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상 목적" 주장…투약 의사는 구속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한 혐의로 기소된 한 의류업체 대표가 "공소장대로 프로포폴을 투약했다면 치사량"이라며 의료상 목적으로 투약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에게 약물을 투약한 의사는 재벌가 등에 상습적으로 프로포폴을 처방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상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는 13일 마약류관리법 위반과 의료법 위반 혐의를 받는 디자이너 이모 씨와 연예기획사 대표 김모 씨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
이 씨는 서울 강남 소재 성형외과에서 향정신성의약품 프로포폴을 치료 외 목적으로 195차례 투약하고, 자신의 회사 직원 등 다른 사람 명의로 109차례에 걸쳐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연예기획사 대표 김 씨 역시 위법한 목적으로 프로포폴을 95차례 상습 투약하고, 자신의 회사 직원과 그 가족들의 이름을 도용해 50여 차례 허위 진료기록부를 작성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이 씨 측은 이날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이 씨 측 변호인은 "이 씨는 해당 병원에서 수차례 수술을 받았고, 이 과정에서 의료상 목적으로 프로포폴을 맞았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씨의 건강 상태에서 공소장에 기재된 양만큼 프로포폴을 투약한다면 치사량"이라고 덧붙였다.
회사 직원의 이름을 도용한 건 병원 원장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변론했다. 변호인은 "다단계 사업에 필요하다는 병원 원장의 요구에 이름을 넘겨줬다"며 "그 사람들의 이름이 왜 진료기록부에 쓰였는지 수사과정에서야 알았다"고 해명했다.
김 씨 측 변호인은 기록 검토를 마치지 못했다며 다음 재판에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을 밝히기로 했다.
한편 이들에게 프로포폴을 투약한 병원 원장 김모 씨는 같은 재판부에서 구속된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원장 김 씨는 환자들에게 의료 외 목적으로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하고, 이 사실을 숨기기 위해 병원 직원과 지인들 명의로 투약 내역을 조작한 혐의를 받는다. 원장인 본인 역시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 피고인인 디자이너 이 씨는 지난달 원장 김 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서도 "나는 프로포폴이 중독되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투약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원장 김 씨의 병원에서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한 환자들은 대부분 재벌가 등 재력가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채승석 전 애경개발 대표이사 역시 이 병원에서 프로포폴을 투약한 혐의로 지난달 10일 징역 8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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