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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초점] 조국 5촌조카 1심 마무리…정경심 '나비효과' 부를까

  • 사회 | 2020-07-01 05:00
자녀 입시비리 및 사모펀드 불법 투자 의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자녀 입시비리 및 사모펀드 불법 투자 의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법원 "정경심 10억은 대여…증거인멸 공모는 맞다"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법원이 사모펀드 관련 의혹으로 구속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모 씨에 대해 징역4년, 벌금 5000만원 형을 선고했다. 재판에 넘겨진 조 전 장관 일가 중 첫 결론이다.

조씨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는 조씨를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의 실 운영자로 적시하지 않았지만, 수십 회에 걸쳐 조씨를 최종 의사결정권자라고 표현했다. 코링크PE를 실 운영하며 횡령 등 범행을 저질렀다는 공소사실의 대전제가 인정되면서, 조씨의 대부분 혐의는 유죄로 판단됐다.

다만 조 전 장관의 배우자인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얽힌 혐의들 중에서는 증거인멸 교사 범행만 유죄 선고가 내려졌다. 특히 법원은 정 교수가 2015~2017년 조씨에게 건넨 10억 원을 투자가 아닌 대여라고 판단해, 관련 사건으로 기소된 정 교수의 재판에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코링크PE는 누구 겁니까" 법원의 대답은

조씨는 2016년 2월부터 코링크PE를 실질 운영하며 투자사 자금을 빼돌리고, 금융당국에 허위 보고해 주가 부양을 시도한 혐의 등을 받는다. 2017년 10월 코링크PE가 인수한 코스닥 상장사 WFM 역시 그의 지배를 받았다고 검찰은 봤다. 조씨가 코링크PE 실 운영자라는 의혹은 공소사실의 대전제가 되는 셈이다.

지난해 8월 사모펀드 관련 의혹이 최초로 불거진 시점부터 재판에 이르기까지 "코링크PE는 누구 것인가"라는 물음은 계속돼 왔다. 검찰은 코링크PE 대표이사인 이상훈 씨와 달리, 조씨의 명함에는 '총괄 대표이사'라고 쓰인 점, 그의 법인카드 한도액이 가장 컸던 점, 회사 관계자들이 조씨를 실 운영자로 지목하는 취지로 진술한 점 등을 들었다. 반면 조씨 측은 코링크PE의 '자금줄' 의혹이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 익성이 사실상 소유권을 가지고 있었으며, 조씨 자신은 익성의 하수인 격에 불과했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익성 이모 회장이 코링크PE 법인카드를 사용하고, 그의 아들이 경영 수업 일환으로 정규직으로 입사하는 등 코링크PE는 물론 WFM에 대해서도 익성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했다. 특히 영어교육업체였던 WFM을 인수해 익성의 자회사인 2차 전지 업체 IFM과 합병하는 과정은 '익성의 이익에 부합하기 위해서'였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법원은 조씨가 코링크PE 내에서 '최종 의사결정권'을 가진 자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때로는 익성과 상의를 거치긴 했지만, 이와 별개로 사내에서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하고 지시를 내리는 위치에 있었다는 이유다. 재판부는 "익성과 피고인이 독자적으로 코링크PE 내에서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하고 투자와 자금, 인사 전반을 총괄하는 지위였다는 것이 대부분 증인들의 진술"이라며 "피고인은 코링크PE 대주주이자 코링크PE를 통해 WFM 주식을 소유한 대주주이고, 사내 의사결정을 공동으로든 단독으로든 참여한 최종 의사결정권자라고 판단된다"고 했다.

'코링크 실 운영자는 조씨'라는 공소장의 대전제가 받아들여지며 조씨는 공소사실 중 대부분 혐의가 유죄로 판단됐다. 판결 말미 밝혀진 불리한 양형 사유 역시 "경영자로서 의무를 저버렸다"는 것이었다.

이 주장이 무너지며 특히 직격타를 맞은 건 WFM 소유였던 고급 승용차를 저가에 매입해 3700여만원의 재산상 이득을 취득했다는 혐의다. 검찰은 WFM 실 운영자로서 회사에 이익이 되도록 직무를 수행해야 할 의무를 저버리고 사적 이득을 취했다며 배임죄를 적용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무를 처리하는 자 지위에 있지 않아 (배임죄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데, 피고인은 WFM의 사실상 대주주이자 최종 의사결정권자"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회사의 이익을 위해 업무를 처리해야할 지위임에도 3700만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해 WFM에 손해를 가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지난해 9월20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이 출자한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의 자금줄이라는 의혹을 받는 자동차 부품업체 익성의 충북 음성군 소재 본사를 압수수색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검찰이 지난해 9월20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이 출자한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의 자금줄이라는 의혹을 받는 자동차 부품업체 익성의 충북 음성군 소재 본사를 압수수색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정경심 10억은 대여"...검찰의 문자는 먹히지 않았다

조씨 사건의 또 다른 쟁점은 정 교수가 조씨에게 건넨 10억원이 '대여인지 투자인지'였다. 검찰은 정 교수가 2015년 12월 자신의 이름으로 5억원, 2017년 2월에는 동생 정모 씨 이름으로 5억원 등 총 10억원을 코링크PE에 투자한 뒤 이에 대한 수익을 보전받기 위해 WFM과 허위 경영컨설팅 계약을 맺고 총 1억5000만원을 지급받는 방식으로 횡령을 저질렀다고 보고 있다. 조씨와 정 교수는 공범 관계다. 같은 법원 형사25-2부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정 교수의 공소장에도 포함된 혐의다.

검찰이 이 10억원을 투자로 본 주된 근거는 정 교수와 조씨가 나눈 문자였다. 2016년 8월 정 교수가 조씨에게 "좋은 투자 상품 없냐"고 묻고, 2017년 2월에는 조씨가 정 교수에게 "이번 수요일 시간되시냐. 투자금 출자에 대해 나눌 말이 있다"고 말한 문자내역이 재판에서 공개되기도 했다. '조카님, 잘 계시죠? 우리 돈도 잘 크고 있죠?'라는 정 교수의 질문에 조씨가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습니다'라고 답한 것, 정 교수가 동생 정씨에게 보낸 '내 꿈은 강남 건물을 사는 것'이라는 문자도 이 과정에서 나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문자들만으로 정 교수의 금전 거래를 투자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 문자 취지만으로 정 교수의 자금 유치가 투자라고 보기는 부족하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라며 "피고인이 정 교수에게 반복적으로 투자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원금을 보장하고 일정 금액을 지급한 구조로 비춰볼 때 일종의 금전소비대차계약이 성립했다, 즉 '대여'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했다.

WFM과 경영컨설팅 계약에 따라 지급된 1억5000만원 역시 정 교수로서는 빌려준 돈에 대한 이자라는 인식만 있었을 뿐 조씨의 횡령 범행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이에 더해, 2017년 2월 추가로 유치된 5억과 이에 대한 지급액의 경우, 당시 자금 유치가 필요했던 코링크PE가 정 교수 측에게 돈을 빌린 뒤 이자를 지급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조씨 역시 이 부분 범행 중 일부 혐의를 벗게 됐다. 불법으로 다른 사람의 재물을 취득하려는 '불법 영득의사'가 아닌 회사를 위한 자금 유치와 이자 지급이었다는 판단이다.

조씨는 정 교수와 공모해 실제 출자액은 약 14억원임에도 금융당국에는 100억원 상당으로 부풀린 혐의(거짓 변경보고)에 대해서도 무죄 판단을 받았다. 조씨가 최종 의사결정권자로서 금융당국 보고 의무를 지지만, 이상훈 대표 등 코링크PE 내 다른 관계자들이 보고 업무를 전담한 정황이 확실하고 이 과정에서 조씨가 어떠한 지시를 내린 점도 없다는 이유다.

법원은 30일 '사모펀드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모 씨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이새롬 기자
법원은 30일 '사모펀드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모 씨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이새롬 기자

◆'증거인멸 교사' 자산관리인 이어 조씨도 유죄

조씨의 재판부는 지난해 8월 조 전 장관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펀드 의혹과 관련된 자료를 폐기하게 했다는 혐의(증거인멸 교사)에 대해서는 조씨에게 유죄 판결을 내리는 한편, 정 교수가 공범이라는 점도 판시했다. 재판부는 "증거인멸 교사 혐의는 피고인이 자백했고 법정에서 다투지 않아 구체적으로 고지하지 않았지만, 피고인이 공범(정 교수)에게 '정○○(정 교수 동생) 이름이 드러나면 큰일난다'는 전화를 받아 증거인멸을 지시하고 실제로 증거가 인멸 및 은닉된 사실에 비춰 보면 피고인은 공범과 공모해 범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법원은 정 교수의 자녀 입시비리 의혹과 관련해 동양대 연구실 컴퓨터 등 증거를 은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자산관리인 김경록 씨에게 징역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입시비리에 이어 사모펀드 의혹에서도 증거인멸 혐의 공범이 유죄 선고를 받으며, 이 혐의에 대한 정 교수 측의 변론 준비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공범들의 유죄 선고로 정 교수 역시 같은 판단을 받을 거라 예측하기는 이르다. 정 교수 측은 검찰 수사가 아닌 조 전 장관의 인사청문회 준비의 일환이었기 때문에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 은닉 또는 폐기하는' 증거인멸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투자자 신상 정보를 보호하는 건 펀드 운용사의 당연한 업무로, 정 교수가 투자자인 동생의 이름을 숨겨 달라는 취지로 부탁하는 건 교사 범행이 아니라고도 주장한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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