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외모 비하·성적 모욕…죄질 나쁘다"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이수역 폭행사건'의 당사자 남녀가 항소심에서도 각각 100만 원, 2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당사자 중 여성은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0부(김병수 수석부장판사)는 26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남성 A씨와 여성 B씨의 항소심 선고 공판을 열어 100만 원, 200만 원을 각각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1심 판결 뒤 합의한 사정이 있지만, 오랜 시간 상대방의 외모를 비하하고 성적 모욕감을 주는 발언을 지속하다 물리적 폭행으로 이어진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피고인들의 항소를 기각하고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B씨의 혐의 중 무죄로 판단된 부분에 불복한 검사의 항소도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며 기각했다.
사건 초기부터 쟁점이 된 B씨의 후두부 부상에 대해선 A씨의 책임이 있다고 봤다.
B씨는 계단에서 실랑이 중 A씨가 자신을 밀쳐 두피가 찢어지는 상해를 입었다고 진술했고, A씨는 술집을 떠나던 중 B씨가 붙잡아 이를 뿌리쳤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원심과 마찬가지로 "A씨는 계단이라는 공간에서 B씨를 뿌리칠 경우, B씨가 뒤로 넘어져 다친다는 사정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며 "이같은 행위에 이른 경위를 봐도 A씨가 불가피하고 긴급한 상황이라고 보이지 않아 정당방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B씨는 이날 선고 공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B씨에게 연락을 취하기 위해 선고를 잠시 미뤘지만 B씨는 끝내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재판부는 홀로 출석한 A씨에게 "판결의 형이 너무 무겁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반성해왔듯 행위를 돌아보고 앞으로 성숙한 사회인으로 살아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들은 지난 2018년 11월 13일 새벽 4시경 서울 지하철 2호선 이수역 주변 주점에서 서로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 직후 B씨 측은 "남성에게 혐오 발언을 듣고 폭행을 당했다"는 글과 사진을 인터넷에 올렸고, A씨 측은 B씨 일행이 먼저 시비를 걸어 싸움으로 번졌다고 맞섰다. 양측 주장이 엇갈리며 사건은 '젠더 갈등'으로 이어졌다. 남성을 처벌해야 한다는 청와대 청원이 올라와 수십 만명이 동의하기도 했다.
수사에 나선 검찰은 양측이 서로 폭행해 상해를 입힌 것으로 보고 두 사람에게 공동폭행, 상해, 모욕 혐의를 적용해 벌금형의 약식명령을 청구했다.
하지만 A씨와 B씨의 청구로 사건은 법원에 넘어갔고, 1심 재판부는 양측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해 A씨에게 100만 원, B씨에게 벌금 200만 원을 각각 선고했다. 다만 B씨의 상해죄는 무죄로 판단했다.
피고인과 검사 양측의 불복으로 열린 항소심 재판에서 이들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A씨는 "2년간 청와대 청원에서 나쁜 사람으로 매도돼 상처를 입었다"고 호소했다. B씨 역시 "이 사건으로 인생의 모든 것이 변했다. 대인기피증을 앓고 있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며 "1심 때만 해도 회사에 다녔으나 지금은 출근하기 힘들어 자영업을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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