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 반성"…증인 불출석에 재판 조기 종료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 씨 측이 일부 성 착취 영상물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협박이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이현우)는 11일 오후 조주빈과 조 씨의 공범인 전 사회복무요원 강 모 씨(24), '태평양' 이 모 군(16)의 아동·청소년성보호에관한법률 위반 등 혐의 사건의 첫 번째 공판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과 달리 공판기일은 피의자의 출석 의무가 있어 조 씨와 강 씨, 이 군은 모두 재판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조 씨는 검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법정에 섰다.
재판부는 이날 피해자를 증인으로 불러 비공개 신문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불출석해 재판은 빠르게 종료됐다. 조 씨의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대체로 인정한다면서도 강제추행과 아동청소년성보호법상 강간 등 일부 혐의는 부인했다.
변호인은 재판이 끝난 후 취재진에게 "혐의 대부분을 인정하나 동영상 일부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기망만 있었지, 협박이 없었다"며 "일부 영상물 중에서 협박이나 폭행이 들어가지 않은 부분만 추행 등 혐의를 부인한 것"이라 설명했다.
조 씨가 제출한 반성문을 놓고는 "조 씨가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조 씨는 첫 공판기일을 앞두고 재판부에 22차례에 걸쳐 반성문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반성문을 쓴 이유를 묻자 변호인은 "(조 씨가)글 쓰는 것을 좋아한다"면서 "구치소에서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후회하는 입장에서 쓴 것"이라고 답했다.
조 씨는 지난해 5월부터 올해 2월까지 여성 피해자 25명을 협박, 성 착취 영상을 제작한 뒤 텔레그램 '박사방'을 통해 이를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 중 8명은 미성년자로 확인됐다. 15세 피해자에게 나체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뒤 박사방 회원 한 모 씨에게 피해자를 직접 만나 강간을 시도하고 음란행위를 하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5명의 피해자에게 박사방 홍보 영상을 촬영하도록 한 혐의와 프리랜서 기자 김웅 씨를 속여 1500만 원을 받아낸 혐의도 있다. 조 씨의 혐의는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음란물 제작·배포)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강제 추행)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유사성행위)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강간)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강제추행)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에 대한 음행강요·매개·성희롱 등) △강제추행 △강요 △강요미수 △협박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기 △사기미수 △무고로 총 14개에 달한다.
함께 재판을 받게된 강 씨는 지난해 12월 조 씨에게 자신의 고등학교 담임교사의 딸을 살인해달라고 청부하며 주소 등 개인정보와 400만 원을 준 혐의를 받는다. 또한 조 씨의 지시를 받고 SNS에 스폰서 광고 글을 게시해 피해자들을 유인,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제작한 혐의도 있다.
'태평양' 이 군은 조 씨의 지시로 피해자 17명의 성 착취 영상물을 박사방에 게시하고, '태평양 원정대'라는 별도의 대화방을 운영해 성 착취 영상을 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이날 재판부는 피해자 측 변호인이 제출한 의견서를 놓고 큰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범행 영상 증거를 법정에서 틀 경우 '2차 피해'가 발생한다는 이유로, 재판부의 집무실에서 재생하고 시청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법정에서 재생하는 것이 무난하다. (증거 영상을) 재생할 때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퇴정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검토해봐야 한다"며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25일 예정된 다음 공판에는 피해자 2명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재판부는 피고인과 방청객을 모두 퇴정시키고, 비공개로 진행하기로 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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