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롱 시신 유기 사건' 공판…"구속시킬 수도" 꾸짖자 "죄송"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지난 재판에 나타나지 않았던 피고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불출석 사유를 알게 된 재판장은 피고인을 크게 꾸짖었다. 피고인이 댄 이유는 "못 일어나서"였다. 이른바 '상도동 장롱 시신 유기 사건' 공판에서 일어난 일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손동환 부장판사)는 11일 오전 존속살해, 사체은닉,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허모 씨와 범인도피 혐의를 받는 한모 씨 사건의 속행공판을 열었다. 허 씨의 치료감호소 일정으로 이날 재판은 한 씨만 출석했다.
허 씨는 모친과 열두 살 아들을 살해하고 시신을 장롱 속에 유기한 일명 '상도동 시신 장롱 유기' 사건의 피고인이다. 한 씨와 허 씨는 연인 사이였다. 한 씨는 허 씨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달 21일 열린 4차 공판. 수감 중인 허 씨는 머리를 짧게 자른 채 법정에 들어섰다. 불구속 상태인 한 씨는 오후 2시가 넘어서도 나타나지 않았다. 한 씨는 그날 오전까지 법원과 연락을 했으나 아무런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았다. 한 씨가 결국 안 나타나자 재판부는 9월 11일을 한 씨에 대한 별도 기일로 지정했다.
이날 열린 5차 공판에 한 씨는 모습을 드러냈다. 재판장은 한 씨에게 왜 지난 공판에 출석하지 않았는지 이유를 물었다. 한 씨는 "잠을 못 잤다. 아침에 잠을 자기 때문에 못 일어나서 못 나왔다"고 대답했다.
한 씨의 예상치 못한 답변에 재판장은 "못 일어났다는 거냐"고 되물으며 당혹감을 드러냈다. 재판장은 한 씨에게 "본인이 말하는 게 무슨 말인 줄 아냐. 몇 살이냐"고 질타했다. 그러자 한 씨는 조용히 "45살"이라고 답했다.
이어 재판장은 "미안하지 않은가. 늦잠을 잤다고 하면 기분이 어떻겠냐"며 "우리는 약속을 한 게 아니라 기일에 나오라고 명령을 한 것"이라고 한 씨를 크게 꾸짖었다. "계속 안 나오면 구속할 수밖에 없다"는 재판장의 경고에 한 씨는 결국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한 씨는 전화번호도 바꿨으나 이를 알리지 않았다. 재판 중 주소나 연락처가 바뀐 경우 즉시 법원에 알려야 한다. 재판장은 "저희는 연락이 안 되면 도망갔다고 생각한다"며 한 씨에게 바뀐 주소와 연락처를 쓰고 갈 것을 지시했다.
이 사건의 피고인 허 씨는 지난 1월 25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 한 빌라에서 모친과 금전 문제로 싸우다 살해하고, 친아들도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허 씨는 시신 2구를 비닐에 싸고 작은방 장롱 속에 은닉했다.
허 씨는 시신을 은닉한 채 연인 한 씨를 빌라로 데려와 함께 지내기도 했다. 이후 형수의 신고로 검거될 위기에 처하자 휴대전화를 끄고 한 씨와 모텔을 전전했다. 둘은 지난 4월30일 서울 성동구 한 모텔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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