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보다 기득권 수호…개혁의지 부재 비판
[더팩트ㅣ박나영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이 26일로 취임 3년을 맞는다. 취임하며 했던 다짐은 얼마나 지켜졌을까. 취임 당시 그는 '사법부에 대한 변화와 개혁의 요구가 어느 때보다 높다는 걸 알기에 무거운 사명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그가 개혁에 앞장서기보단 오히려 사법부의 기득권을 수호하는데 그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2017년 양승태 대법원장의 임기가 끝날 무렵 터진 '사법농단' 의혹은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 권력이 집중된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가 특정 재판의 개입하려하고 특정 성향의 판사들을 재판업무에서 배제시키려했다는 의혹은 법관 독립에 대한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
전례없던 위기상황에 사법부의 수장이 된 김 대법원장은 국민들에게 "사법행정에 관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수평적이고 합리적인 소통이 이뤄지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그 방안으로 김 대법원장은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대법원장을 포함한 법관 6명과 법원사무처장, 외부위원 4명으로 구성된 사법행정회의를 신설하는 개혁안을 내놨다. 당초 사법발전위원회는 법관과 외부위원을 5명씩 동수로 둘 것을 권고했으나 김 대법원장이 법원 내부 의견을 반영해 구성 비율을 조정하면서 '개악'이라는 비난을 샀다.
대법원은 2017년 사법농단 의혹이 세상에 알려지도록 한 판사 출신 이탄희 의원이 발의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에 대해 위헌이라며 반대 의견을 냈다. 개정안은 사법행정에 관한 심의·의결기구로서 합의제 기관인 '사법행정위원회' 도입을 골자로 한다.
대법원은 사법 행정을 담당하는 수평적 회의체 설치를 통한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분산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회의체 권한, 구성 등에 대해서는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개정안은 위원회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8명을 외부 전문가로 구성하도록 했다.
대법원은 "헌법에 규정된 사법권에 사법행정권이 포함된다고 보아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사법행정권 행사의 중심은 판사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법원행정처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판사들을 관리한 것 또한 사법행정권 독립이 낳은 폐단이었기에 일각에서는 법원 개혁의 의지가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취임 후 1년 넘게 진행된 '사법농단' 의혹에 대한 내부감사가 끝나자 김 대법원장이 판사 10명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하려했던 것도 개혁과 거리가 멀다는 비난을 샀다. 당시 검찰이 이 사건에 연루됐다고 판단해 대법원에 넘긴 명단에는 66명의 판사가 이름을 올렸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 2월에는 사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현직 법관 8명 가운데 7명을 일선 법원의 재판부로 복귀시킨다고 밝혔다. 이에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와 국회의원들은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할 책임 있는 주체 그 누구도 근본적 해결의 길에 나서지 않는 지금, 사법농단 사태는 방치되고 있다. 연루 법관들이 재판 업무에 복귀한다면 국민의 사법 신뢰는 끝을 알 수 없는 지경으로 추락하게 될 것"이라며 법관 탄핵을 촉구하기도 했다. 여전히 '피고인' 신분인 판사들의 복귀 발표에 처음부터 '철저한 진상규명'에 대한 의지가 없었던게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김 대법원장이 취임시 또 하나 다짐했던 '좋은 재판'을 위한 재판 제도 개선도 갈 길이 멀다. 김 대법원장은 취임사에서 "좋은 재판을 위한 인적, 물적 여건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지만 현재 추진 중인 개선안 중 어느 하나도 앞으로 나아가질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 11일 법원의날 기념사에서도 좋은 재판을 위해 상고제도 개선, 전문법원 도입, 형사사건 전자소송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특히 "폭증하는 상고사건 속에서 상고심 기능의 정상화를 위해 상고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는 이미 오래 전부터 형성돼 왔다"며 "국민의 공감과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상고제도 개선 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노력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회에서 수십년간 표류하고 있는 상고제도 개선안을 김 대법원장의 의지만으로 입법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법농단'의 핵심 피의자로 몰린 양 전 대법원장이 '상고법원' 추진에 누구보다 적극적이었다는 점도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bohen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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