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증거인멸 우려 없어…조현병 따른 우발적 행위"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서울역 '묻지마 폭행' 사건의 용의자 이모(32) 씨가 두 번의 영장 청구에도 구속을 면했다.
서울중앙지법 김태균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5일 오후 이 씨에 대한 두 번째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김태균 부장판사는 "피해 내용과 정도 등에 비춰 사안이 중대하다"면서도 "피의자의 주거가 일정하고, 범죄혐의사실 입증에 필요한 증거 대부분이 이미 충분히 수집됐다"고 했다. 이어 "수사 진행 경과 및 피의자가 수사에 임하는 태도 등을 봤을 때, 도망가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범죄 양상에 대해서도 "여성 혐오에 기인한 무차별적 범죄라기보다는 피의자가 평소 앓는 조현병 등에 따른 우발적, 돌출적 행위로 보인다"며 "피의자는 사건 발생 후 정신병원에 입원해 치료받고 있고, 재범방지와 치료를 위해 충분한 기간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한다"고 설명했다.
재범 우려 역시 "피의자의 재범방지는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의 관련 규정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통해서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 씨는 지난달 26일 오후 1시 50분께 공항철도 서울역 1층에서 일면식도 없는 여성에게 주먹을 휘둘러 중상을 입히고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 A 씨가 SNS에 쓴 글에 따르면 이 씨가 먼저 다가와 어깨를 부딪히고, 욕설을 했다고 한다. 이에 화가 난 A 씨가 항의하자 이 씨는 다시 욕설을 뱉으며 주먹으로 여성의 눈가를 가격했다. A 씨는 광대뼈가 함몰되는 등 크게 다쳐 입원 치료 중이다.
이 씨는 A 씨를 폭행하기 전에도 다른 행인에게 여러 차례 시비를 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 2일 서울 동작구 자택에서 이 씨를 긴급체포하고 이튿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당시 법원은 "긴급체포는 예외적으로 허용돼야 하는데 위법하게 집행된 이상 구속영장 청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라며 구속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철도경찰은 이 씨가 행인들을 위협하거나 폭행한 혐의를 추가로 찾아 지난 12일 영장을 재신청했고, 검찰은 이를 토대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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