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보고서 위조' 집중 공방…조국 증인 채택에 술렁
[더팩트ㅣ서울중앙지법=송주원 기자]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 재판에서 검찰과 피고인 측이 사모펀드 보고서 위조 혐의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검찰은 범행배경을 밝히기 위해 증인신문 중 "정 교수의 성격이 꼼꼼했느냐"는 질문을 반복해 재판부에게 제지당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권성수·김선희 부장판사)는 25일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정 교수의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서는 지난해 8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사모펀드 관련 의혹을 숨기기 위해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 관계자들에게 자료 위조를 지시한 혐의(증거위조 교사)에 대한 심리가 이뤄졌다. 당시 해명자료를 준비했던 전직 코링크PE 핵심 운용역(이사) 임모 씨와 전 재무이사 이모 씨가 증인으로 나왔다.
임씨는 지난해 8월 조 전 장관의 청문회를 앞두고 재무이사 이씨와 함께 블루펀드 운용현황보고서 2건을 작성했다. 블루펀드는 코링크PE의 사모펀드 중 하나다. 정 교수가 블루펀드에 투자한 돈은 가로등점멸기 업체 웰스씨앤티를 거쳐 2차 전지 음극재 개발업체 IFM에 투자됐다. 이어 웰스씨앤티를 거쳐 또다른 2차 전지 업체 WFM 경영권 인수에 쓰인 것으로 조사됐다. 정 교수가 이같은 투자 구조를 알았으면서 블라인드 펀드인 것처럼 꾸며 직접 투자를 한 것으로 검찰은 본다. 투자 당시 정 교수는 공직자의 배우자로, 직접 투자가 불가능했다.
또 검찰은 정 교수가 이같은 사실을 숨기기 위해 1차 보고서를 미리 받아본 뒤, 투자처와 관련된 내용을 빼도록 지시해 위조된 2차 보고서만을 청문회 준비단에 제출했다고 보고 있다.
임씨 역시 "증인은 보고서 초안을 작성할 당시 이상훈 코링크PE 대표이사에게 '피고인은 블라인드 펀드라 투자처를 몰랐다고 해명 중이니 (투자처 관련 내용은) 빼라'는 지시를 받은 적 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네"라고 대답했다.
이 초안을 바탕으로 임씨는 2019년 8월16일 보고서를 작성했고, 이씨는 준비단이 아닌 조 전 장관에게 직접 전달했다. 이후 임씨는 "블라인드 펀드는 투자 대상을 알려드릴 수 없다"는 내용 등을 덧붙여 같은 달 21일 2차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는 1차 보고서와 달리 준비단에 전달됐다.
'코링크PE에서는 이미 15일 1차 보고서를 작성해 조 전 장관에게 전달됐는데, 2차 보고서를 작성할 필요는 없지 않았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임씨는 "네"라고 답했다. 이어진 '증인은 검찰에서 1차 보고서를 조 전 장관에게 이미 건넨 상황에서 2차 보고서가 준비단에 전달되면 둘 중 하나는 허위임이 명백해 문제될 수도 있겠다고 진술했는데, 당시 이런 생각을 한게 맞느냐'는 질문에도 "그렇게 생각했었다"고 답변했다.
임씨는 또 해명자료를 준비하던 중 정 교수와 연락을 주고 받았으며, 이 과정에서 답변이 시원찮다는 이유로 정 교수에게 면박을 당한 일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정 교수가 코링크PE 관계자들에게 자주 연락해 문의한 정황을 증거위조 교사 혐의 등 증거인멸 혐의의 배경으로 입증하려던 중 재판부에게 제지당하기도 했다.
검찰: 피고인은 WFM(사모펀드 투자사) 자문료 지급과 관련해 원천징수 신고까지 세세하게 챙긴 걸로 보이는데, 증인 경험에 따르면 피고인은 매우 꼼꼼합니까?
임씨: 그건 원래 일반인들도 많이 챙겨서 꼼꼼하다고는….
검찰: 그 이후에 있었던, 증인이 직접 해명자료를 작성하던 2019년 8월21일 상황까지 종합하면….
임씨: 저랑은 연락을 안 하셨기 때문에….
검찰: 아니 8월22일, 21일 쯤에 이상훈 대표 출국하고서는 피고인이 증인에게 연락 했잖아요?
임정엽 부장판사: 다음 질문하세요. (피고인의) 성격이 중요한 건 아니에요.
임씨에 이어 증언대에 선 전 코링크PE 재무이사 이씨는 다소 결이 다른 증언을 내놨다. 정 교수 해명에 맞춰 투자처 관련 내용이 빠졌다는 초안에 대해 이씨는 "그런 의미(정 교수 측 주장에 맞추라는)는 아니었고, 이상훈 대표가 임씨에게 운용보고서를 만들라고 했는데 임씨가 지시를 잘못 이해해서 웰스씨앤티 투자보고서를 만들었다. 그래서 이상훈 대표가 '블루펀드에 관한 운용보고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다시 알려줘 임씨가 만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 교수가 투자금이 처음 흘러 들어간 웰스씨앤티를 모르고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씨의 증언을 종합하면, 이씨와 이상훈 대표, 임씨 등은 웰스씨앤티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아 투자에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코링크PE의 실 운영자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정 교수의 5촌 시조카 조모 씨가 투자를 무리하게 추진했다고 한다. 조씨 역시 웰스씨앤티의 재무 상황 등이 미흡함을 알고 있었고, 이 사실을 숨기려고 정 교수에게 투자처 정보를 알려주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씨는 '이상훈 이사와 웰스씨앤티를 실사(조사하거나 검사함)한 결과 사업 목표나 계획 등이 미흡하고 재무 상태도 현격한 차이가 나 (투자에) 부정적이었느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저는 확실히 반대 의견이었다"고 시인했다. '증인이 생각하기에 (웰스씨앤티가) 아주 안 좋은 회사라 피고인에게 알려지기를 원치 않아 블라인드 펀드라는 것이냐'는 재판부의 질문에도 이씨는 "네"라고 답했다.
또 이씨는 지난해 8월에서야 정 교수가 언론보도로 웰스씨앤티의 존재를 알았으며, "언제 웰스씨앤티같은 회사에 투자했느냐"는 말을 자신에게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는 1차 보고서를 직접 받아 보는 등 정 교수의 증거위조 교사 혐의에 가담했다고 의심 받는 조 전 장관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재판부는 "형사소송법과 관련 법령 해석상 증언거부권이 있는 증인에 대해서도 (증인신문의) 필요성이 인정되면 소환할 수 있다"며 "증언거부권을 이유로 소환 불응 역시 안된다"고 채택 이유를 설명했다.
정 교수 측 변호인단은 이같은 재판부의 결정에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규정한 증언거부권을 무력화시키는데다 인권 침해 여지가 있다"며 곧바로 이의를 제기했다.
변호인은 "친족 간의 증언거부권 행사는 법적으로 보장돼 있는데, 조 전 장관이 증언대에 서는 그 자체만으로 사실상 증언을 거부할 수 없도록 강제하는 위치에 놓이게 된다"며 "증언대에 선 이상 어떠한 정황이든, 간접사실이든 내 배우자의 유죄 심증으로 작용할 거라는 우려를 머릿속에 두고 진술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인권침해"라고 역설했다.
재판부는 변호인의 이의 제기에 10여분간 휴정하고 따로 논의하기도 했다. 논의를 마친 뒤 법정에 복귀한 재판부는 "증인 소환과 진술거부권 행사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부부가 공동 피고인 또는 공범일 경우에도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해 당연히 소환할 수 있고, 부부 중 한 쪽을 증인으로 부르면 안 된다는 법이나 법원 규칙, 관행도 없다"고 기존 채택 결정을 유지했다.
정 교수의 다음 공판은 다음달 2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딸 조민 씨의 인턴 증명서 위조 혐의와 관련해, 한인섭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등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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