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 루크' 이상호 측도 일치된 증언
[더팩트ㅣ서울남부지법=김세정 기자] 지난주 극심한 스트레스를 이유로 법정에 나타나지 않았던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김 전 회장과 이상호 전 더불어민주당 부산 사하을 지역위원장 두 사람은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과 반대되는 일치된 증언을 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신혁재 부장판사)는 30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사기·증재)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회장의 4차 공판을 진행했다.
김 전 회장은 수원여객 등 횡령 혐의 외에도 이 전 위원장이 감사로 있던 전문건설공제조합에 투자를 청탁하면서 이 전 위원장에게 3천여만원, 이 전 위원장의 동생에게 5천 6백만원을 건넨 혐의를 받는다.
이 전 위원장은 투자 검토 대가로 김 전 회장에게 동생이 운영하던 양말공장에서 수원여객 직원 명절선물 명목으로 1천8백여만원 상당의 양말을 구입하도록 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의 진술 등을 토대로 오고간 돈에 대가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이 전 위원장에게 정치자금법 위반과 배임수재 혐의를 적용해 구속기소했다. 김 전 회장과 이 전 위원장의 재판을 함께 심리하는 재판부는 이날 두 사람의 재판을 동시에 열었다.
이날 재판에는 건설공제조합 대체투자 팀장으로 근무했던 김모 씨와 팀원 길모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전 위원장은 김 전 회장에게 인터불스(스타모빌리티의 옛 이름) 전환사채 인수를 검토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실무진인 김씨와 길씨에게 알렸으나 실제 투자는 이뤄지지 않았다.
전 팀장 김 씨는 당시 투자가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자산운용사 등을 통하지 않은 투자 건, 즉 학연이나 지연 관계에서 오는 투자 상품은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으니 가능하면 하지 말자는 게 제 의견이었다"고 했다. 김 씨는 투자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 전 위원장은 받아들였다. 이후 이 전 위원장은 김 전 회장에게 정중히 거절 안내를 하라고 지시했다.
검찰은 김 씨를 상대로 투자 검토 요청에 청탁성이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추궁한 반면 이 전 위원장 측은 투자 검토를 강제로 지시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실제 김 씨는 투자 검토 제안을 받을 당시 이 전 위원장에게 '긍정적으로 생각해달라' 등의 말을 들은 적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상호 전 위원장도 기회를 얻어 직접 김 씨를 상대로 신문을 했다. 그는 "(김봉현 전 회장이 투자를 제안해서) 저는 잘 모르니까 편하게 전문가를 불러서 상담을 해보라고 김 씨를 부른 것일 뿐 검토 지시가 아니다. 그냥 소개해준 것"이라고 했다. 김 씨도 이 전 위원장의 투자에 대한 지식은 일반인 정도의 수준이었다고 진술했다.
김 전 회장 측도 투자 제안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 씨는 검찰 참고인 조사 당시 김 전 회장의 투자 제안이 비공식적이고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이뤄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전 회장 측 변호인은 김 씨에게 "내부 임직원(이상호 전 위원장)이 투자를 추천하면 비정상적인 루트(방법)냐"고 캐물었다. 이에 김 씨는 "꼭 그렇지는 않다"고 답했다.
팀원 길 씨에게도 '내부 임직원의 투자 소개가 금지됐냐' '투자 소개가 부정 청탁인가' 등을 물었다. 길 씨는 "투자 제안 접수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라며 "검토할 당시 부정 청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지난 23일 김 전 회장은 자신의 변호인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재판에 불출석했다. '옥중서신'을 통해 현직 검사 술접대 의혹을 폭로한 뒤였다. 이날 김 전 회장은 비교적 안정된 모습으로 재판 도중 변호인과 귓속말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김봉현 전 회장과 이상호 전 위원장에 대한 재판은 다음달 6일에 열릴 예정이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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