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사실관계 소명"…최지성-김종중 영장도 기각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을 면했다.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8일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 위반(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행위), 주식회사등의외부감사에관한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는 이 전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 등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불구속 재판의 원칙에 반한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원 부장판사는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소명됐고, 검찰은 그간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했다고 보인다"면서도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해선 소명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춰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8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시작된 이 부회장에 대한 심문은 약 8시간 30분 지난 오후 7시쯤 끝났다. 이후 최 전 실장과 김 전 사장 등에 대한 심문이 이어져 이 부회장은 법원 내에서 약 2시간을 대기했다.
이 부회장은 법원에 도착한 지 11시간 20분이 지난 오후 9시 20분께 법원을 떠났다. 취재진이 '심사가 오래 걸렸는데, 어떤 내용을 소명했나', '마지막까지 혐의를 부인했나', '합병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불법적 지시를 내린 적이나 보고 받은 적 있나' 등 질문을 하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준비된 차량에 탑승한 이 부회장은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오후 9시 46분쯤 도착해 4시간 넘게 결과를 기다렸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7년 국정농단 사태 당시 박영수 특검이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두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한 끝에 구속됐다. 1여 년의 수감생활 후 이 부회장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난 바 있다.
검찰은 구속영장 기각이 결정된 직후 "사안의 중대성, 지금까지 확보된 증거자료 등에 비춰, 법원의 기각 결정을 아쉽게 받아들인다"면서도 "영장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향후 수사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 부회장 등이 안정적 경영권 승계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합병하는 과정에서 회계 부정 등 불법행위에 관여했다고 의심했다. 합병 과정에서 제일모직의 최대 주주였던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삼성물산의 주가를 떨어뜨리고 제일모직은 부풀리는 등 합병 비율을 의도적으로 조작했다고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가 이뤄졌다고 파악했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합병과 관련된 보고를 받거나 지시한 적이 없다'며 합병 과정이 규정과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됐고, 회계처리 역시 기준에 맞게 처리됐다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한편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은 지난 2일 기소 타당성을 판단해 달라며 서울중앙지검에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서를 제출했다. 수사심의위는 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의 수사 과정을 심의하고, 수사와 기소의 적정성과 적법성을 평가하기 위한 제도다.
검찰은 "이재용 부회장 등의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에 따라 11일 부의심의위원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하고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라 밝혔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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