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만에 일선 검사 격려 방문
[더팩트ㅣ박나영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3번째 감찰지시가 내려진 다음날 윤 총장은 지방 검찰청 순회를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수사지휘권 박탈과 잇따른 감찰지시로 흔들리는 입지를 내부 결속을 통해 다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윤 총장은 29일 오후 3시 30분부터 6시까지 대전고검·지검을 격려 방문해 직원들과 간담회를 가진다. 지난 2월 이후 8개월 만의 지방 검찰청 방문이다. 지난 7월 '검언유착' 사건과 관련해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직후 전국 검사장 회의를 소집해 내부 지지 여론을 결집한 것과 동일한 행보로 풀이된다. 임기를 끝까지 지키겠다는 메시지로도 읽힌다.
추 장관은 법제사법위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된 '옵티머스 사건 무혐의 처분'에 대해 대검 감찰부와 합동으로 진상을 확인해 감찰을 진행하라고 지난 27일 지시했다. △서울중앙지검의 부실·축소 수사 여부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에 관련 보고가 있었는지 여부 △중요사건으로 보고·결재하지 않은 경위 등에 대한 감찰이 실시된다.
이번 감찰 지시에 옵티머스 사건을 담당한 부장검사와 변호인이 윤 총장의 '측근'이라는 의혹을 구체적으로 적시한 것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노골적인 사퇴압박이라는 평이 나왔다.
추 장관은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부장검사가 검찰총장 청문회에 관여하고 이후 대검의 핵심 보직으로 이동했으며 이 사건 변호인 또한 검찰총장과 긴밀한 관계에 있었던 유명 변호사인 점 등에 비춰 사건 처리와 관련해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에게 보고됐는지 여부를 밝혀내라"고 지시했다. 김유철 춘천지검 원주지청장이 당시 사건 담당 부장검사였으며, 옵티머스 고문이자 변호사인 이규철 변호사는 과거 박영수 특검에서 윤 총장과 함께 근무한 경험이 있다.
추 장관은 앞서 지난 16일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전 대표가 '옥중서신'을 통해 검사 로비 의혹을 폭로한 직후 감찰을 지시했다. 법무부는 김 전 대표를 3일간 직접 조사한 후 금품 및 향응 접대를 받은 일부 검사를 특정해 남부지검에 수사의뢰했다. 이후 대검 국정감사에서 검사 비위 의혹과 여·야당 정치인 편파수사 의혹이 제기되자 두번째 감찰을 지시했다.
대검은 감찰과 관련한 추가 대응은 없다는 입장이다. 대검 관계자는 "앞서 국감에서 제기된 의혹에 대한 답변을 다 했고 옵티머스 사건을 담당한 부장검사도 의혹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라고 했다.
윤 총장은 지난 22일 대검 국감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끌어들이며 사퇴할 의사가 없다고 못박았다. 윤 총장은 "지난 총선 이후 민주당에서 사퇴 얘기가 나왔을 때도 적절한 메신저를 통해 '흔들리지 말고 임기를 지키면서 소임을 다하라'고 말씀을 전했다"라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날 여당 의원으로부터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2019년 옵티머스 사건을 무혐의 처분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자 윤 총장은 "부장 전결 사건이라서 무혐의 처분 사실을 몰랐다"라고 주장했다. 이어진 종합국감에서 추 장관은 "보고되지 않았다는 검찰총장의 (국정감사) 증언 부분은 상당히 납득되지 않는 점이 있기 때문에 감찰 필요성을 면밀히 검토하겠다"라며 감찰을 예고했다.
논란이 커지자 당시 이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던 김 지청장(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장)은 전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부실 수사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입장을 밝혔다.
김 지청장은 "옵티머스자산운용 경영진과 분쟁 중인 전 사주 A씨가 감독기관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에 '펀드에 문제가 있다'며 민원을 제기했고, 과기부의 지시로 전파진흥원이 수사의뢰서를 접수했다"라고 수사의뢰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자체 조사에서 옵티머스 사무실을 방문해 자료를 확인했으나 직접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고, 옵티머스 전 사주 A(이혁진 전 대표)의 고소로 이미 강남경찰서에서 수사했는데 고소 취하로 각하 처분됐다"라고 무혐의 처분 이유를 밝혔다.
연이은 감찰 지시를 두고 법조계 의견은 분분하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수사의뢰 사건의 경우 피해자의 고소·고발건보다 중요도가 낮은 사건으로 분류된다"라며 "실제로 전파진흥원이 펀드 투자로 손해를 본 것도 아니어서 수사 내용을 윗선에 보고할 이유가 있었나 싶다"라고 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추 장관이 외부인 시각으로 검찰 조직을 대하다보니, 검찰이 기존 관행대로 해오던 업무처리를 더 원칙에 맞게 할 수 있도록 바로 잡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것 같긴 하다"라고 했다.
bohen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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