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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장애인 울리는 장애인 주차장', 관공서에도 많다

  • 사회 | 2020-10-08 07:30

인천지방법원, 서울 종로구청, 경기도 성남시청 내 어린이집 등 규격 미달 확인

[더팩트ㅣ이효균·남윤호·임세준·이동률 기자] '장애인 울리는 장애인 주차장'이 관공서에도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장애인들의 인권이 점점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가운데 누구보다 사회적 약자 보호에 앞장서야할 일부 관공서와 공공기관이 규격에 벗어난 장애인 주차장을 운영하고 있거나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더팩트> 취재진이 지난달 1일 부터 30일까지 서울-경기지역 25개 관공서에 설치된 장애인 전용 주차장 규격을 확인한 결과, 차량 1대당 주차면적이 관련 법규에 맞지 않는 곳과 도색 불량, 표지판 설치 준수 위반, 물건 적재 위반 등이 전체의 32%인 8곳으로 확인됐다. 취재 대상 3곳 중 한 곳의 위반이 발견된 관공서가 아닌 일반 시설로 범위를 확대하면 훨씬 더 규정 위반 장애인 주차장이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천지방법원, 서울 종로구청, 경기도 성남시청 내 어린이집 등의 관공서는 장애인 주차장의 규격이 맞지 않아 장애인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으며 고양종합운동장과 의정부 장암역 주차장 등은 물건 적재와 이중주차로 인해 이용이 불가했다. 서초구 예술의전당과 수원국민체육센터, 인천시립박물관 장애인 주차장 등은 도색 불량과 표지판 설치 준수 위반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지방법원을 찾은 장애인 A씨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시설을 이용하도록 보장하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 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장애인등 편의법)이 제정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한 인식의 부족과 문제점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이런 장애인 주차장은 무늬만 장애인 주차장이지 이용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장애인들의 인권이 점점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지만 장애인들에 대한 사회적 문턱은 여전히 높기만 하다. 특히 이동이 불편한 장애인 주차장은 무늬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장애인들을 울리고 있다. /정용무 그래픽기자
장애인들의 인권이 점점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지만 장애인들에 대한 사회적 문턱은 여전히 높기만 하다. 특히 이동이 불편한 장애인 주차장은 무늬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장애인들을 울리고 있다. /정용무 그래픽기자


주차장법 시행규칙 제3조(주차장의 주차구획)에 따르면 '평행주차형식 외의 경우 장애인 주차장은 너비 3.3m이상*길이 5m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평행주차형식인 경우에는 주차대수 1대에 대하여 너비 2m 이상*길이 6m 이상으로 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기본적인 규격을 지키지 않는 관공서들이 아직도 도처에 존재하고 있다.


'규격 미달' 관공서 장애인 주차장..."전시 행정 표본"

주차장법 시행규칙 제3조(주차장의 주차구획)에 따르면 ① 법 제6조제1항에 따른 주차장의 주차단위구획은 다음 각 호와 같다. 2. 평행주차형식 외의 경우 너비 3.3m이상 * 길이 5m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주차장법 시행규칙 제3조(주차장의 주차구획)에 따르면 ① 법 제6조제1항에 따른 주차장의 주차단위구획은 다음 각 호와 같다. 2. 평행주차형식 외의 경우 너비 3.3m이상 * 길이 5m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인천지방법원 후문 주차장 장애인 주차구역. 주차 구역 중 파란색 차량 주차구역의 폭은 2.45m에 불과하고, 두 차량주차 구역이 빨간색으로 표기된 하차구역 하나를 공유하는 형태로 되어있다. 그러나 현행법상 두 주차구역이 하나의 하차구역을 공유하는 형태는 불법이다./인천지방법원=임세준 기자
인천지방법원 후문 주차장 장애인 주차구역. 주차 구역 중 파란색 차량 주차구역의 폭은 2.45m에 불과하고, 두 차량주차 구역이 빨간색으로 표기된 하차구역 하나를 공유하는 형태로 되어있다. 그러나 현행법상 두 주차구역이 하나의 하차구역을 공유하는 형태는 불법이다./인천지방법원=임세준 기자

이달 초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아들과 함께 인천지방법원을 방문한 A씨는 "출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장애인 주차 구역에 차를 대려다가 당황했다. 장애인 구역이 유독 좁았고 장애인 주차장에만 있는 빗금친 구역이 옆 주차 공간과 공유하게 돼 있어 불편했다"며 "전시 행정의 표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A씨는 주차는 할 수 있었지만 옆 차와의 간격 때문에 하차에 불편을 겪었고 아들의 휠체어를 내리기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아들과 휠체어를 먼저 내리게 한 후 주차를 하고 법원에 들어가 업무를 마쳤다.

실제로 취재진이 A씨가 주차한 곳의 너비와 길이를 측정해보니 너비 2.45m*길이 5m로 일반 주차장보다도 훨씬 좁았다. 일반 주차장의 경우 2019년 3월부터 '문콕방지법'이 시행되면서 너비 2.5m * 길이 5.1m로 확장하여 설치하도록 개정됐다. 일반 주차장 보다도 너비가 0.05m 적은 장애인 주차구역. 장애인이 승하차시에 불편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빗금친 구역이 공유 구역으로 가능한지 여부를 보건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에 묻자 "주차 공간 사이에 빗금친 구역은 공유 구역이 아니다. 각 주차 면적 당 빗금 친 구역이 따로 존재해야 한다"고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또 주차대수는 2~4% 범위에서 지자체 조례로 의무화 돼 있다. 총 주차대수가 10대 미만이라면 장애인 전용 주차단위는 설치하지 않아도 무방하지만 관공서의 경우 이러한 경우가 거의 없어 해당 사항이 없다.

서울특별시 주차장 설치 및 관리 조례 제25조(장애인전용주차구획의 설치기준 등)에 따르면 '장애인전용주차구획을 설치하여야 하는 시설물에는 부설주차장의 설치기준에 따른 주차대수의 3퍼센트 이상을 장애인전용주차구획으로 구분·설치하여야 한다. 다만, 부설주차장의 설치기준에 따른 주차대수가 10대 미만인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장애인전용주차구획은 1. 시설물의 주요 출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장소 2. 옥내주차장의 경우 승강기 또는 계단에서 가장 가까운 장소 3. 장애인용 경사로에 가장 가까운 장소로 제한하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페연대 변재원 정책국장은 "장애인주차장 규격은 사실 정부가 스스로 의지를 갖고 지켜야하는데 관공서 시설이 노후화되었다는 이유 등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지체장애인의 접근권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여겨져 굉장히 유감이다"라고 말하며 "장애인이 휠체어를 뒤에다 놓고 운전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휠체어를 꺼내려고 문을 열었을때 규격 충족으로 주차는 가능하지만 휠체어를 실질적으로 꺼낼 수 없는 불편함이 있다"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지난달 17일 인천지방법원 후문주차장 장애인 주차구역에서 한 장애인 운전자가 이중 주차된 차량을 직접 밀고 있다. 이러한 배려없는 불법주차로 인해 장애인 운전자들은 고통받고 있다./인천지방법원=남윤호 기자
지난달 17일 인천지방법원 후문주차장 장애인 주차구역에서 한 장애인 운전자가 이중 주차된 차량을 직접 밀고 있다. 이러한 배려없는 불법주차로 인해 장애인 운전자들은 고통받고 있다./인천지방법원=남윤호 기자

주차공간 부족, 장애인 주차장 점거한 사람들

국내 등록된 차량은 2400여 만대. 국민 2명 중 1명은 자동차 1대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듯 많은 차들로 인해 도심의 주차 공간이 부족해져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서의 불법주차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주차표지가 없는 일반 차량이 주차 공간 부족으로 잠시 주차를 한다든지, 관공서의 경우는 공무원들이 그 자리를 장기 주차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또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 주차를 할 수 없는 주차표지를 소지한 장애인이 불법 주차를 하는 경우도 있다. 장애인 주차표지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 부분을 악용한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제17조(장애인전용주차구역 등) ④항을 보면 '누구든지 제2항에 따른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주차표지가 붙어 있지 아니한 자동차를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 주차하여서는 아니 된다.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주차표지가 붙어 있는 자동차에 보행에 장애가 있는 사람이 타지 아니한 경우에도 같다'고 명시하고 있다.

장애인 주차구역을 사용할 수 없게 물건을 쌓아 두거나 작업을 하는 경우, 이중주차로 인해 주차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경기도 의정부 장암역의 주차장의 경우는 환경미화물품 보관소가 장애인 주차구역 한 칸을 차지하고 있어 이용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일반 차량이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를 하거나 주차가능 표지를 부착했더라도 보행에 장애가 있는 사람이 타지 않고 보행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람이 차량을 운행할 경우 과태료 10만원을 부과 받을 수 있다. 해당 구역에 주차하지 못할 정도로 방해가 되는 행위를 한 경우에도 과태료 50만원을 부과 받을 수 있다.

경기도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의 경우도 장애인 주차구역 한 칸을 공사 후 남은 모래로 쌓아두어 이용할 수가 없다. 서울 종로구청의 주차장은 택배 업무를 보는 차량과 작업을 하는 차량, 이중주차 등으로 장애인들이 주차장을 이용하는데 불편을 겪고 있다.

지난달 3일 서울 종로구청 주차장이 택배 업무를 보는 차량과 작업을 하는 차량, 삼각콘 등의 설치로 장애인들이 주차장을 이용하는데 불편을 겪고 있다. /종로구청=이동률 기자
지난달 3일 서울 종로구청 주차장이 택배 업무를 보는 차량과 작업을 하는 차량, 삼각콘 등의 설치로 장애인들이 주차장을 이용하는데 불편을 겪고 있다. /종로구청=이동률 기자

업무차 종로구청을 찾은 장애인 B씨는 "장애인 주차구역에 물건을 쌓아 놓고 작업을 하고 있어, 차량을 가까운 유료 주차장에 주차하고 이쪽으로 다시 왔다"며 "장애인들이 언제든 사용할 수 있게 주변 사람들의 세심한 보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제17조(장애인전용주차구역 등) ⑤항은 '누구든지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 물건을 쌓거나 그 통행로를 가로막는 등 주차를 방해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돼 있고 ⑥항은 '시설주관기관은 복지 또는 교통 관련 공무원 등 소속 공무원에게 제4항을 위반하여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 주차하고 있는 자동차를 단속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찾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장애인 주차장. 이곳은 장애인 주차구역이 도색 불량인 곳으로 주차 구역 중 한곳의 색이 완전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경기도 수원시 수원국민체육센터 역시 장애인 주차장 구획을 여러번 덧칠해 이용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얼핏 보면 주차 구획이 여러 갈래로 보여 헷갈리기 십상이다. 인천광역시 연수구에 위치한 인천시립박물관 역시 오랜 시간을 거치며 장애인 주차장의 선과 마크가 지워져 이용자들의 편의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도색 불량, 표지판 준수 위반도 다수

위에서 언급한 장소들은 장애인 마크도 흐리고 운전자 시야에 잘 들어오지 않는 색이기 때문에 눈에 띄는 '명시성'이 중요하다. 장애인주차구역은 멀리서도 식별이 가능하야 하고, 먼 거리를 이동하기 어려운 장애인을 배려해 건물 입구 또는 승강기에 가까운 장소에 설치되어 있으며, 다른 일반주차장보다 폭이 넓고 보행에 문제가 없도록 바닥면은 높이 차이가 없고 평탄하며 장애인전용표시가 있어야 한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별표 1] <편의시설의 구조 재질에 과한 세부기준(제2조제1항 관련)>을 보면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안내표지를 주차장 안의 식별하기 쉬운 장소에 부착하거나 설치하여야 한다. 이 경우 안내표지의 규격과 안내표지에 기재될 내용은 다음과 같다'고 말하며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안내표지의 규격은 가로 0.7미터, 세로 0.6미터로 하고, 지면에서 표지판까지의 높이는 1.5미터로 한다' 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달 1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지상주차장 장애인 주차구역을 상공에서 본 모습. 오른쪽 주차구역이 도색을 하지 않아 장애인 주차구역으로 구분하기 힘들다./예술의 전당=이효균 기자
지난달 1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지상주차장 장애인 주차구역을 상공에서 본 모습. 오른쪽 주차구역이 도색을 하지 않아 장애인 주차구역으로 구분하기 힘들다./예술의 전당=이효균 기자

더불어민주당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혜영 의원은 장애인 주차장 문제에 대해 "솔선수범해야 되는 관공서가 (장애인 주차 규격을) 잘 지켜지지 않고 관리를 못한다는 것은 아쉽고 유감스럽기도 하다"며 "왜 장애인 주차장이 필요로 하고 장애 유형별로 맞춰야 되는지를 깊게 생각하지 못해서 그런 거 같다.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장애인 주차장 개선, 장애인 향한 인식이 바뀌어야

최 의원은 이런 문제점에 "과태료가 답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최 의원은 "장애인들의 사회 참여와 관련한 인식이 필요하다. 아직도 복지 영역하면 시혜적 관점, 동정의 대상, 돌봄의 대상 이렇게 생각을 한다. 그런게 아니라 우리가 가지는 당연한 권리로 보면 된다. 복지도 권리에 중심 기반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어가고 있다"라며 장애인을 향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직 우리가, 정책을 하시는 분들이 그런 걸 인식하지 못하고 제도나 정책을 만들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인식의 전환을 하는 것이 제일 첫 번째다. 제가 국회에 있으니까 국회부터 바꿔야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국회도 안 지켜지고 있는 곳이 많다"라며 입법 기관인 국회의원부터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997년 제정된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 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장애인등 편의법)은 장애인과 노인, 임산부 등이 공공건물이나 공중이용시설을 이용할 때 시설주가 최단거리로 이동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을 마련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편의시설은 장애인주차구역 뿐만 아니라 접근로(경사로, 휠체어리프트), 손잡이, 점자표지판, 장애인화장실, 비상용 벨 등을 통칭하고 있다. 이 규정을 위반하면 시장·군수·구청장은 해당 시설장에게 시정명령을 하고 시정기간 내 이행하지 않으면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법률에서 명시하듯 강제적 벌금 등의 사회적 제재도 중요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시민의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어떻게 이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가 될 수 있을까. 우리 세대에서 장애인과 함께 하기 위해서는 사회 중 그 누구도, 모두가 배제되지 않는 마중물이 될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한 기초를 차근히 다져나가야 한다.

사진영상기획부 phot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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