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수사본부' 건의 일축…전면수용이냐 감찰이냐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퇴로 없는 치킨게임이 충돌 초읽기에 들어갔다. 윤 총장은 두손을 드느냐, 장렬히 전사하느냐 양자택일 상황에 놓였다. 추 장관은 일단 칼자루를 쥐었지만 후폭풍을 가늠할 수 없다.
8일 하루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긴박하게 돌아갔다. 오전 10시1분 추미애 장관은 "9일 오전 10시까지만 기다리겠다. 현명한 판단을 기다린다"며 윤 총장에게 최후통첩을 보냈다고 알렸다.
이날 윤 총장은 특별한 계획이 없다던 대검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추 장관의 통첩 8시간여 만인 오후 6시 12분 드디어 윤 총장의 입장이 공개됐다.
"검찰총장은 법무부장관의 지휘를 존중하고 검찰 내·외부의 의견을 고려하여, 채널에이 관련 전체 사건의 진상이 명확하게 규명될 수 있도록 서울고검 검사장으로 하여금 현재의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포함되는 독립적 수사본부를 구성하여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지 아니하고 수사결과만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는 방식으로 공정하고 엄정하게 수사하도록 하는 방안을 법무부장관에게 건의하였습니다."
평가는 엇갈렸다. 윤 총장이 대승적으로 물러선 것 아니냐는 쪽과 사실상 지휘 거부이자 꼼수라는 쪽으로 갈렸다. 추 장관이 휴가를 떠난 이날 중으로는 윤 총장 건의에 대한 법무부 입장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나 오후 7시 51분 법무부는 추 장관의 입장을 담은 새로운 공지글을 보냈다.
"총장의 건의사항은 사실상 수사팀의 교체, 변경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문언대로 장관의 지시를 이행하는 것이라 볼 수 없음."
사실상 윤 총장의 건의를 일축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추 장관은 오전에 밝힌 대로 9일 오전 10시까지는 기다리겠다는 뜻을 전했다. 대검이 전문수사자문단 절차를 중단하라는 지휘를 이행할지는 밝히지 않았다는 이유다.
하지만 대검은 전문수사자문단 중단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미 3일 윤 총장이 소집한 검사장 회의에서도 수사자문단 중단에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남은 쟁점은 '독립적 수사본부' 뿐이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이 건의한 김영대 서울고검장이 지휘하는 '독립적 수사본부'를 사실상 수사팀 교체와 특임검사 임명 시도라고 간주한다. 그가 "수사팀 교체와 제3의 특임검사는 명분과 필요성이 없음은 물론, 장관의 지시에 반하는 것"이라고 못박았던 사안이다.
윤 총장은 '장관 지휘 전면 수용' 외에는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상태다. 만약 수용하지 않는다면 추 장관은 '지휘 불복종'으로 보고 감찰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법무부가 검찰총장을 실제 감찰한 사례는 없다. 2013년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자 논란 때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이 감찰을 결정했으나 채 총장이 먼저 사퇴했다.
윤 총장이 감찰을 수용하더라도 '지휘 불복종'은 중징계가 불가피하다. 헌정사상 검찰총장이 징계를 받은 전례는 없어 치욕으로 해석될 수 밖에 없다. 윤 총장은 2013년 국정원 수사 외압 폭로로 정직 1개월 징계를 받은 적이 있지만 당시는 여주지청장 신분이었다. 자진사퇴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주도권을 쥔 듯한 추 장관으로서도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검찰총장 감찰이나 징계 모두 사상 초유의 사태이기 때문이다. 최근 부동산 사태 등으로 민심이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여론이 어떻게 움직일지도 가늠이 어렵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지적대로 윤 총장을 핍박받는 '정치적 순교자'로 만들어줄 수도 있다.
윤 총장의 건의안은 추 장관 뜻과 관계없이 법무부 내 검찰 출신 간부들과 대검 간부들이 물밑 조율 끝에 내놓은 결과물로 알려졌다. 더이상 절충안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자신의 SNS에 "윤 총장은 고심해서 건의했고, 추 장관은 즉각 윤총장이 장관의 지시이행을 하지 않았다고 판단한만큼 당장 재지휘를 하거나 윤총장에 대한 감찰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징계사유에 해당하는지 의문이 들지만, 결국 윤총장은 지난 정권에 이어 징계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져만 간다"고 했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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