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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난 드루킹의 희생양"…특검, 항소심 징역 6년 구형

  • 사회 | 2020-09-04 00:00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킹크랩 시연' 영상 틀자 재판부 "더 안봐도 되죠?"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댓글조작 공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항소심 심리가 마무리됐다. 3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김 지사는 드루킹 김동원이 모든 책임을 돌렸다며 억울함을 호소했고, 사건을 수사한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김 지사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서울고법 형사2부(함상훈 부장판사)는 3일 오후 댓글 조작 혐의를 받는 김경수 지사의 항소심 결심 공판을 열었다. 재판부는 오는 11월6일을 항소심 선고기일로 지정하고 1년6개월간 이어진 심리 절차를 이날 마쳤다.

특검은 김 지사의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혐의에 징역 3년6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징역 2년6월을 각각 구형했다. 1심 구형량보다 징역 1년이 늘어났다. 특검은 "피고인이 2017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에 불법적으로 관여한 것이 명확히 드러났다. 공소사실이 충분히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재판에는 문제의 '킹크랩 시연' 영상이 공개됐다. 특검과 김 지사 측 변호인단은 16분의 킹크랩 시연을 재연한 영상을 준비해 법정에서 틀었다.

특검은 김 지사가 산채에 방문한 2016년 11월 9일 오후 8시 7분 15초부터 8시 23분 53초까지 킹크랩 시연 시간을 특정했다. 시연을 본 김 지사가 킹크랩 개발을 승인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김 지사 측은 브리핑은 들었지만, 16분 시연은 본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특검의 영상을 시청하던 재판장은 도중에 "더 안 봐도 되죠?"라며 중단을 요청했다.

드루킹 김동원과 특검은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을 보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고 주장해왔다. 수십초 간격으로 포털사이트 메인화면과 로그인창이 이어지는 시연 과정을 아무 설명 없이 16분을 봤다는 주장은 다소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지사 측 변호인은 "개발하는 입장에서 프로젝트 승인받는 것은 제일 중요한 자리다. 이런 자리에서 당시 개발된 버전을 시연하는 것은 양날의 검"이라며 "만약 에러나 장애가 생기면 더 안 좋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검과 김 지사 측은 이날 재판에서 '댓글 역작업'을 두고도 공방을 이어나갔다. '역작업'은 드루킹 김동원이 자신의 인사 추천 요구가 거절되자 문재인 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에 공감을 누른 작업을 수행한 것을 뜻한다. 김 지사 측은 역작업을 근거로 김동원 씨의 독자적 결정과 판단에 따라 댓글 작업을 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특검은 역작업의 양이 1%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날 특검은 "99%이상의 정작업과 0.7%도 안되는 역작업의 비율이 나왔다. 통상 이야기되는 작업상 오류나 실수로 보여질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김 지사 측은 "만약 피고인과 공모했다면 도저히 공감에 클릭할 수 없는 것에 댓글이 달렸다"며 반박했다. 특검이 주장하는 0.7%는 의도적으로 축소한 것이며 최대 30%에 이른다는 점도 강조했다.

재판부는 "기술적인 문제를 가지고 계속 진행하긴 어렵다"며 양측에 다시 의견서를 정리해서 내줄 것을 요청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이날 재판부는 "재판부가 바뀐 이후로 피고인 이야기를 전혀 못 들었다. 몇 가지 물어보려 한다"며 김 지사를 법정 가운데로 불러내기도 했다.

재판부는 우선 김 지사에게 경공모(경제적공진화를위한모임)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물었다. 김 지사는 "정책을 매개로 온라인 모임을 하는 등 바람직한 모임이라고 생각했다"며 "저를 찾아오는 그런 분들을 성심성의껏 대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해 성의껏 만나고 응대했다"고 답했다.

텔레그램 대화방을 삭제한 이유도 물었다. 특검은 2018년 2월 댓글알바 매뉴얼에 대한 언론보도가 나오자 김 지사가 김동원 씨와의 비밀대화방을 삭제했다고 의심한다. 1심 재판부는 이를 유죄의 근거로 판단했다.

김 지사는 "기억이 정확히 나진 않지만, 김동원이 정부를 공격하는 비판활동을 지시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상한 사람이라 생각해 방을 나왔다"며 언론보도와는 선을 그었다. 김 지사는 "지나서 돌이켜보니 김동원이 자신과 조직의 이익을 위해서 저를 활용했다는 생각했다"며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최후진술에서도 김 지사는 "긴 시간동안 재판과 조사를 받으며 김동원은 왜 저를 끌어들였을까 의문이다. 생각해보면 희생양이 필요했던 것이 아닐까"라며 "자신의 필요에 따라 킹크랩을 만들어놓고 이제 와서 문제가 되니까 제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 씌웠다"고 주장했다.

특검에도 불편한 마음을 드러냈다. 김 지사는 "특검은 과연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이 목적인지, 아니면 저나 고 노회찬 의원과 같이 김동원과 관계만 있으면 어떤 정치인이든 무조건 유죄로 만드는 것이 목적인지, 심각하게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검은 "피고인과 김동원은 한 달에 한번은 만나거나 통화한 것을 알 수 있다. 김동원이 단순 지지자에 불과하고 연락을 무시하는 관계였다면 설명하기 어렵다"며 "여론을 왜곡하는 중대한 위법 행위가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김경수 지사는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2016년 11월 무렵부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당선 등을 위해 댓글 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을 이용한 불법 여론조작을 벌인 혐의로 기소됐다. 또 자신이 출마한 6·13지방선거를 도와주는 대가로 김 씨의 측근인 경공모 회원 도 모 변호사에게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하는 등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도 있다.

앞서 1심은 김 지사에게 적용된 혐의를 모두 유죄로 보고 댓글 조작 혐의는 징역 2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해 김 지사를 법정 구속했다. 항소심에서 보석으로 석방된 후엔 불구속으로 재판을 받아 왔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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