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업무방해죄 불성립' 주장에 힘 실어
[더팩트ㅣ서울중앙지법=송주원 기자]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서울대학교 교수가 조민 씨의 인턴십 확인서 등을 놓고 "1차 합격에 결정적 역할을 했을지 의문"이라는 취지로 증언했다. 서류의 허위 여부와 별개로 입시 업무에 영향이 적었다면 업무방해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정 교수 측 주장에 힘을 싣는 내용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권성수·김선희 부장판사)는 21일 오전 10시 업무방해와 허위작성공문서행사, 위조사문서행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 교수의 14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는 정 교수가 딸 조씨의 호텔 아쿠아펠리스 인턴십 확인서 등을 허위로 발급해 주고, 이를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사용해 지원대학의 입학사정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에 대한 심리가 이뤄졌다.
조씨는 2014년 서울대 의전원 입시에 응시해 1차 서류전형에 합격했다. 허위작성된 인턴십 확인서 등을 제출해 서류전형에 합격함으로써 서울대 의전원 입시 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이 검찰 주장이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서울대 의전원 교수 신모 씨는 이 의전원장과 교무부학장을 지냈다. 신 교수는 지난해 9월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해 출석해 '자기소개서에 연구소에서 인턴 활동을 하더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논문 작성, 포스터 발표 등 해외 학술대회에 참여했다면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가'라는 질문에 "실적이 나온 것이니 더 의미있게 평가한다"고 대답했다.
또 '조씨가 1단계 전형을 통과한 건 서류 심사에서 점수를 잘 받았기 때문인가'라는 질문에 "그럴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검찰이 허위라고 보는 조씨의 공주대학교·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턴 증명서가 의전원 합격에 큰 도움이 됐다는 취지다. 공소장 기재대로 조씨의 경력이 허위라면, 각 대학 입학 업무 담당자들을 속여 정당한 입시 업무를 방해했다는 업무방해·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신 교수는 법정에서도 '증빙 서류가 허위라면 결격, 또는 불합격 처리되고 합격자 역시 취소 처분되는 게 맞냐'는 검찰의 질문에 "네, 그것이 입시 요강에 나와 있는 내용입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또 검찰이 서울대 치의학전문대학원이 허위 내용이 포함된 자기소개서 및 증빙 서류로 합격한 학생에 대해 입학을 취소한 실제 사례를 들자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변호인 반대신문에 이르자 신 교수는 "검찰 조사 때 진술을 수정하고 싶어 이 법정에 왔다"며 "(검찰 조사 때) 다른 지원자들의 점수를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조씨의 학점이 비교적 낮고, 제출한 서류는 많길래 1차 서류전형 합격에 유리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별 항목별로 조씨 순위를 계산해 봤더니 서류 심사가 10점 만점에 7.08점이었다. 1단계 합격점은 6.5~10점 사이로 조씨는 지원자 136명 중 108등에 해당했다"고 밝혔다. 조씨가 서류전형 1차에 합격한 건 맞지만, 점수와 등수를 봤을 때 조씨의 증빙 서류들은 큰 영향이 없었다는 판단이다.
변호인이 "증인은 검찰 조사 당시에도 인턴 기간이 길면 유리하냐는 검찰 질문에 '심사위원에 따라 활동만 하느라 공부는 안했구나'라는 이미지를 남길 수 있다고 답한게 사실이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변호인이 제시한 신 교수의 검찰 진술조서에는 "현실적으로 학생이 해낼 수 없는 활동, 어려운 활동이 많다면 진위 여부가 의심돼 오히려 점수받기가 어려워진다"는 진술도 담겼다.
재판부가 직접 신문에 나섰을 때도 신 교수는 "오늘 재판을 대비해서 봤을 때, 서류심사가 결정적 역할을 했을지 개인적으로 의문이 든다"고 강조했다. 신문 절차가 끝난 뒤 마지막 발언 기회를 얻은 신 교수는 "검찰 조사에서 기억나는대로, 사실대로 말씀드렸다"면서도 "신문을 준비하며 새롭게 자료를 찾은 부분들이 있다. 오늘 말씀드린게 제 최종 의견"이라고 전했다.
입시비리 의혹과 관련해 조씨가 최종합격해 재학 중인 부산대학교 의전원 교수 김모 씨도 증인석에 앉았다. 김 교수는 조씨가 지원한 2014년 당시 입학전문관리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김 교수는 "만약 위조된 표창장이 제출되거나, 서류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면 면접 점수 자체가 부여될 수 없는 것이냐"는 검찰의 질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다만 "만약 수상 실적이 공란이라면 점수가 낮아지는가"라는 질문에는 "표창이 없다고 1점을 빼거나 하는 일은 없다"며 비교과영역 서류 제출 여부는 점수와 큰 상관이 없다는 취지의 증언을 내놨다.
이날 재판에는 조씨가 고교 시절 2년여간 부산 호텔 아쿠아펠리스에서 인턴을 했다며 허위 확인서를 발급받았다는 혐의와 관련해 두 명의 증인이 출석했다. 호텔 설립 때부터 함께한 관리담당 이사 박모 씨는 '조씨는 호텔 홈페이지를 통해 인턴십 공지를 보고 전화, 이메일로 문의했다던데'라는 검찰의 질문에 "당시 호텔 홈페이지에서 인턴 공고를 낸 적 없고, 이후에도 없었다"고 답했다. '조씨는 발급받은 확인서는 호텔에서 사용한 양식이라던데, 증인의 호텔에 확인서 양식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도 "없다"고 답했다.
또 다른 증인은 작고한 남편에 이어 회장으로 취임한 A씨였다. A씨 역시 "호텔에서 인턴십 제도, 특히 고교생 상대 인턴십 제도를 별도로 운영하지는 않는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다만 "여상(여자상업고등학교) 학생들이 그룹으로 실습한 적 있었고 그 중 한 명은 우리 호텔에 취업까지 했다"며 "그 학생이 결혼하기 전에 인사드리겠다고 찾아와 분명히 기억난다"고 덧붙였다.
지금은 세상을 떠난 김모 회장이 살아있었을 당시 부탁을 받고 인턴십 확인서를 발급한 적은 없었냐는 변호인의 질문에는 "(그런 일을) 들은 적 없다"고 했다.
한편 정 교수 측은 "동양대 총장 명의 표창장 파일이 강사 휴게실에 있던 정 교수 컴퓨터에서 발견된 이유를 밝혀달라"는 재판부 석명 사항에 대해 "다른 업무용 컴퓨터 자료를 백업하거나 복사하다 옮겨진 것으로 추정된다. 피고인은 오래 전 일이라 기억이 없다"고 답했다.
추측이 아닌 명확한 답을 달라는 취지의 재판부 질문이 집중되자 변호인은 "이 사건은 민사소송이 아닌 형사재판"이라며 "10년도 넘은 개인의 오래된 기억보다 검찰이 마련한 증거로 입증할 일이다. 수사권도 없는 변호인은 합리적 의심을 제기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변호인이 제기한 합리적인 의심에 검찰이 증거를 제시해 (의심을) 배제하면 된다. (정 교수 의 기억이) 선명하지 않은 건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라고 역설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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