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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초점] '최고의 검사' 한동훈…검언유착 의혹에 '백척간두'

  • 사회 | 2020-06-26 05:00
윤석열(왼쪽) 검찰총장이 지난 2월 13일 오후 일선 검사들과의 간담회를 위해 부산고검·지검을 방문해 소감을 밝히고 있는 가운데 한동훈(오른쪽) 부산고검 차장검사가 뒤따르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왼쪽) 검찰총장이 지난 2월 13일 오후 일선 검사들과의 간담회를 위해 부산고검·지검을 방문해 소감을 밝히고 있는 가운데 한동훈(오른쪽) 부산고검 차장검사가 뒤따르고 있다. /뉴시스

수사 중인 사건 법무부 감찰은 극히 이례적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양승태 전 대법원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전직 대통령부터 사법부의 수장, 굴지의 재벌 총수에 이르는 이들을 모두 수사하고 구속시킨 검사가 있다. 한동훈 검사장이다.

지난해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동훈 검사장(47·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앞에 두고 이런 말을 했다.

"우리 한동훈 부장님에게는 편견이 좀 있어요. 옆에 계신 조상준 (형사)부장님이 제가 국방위 할 때 방사청에 계셨는데 최고의 검사라고 워낙 칭찬을 하셔서 그런 편견이 좀 있습니다."

한 검사장이 자타공인 특수통 대표 검사가 되기까지 뒤에는 윤석열 총장이 있었다. 윤 총장은 2003년 대선 불법자금 수사 당시 대검 중수부에서 처음 손발을 맞춰 본 이후 한 검사장을 그림자처럼 중용했다. 특히 2017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되자 핵심인 3차장에 불러올렸다. 3차장은 특수부를 비롯 인지수사부서를 총지휘하면서도 언론 창구 역할까지 하는 '지검장의 분신'이다. 국정농단, 사법농단,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 등 굵직한 사건은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해묵은 미스터리였던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질문에 해답을 낸 검사도 한동훈이었다.

지난해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조국 사태' 와중에도 한 검사장은 중심으로 지목됐다. 특히 여권의 스피커였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그를 거론한 건 의미심장했다. 윤 총장이 조국 전 장관의 혐의에 심증을 굳히고 전격 강제수사에 나선 건 가장 신뢰하는 한 검사장의 보고를 믿었기 때문일 것이라는 추론이었다.

승승장구하던 한 검사장에게 걸린 첫 번째 브레이크는 '윤석열 사단'이 대거 좌천된 지난 1월 인사였다. 한때 차기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거론됐던 그가 대검에서 부산고검 차장으로 발령나며 수사 지휘라인에서 완전히 배제됐다.

그나마 부산고검에서는 후일을 기약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더 절체절명의 상황이 됐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언유착' 의혹에 대해 직접 감찰을 지시하면서 사실상 무보직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전보 조치한 것이다.

검사장이 법무연수원으로 발령나면 옷을 벗어야 하는 코스에 들어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2016년 주식부당거래 의혹을 받은 진경준 검사장이 법무연수원으로 좌천된 뒤 감찰을 거쳐 해임된 케이스도 있다. 대검과 합동이 아닌 법무부 단독 감찰을 받은 검사는 2013년 혼외자 의혹 당시 채동욱 전 검찰총장 정도다. 검사에 대한 1차 감찰권을 가진 대검을 건너뛴 데다가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을 법무부가 감찰하는 건 극히 이례적이라 추 장관의 의중에 관심이 쏠린다.

권력자들의 '저승사자'로 불리던 그에게 수사망이 좁혀오는 것도 아이러니하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정진웅 부장검사)는 한 검사장의 휴대폰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출석 조사 일정을 저울질한다.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형편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한동훈 검사장은 윤석열 총장에게 오른팔 이상의 인물이다. 한동훈을 치면 윤석열을 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검사장을 징검다리 삼아 윤 총장을 겨냥한 본격적인 사퇴 압박이 시작됐다는 뜻이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강남일 차장, 한동훈 반부패부장, 이원석 기조부장(왼쪽부터)이 지난 1월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본관에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다/임세준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과 강남일 차장, 한동훈 반부패부장, 이원석 기조부장(왼쪽부터)이 지난 1월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본관에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다/임세준 기자

윤 총장과 한 검사장이 주변의 우려 만큼 나쁜 상황은 아니라는 해석도 있다. 추 장관이 윤 총장의 한명숙 전 국무총리·검언유착 의혹 처리를 놓고 여권 내에서 자신의 능력까지 의심하는 상황에 처하자 불만이 폭발해 초강수를 던졌다는 말이다. 실제 윤 총장의 거취를 결정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인 문재인 대통령이 쉽게 사람을 물리치지 않는 성향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의견도 있다. 결정적인 물증이 드러나지 않아 수사든 감찰이든 한 검사장의 혐의를 밝혀내기는 쉽지않다는 주장도 적지않다.

"도저히 수긍하기 어려운 조치이나, 어느 곳에서든 공직자로서 소임을 다하겠습니다. 편향되지 않은 ‘공정한 수사’가 이루어지기만 한다면 저의 무고함이 곧 확인될 것으로 생각하고, 끝까지 진실을 밝히겠습니다."

한 검사장이 법무부의 전보조치 발표 이후 밝힌 입장이다. 그가 바라는 진실이 밝혀질 수 있을지, '최고의 검사'에게 오명이 남을지 법무부의 전격 감찰 결과와 내달 초로 예상되는 전문수사자문단의 '검언유착' 수사 심의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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