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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 121등→1등?"…아버지 이어 숙명여고 쌍둥이 유죄

  • 사회 | 2020-08-12 14:04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송승훈 부장판사는 12일 오전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현모 씨의 두 딸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을 열고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나란히 선고했다. 24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령했다. /뉴시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송승훈 부장판사는 12일 오전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현모 씨의 두 딸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을 열고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나란히 선고했다. 24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령했다. /뉴시스

징역 1년 6월에 집유 3년…"공교육 신뢰도 무너뜨려"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교무부장인 아버지에게 답안을 받아 시험을 치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송승훈 부장판사는 12일 오전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쌍둥이 자매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을 열고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나란히 선고했다. 24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령했다.

쌍둥이 자매 측은 "이 사건에 대한 직접 증거는 없고, 모두 간접 증거다. 성적상승은 노력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아버지 현모 씨 사건의 재판에서 인정된 증거들을 이 사건 재판에서도 모두 인정했다. 재판을 먼저 받은 아버지 현 씨는 지난 3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 형을 확정받고 복역 중이다.

◆ 전교 121등 → 문·이과 1등…"매우 이례적"

1심 재판부는 자매의 내신성적 급상승을 놓고 "이례적인 사례 중에서도 매우 이례적인 사례"라고 판단했다.

1학년 1학기 종합석차 459명 중 121등이던 쌍둥이 언니는 1학년 2학기에 전체 5등이 됐고, 2학년 1학기에는 인문계열 전체 1등을 차지했다. 평균 점수는 87점에서 97.9점이 됐다.

1학년 1학기 전교 59등을 했던 쌍둥이 동생은 2학기에는 전체 2등까지 올랐다. 언니와 달리 자연계열로 진학한 동생은 2학년 1학기 자연계열 전체 1등을 차지했다. 자매는 숙명여고 문·이과 수석을 나란히 차지했다.

쌍둥이 자매 측은 "성적상승 사례가 급격하지도 않고, 이례적이지도 않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피고인과 동일한 나이대의 여학생들이 1년 내에 성적이 급상승한 사례는 분명히 존재한다"면서도 "학생 수 대비 성적 급상승 사례의 비율에 비춰볼 때 통상적으로 흔하게 발생하는 사례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통상적으로 중하위권에서 상위권으로의 성적 상승보다 중상위권에서 최상위권으로의 성적 상승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1학년 2학기를 기점으로 성적이 상승해 2학년 1학기 인문·자연계 각 1등 석차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쌍둥이의 급격한 성적 상승을 놓고
재판부는 쌍둥이의 급격한 성적 상승을 놓고 "학생 수 대비 성적 급상승 사례의 비율에 비춰볼 때 통상적으로 흔하게 발생하는 사례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진은 경찰 수사 당시 압수된 시험지 등 증거물. /뉴시스

◆ '모의고사와 내신은 다르다?'…"지나치게 성적 차 많아"

쌍둥이 자매는 내신 성적에 비해 전국단위 모의고사 성적은 현저히 낮았다. 2학년 1학기 국어 과목에서 전체 1등을 나란히 차지했던 자매는 3월 첫 모의고사 국어에서 301등과 459등을 각각 차지했다. 수학 과목도 마찬가지였다. 2학년 1학기 내신 성적 전체 1등이던 자매는 모의고사에서 121등과 96등이었다.

쌍둥이 자매 측은 "내신점수만 잘 받아도 상위권 대학에 진학이 가능해서 개별적으로 유리한 방법을 선택해서 집중한다"며 "모의고사는 실제 대학 입시에 반영되지 않아 소홀히 하는 경우가 있어 흔히 있는 현상"이라고 주장해왔다.

재판부는 이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모의고사가 정기고사 출제 유형과 다르고 실제 입시에 반영되지 않더라도 배운 범위내에서 출제되고 묻는 게 현재의 통상적인 경향"이라며 "내신 최상위권 학생이면 어느 정도는 교내성적과 비례하는 전국단위 모의고사 성적을 얻는 게 일반적"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1등이었던 국어와 수학 과목 성적이 모의고사 점수와 차이가 지나치게 많이 난다는 점은 충분히 (증거로)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시험지 위 깨알 같은 숫자', '정정 전 정답 표기'…사전유출 정황

쌍둥이 자매의 학교 시험지에는 작고 연한 글씨로 숫자가 적혔다. 검찰은 이 숫자를 시험지 사전유출의 근거로 봤다. 시험 전에 얻은 정답을 미리 외워뒀다가 시험지를 받자마자 이를 써놨다는 것이다.

쌍둥이 자매 측은 시험이 끝나고 반장이 정답을 불러준 것을 시험지 여백에 적어둔 것이라고 반박해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쌍둥이 언니의 담임교사 진술 내용을 보면 모범 답안이 게시됐고, 학급 단체 채팅방에 촬영한 모범 답안지가 공유됐다"며 "(피고인들이) 정답을 외웠다가 이를 잊지 않기 위해서 시험지에 적어뒀다고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자매가 정정 전 정답을 쓴 경우도 정황 증거로 판단했다. 자매가 정정 전 정답을 잘못 기재한 경우는 총 6건이었다. 특히 동생은 화학 과목 시험에서 출제 교사가 '10:11'으로 이원목적분류표에 실수로 기재한 것을 답으로 써서 제출했다. 당시 '10:11'을 정답으로 기재한 학생은 동생이 전교에서 유일했다.

재판부는
재판부는 "아버지 현 씨와 공모해 위계로서 피해자 숙명여고의 학업성적 관리의 업무방해가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뉴시스

또 동생이 수학, 물리 등 풀이 과정이 필요한 과목의 시험에서 일련의 과정을 생략한 채 정답을 맞춘 점과 아버지 현 씨가 초과 근무를 자주 했던 점 등도 증거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시험 과정에서 보인 정답 유출 행동으로 보면 피고인과 변호인 측의 주장은 양립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개연성에 대한 합리적 의문이라기보다는 관념적, 추상적 가능성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버지 현 씨와 공모해 위계로서 피해자 숙명여고의 학업성적 관리의 업무방해가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 "공교육에 대한 국민 신뢰도 무너뜨렸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대학 입시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시험으로 투명하고 공정하게 치러져야할 학교 내부 정기고사 성적 처리 과정에서 1년 기간 동안 5회에 걸쳐 업무를 방해했다"며 "숙명여고 학생들 간의 공정 경쟁 기회 박탈은 물론 공교육에 대한 다수 국민들의 신뢰도 무너뜨려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그럼에도 피고인들은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있다"며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재판부는 쌍둥이 자매가 현재 소년이고, 범행 전력이 없다는 점을 참작해 집행유예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업무방해 정도는 중한 경우에 속해서 소년만 아니라면 징역 1년 이상, 3년 6개월 이하에 처하도록 돼 있다"면서도 "피고인들이 현재 소년이기 때문에 대법원이 정한 양형기준 적용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범행 당시 만 15~16세의 미성년자였던 피고인들은 이 판결 선고일 현재에도 소년으로서 인격을 형성해가고 있고, 범죄 전력이 없는 초범이다"며 "현 씨(쌍둥이의 아버지)가 관련 형사 사건에서 징역 3년으로 무거운 형을 받아 현재 복역 중이고, 피고인들은 퇴학 처분을 받았다"고 판시 이유를 설명했다.

딸들에게 시험지와 답안지를 유출한 혐의로 재판을 먼저 받은 아버지 현 씨는 지난 3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 형을 확정받고 복역 중이다. /뉴시스
딸들에게 시험지와 답안지를 유출한 혐의로 재판을 먼저 받은 아버지 현 씨는 지난 3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 형을 확정받고 복역 중이다. /뉴시스

쌍둥이 자매는 지난 2017년 1학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이듬해 1학기 기말고사까지 총 5차례에 걸쳐 교무부장 아버지가 빼돌린 답안을 보고 시험을 치러 학교 성적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지난달 열린 결심공판에서 "쌍둥이 자매가 숙명여고 동급생과 학부모의 19년 피와 땀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었다"며 각각 장기 3년에 단기 2년의 실형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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