 넣고 싶어함. 그러나 업무방해건은 협박으로 되기 어려움. (본인은 보고받지도 않고 알지도 못함)'이라고 적힌 대목이 눈길을 끌었다. 드루킹이 대선 후 인사 추천 건이 좌절되자 김경수 지사에게 보복을 암시하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낸 것이 협박죄가 될 수 있을지 나름대로 판단한 내용으로 추정된다. 김 지사 측은 업무방해(댓글조작) 건을 김 지사가 보고받지도, 알지도 못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메모라고 주장한다.
김 지사와 드루킹이 주고받은 텔레그램 대화도 1심 유죄 판단의 결정적 증거다. 김 지사는 드루킹 측이 일방적으로 작업한 기사 인터넷 주소를 보내와 이른바 '선플' 운동으로 알고 예의상 확인하거나 특별한 의견을 표명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김 지사 측은 항소심에서도 비슷한 반론을 이어갔는데 항소심 재판부는 어떻게 판단할지 주목된다.
김 지사가 댓글 조작의 대가로 드루킹이 추천한 인물을 놓고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했다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전제인 댓글조작 공모 판단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항소심 재판부가 원심 판단을 유지한다면 김 지사가 재구속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2심 재판부가 중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까지 한 원심에 잘못이 없다고 판단한다면 원심 판단을 존중해 재구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형사소송법에는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고 규정됐다. 판사가 확신을 갖지 못 하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한다는 원칙이다. 김 지사 측이 제시한 새로운 주장들이 재판부가 특검의 공소사실에 '합리적 의심'을 갖게 했는지 이제 하루 뒤면 알 수 있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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