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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장 "박원순 아들, 하루 전 불출석 사유서 아쉽다"

  • 사회 | 2020-10-20 18:50
김창보 서울고등법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법·수원고법과 산하 법원들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잠시 마스크를 만지고 있다. /남윤호 기자
김창보 서울고등법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법·수원고법과 산하 법원들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잠시 마스크를 만지고 있다. /남윤호 기자

"재판부 두둔은 사실 아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아들 박주신 씨가 증인으로 소환된 재판 하루 전에 불출석 사유를 낸 것에 김창보 서울고등법원장이 "(그 부분은)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김 법원장은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서울중앙지법·서울고법 등 법원 국정감사에서 "공판 하루 전에 불출석 사유서를 내는 건 사법부를 우롱하는 처사"라는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의 지적에 이같이 답했다.

조 의원은 "이미 오래전에 영국으로 떠난 박주신 씨가 10월 14일로 예정된 증인신문 기일 하루 전에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며 "피고인으로선 증인 소환을 몇년째 하고 있는데, 이렇게 무시하는 건 사법부를 우롱하는 처사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8월 증인신문 기일에도 아버지의 49재를 이유로 하루 전에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 49재가 이유라면 사전에 일찍 제출할 수도 있지 않았겠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김 법원장은 "그런 아쉬움이 있다"고 동의했다.

이날 문제가 된 재판은 박 씨에 대한 병역비리 의혹을 주장했다가 허위사실을 유포해 2014년 6월 지방선거에서 박 전 시장을 낙선하게 하려 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양승오 동남권원자력의학원 핵의학과 주임과장 등의 사건이다. 1심에서 벌금 1500만 원을 선고 받은 양 과장 등은 항소했고 4년째 2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앞서 박 씨는 2011년 8월 공군 훈련소에 입소했으나 허벅지 통증을 이유로 귀가해 재검을 받은 결과 추간판탈출증 진단을 받아, 공익근무 복무 대상 판정을 받았다. 이를 놓고 양 과장 등은 박 씨가 추간판탈출증을 앓는 다른 사람의 엑스레이 사진을 제출해 공익 판정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7월 영국에 머물던 박 씨가 아버지 박 전 시장의 장례를 위해 귀국하자, 양 과장 측은 재판부에 박 씨에 대한 증인신문 기일 지정과 구인장 발부를 요청했다. 박 씨가 부친상을 치르고 다시 출국하기 전에 증인신문과 신체검증을 해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증인신문 기일을 8월 26일로 잡았지만 구인장은 발부하지 않았다. 8월 증인신문 기일에 박 씨는 박 전 시장의 49재를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고 재판부는 지난 14일로 증인신문 기일을 다시 잡았다. 하지만 14일 공판에도 박 씨는 영국에 있다는 이유로 불출석했다.

이날 조 의원의 질의는 수개월 전 잡힌 증인신문 기일에 불출석하면서, 하루 전에야 사유서를 내 재판 진행을 방해한다는 취지인 것으로 풀이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발인이 지난 7월 13일 오전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거행된 가운데, 고인의 아들 주신 씨가 운구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의 발인이 지난 7월 13일 오전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거행된 가운데, 고인의 아들 주신 씨가 운구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재판부가 박 씨에 대한 구인장을 발부하지 않은 것을 두고 조 의원은 "49재를 이유로 불출석한 것을 놓고 재판부는 '고의로 불참했다고 보기 곤란하다', '상주는 당연히 49재에 가야한다' 등의 이유로 두둔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 법원장은 "동의하기 어렵다. 구인 사유가 안 된다"며 "재판부가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봐서 구인장 발부 안 했다고 안다"고 분명히 했다.

양 과장 사건의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 14일 공판에도 박 씨가 불출석하자, 과태료 500만 원을 부과한 상태다.

이날 조 의원이 "과태료 집행이 재판 결과에 차이가 없다면 내도 그만, 안 내도 그만 아니냐"고 하자, 김 법원장은 "그건 아니다. (과태료 부과 결정을) 계속 집행해야 한다"고 답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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