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기대반 우려반..."교사는 방역전문가 아니다" 토로도
[더팩트ㅣ종로=윤용민 기자] "왠지 조금 어색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면서 또 걱정도 되네요."
20일 오전 8시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 정문 앞.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80일 만에 등교하는 한 고3 학생에게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다. 이 학생은 "길고 길었던 겨울방학이 끝났는데 아직까지도 개학한 것 같지 않다"며 "코로나도 그렇고 수능에 내신까지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발열체크를 위해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또 다른 학생은 "엄마는 걱정하긴 하시는데 이렇게 막상 애들하고 선생님을 만나니 반가운 마음도 있다"면서 "이제 진짜 수험생이 됐다는 부담감도 있다"고 했다.
교사들은 제자를 모처럼 만나 반가워하면서도 내심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계속해서 교문에 들어서는 학생들에게 1m 간격 두기를 지시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가 반가워 몸을 맞댈 정도로 가까이 붙는 학생들이 많아서다.
학생들은 교문에서 발열 검사를 받고 교실로 들어갔다. 교실 내에서도 거리 두기를 지키고, 이동할 때는 정해진 계단만 이용하도록 했다. 마스크를 착용한 학생들은 하복과 춘추복을 뒤섞어 입었다. 겨울방학이 끝나고 봄은 왔지만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는 쌀쌀한 날씨 탓이다.
이 학교에 다니는 위모(19) 군은 "그동안의 답답함이 풀리는 기분"이라며 "교실에서 선생님한테 직접 수업을 받는 것도 기대되고 친구들도 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랜만에 학교에 오니까 기분이 좋다"며 "집에서 온라인 수업하는데 공부도 안 되고 집중도 안 돼서 불편했다"고도 했다.
학교 측은 거리 두기와 방역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여의치 않아 보였다. 현장에서 만난 모 교사는 "현실적으로 교육부가 제시한 학생 간 1m 거리 두기를 완벽하게 지키기는 불가능하다"며 "다음 주에 고2까지 나오기 시작하면 음악실이나 과학실 등 특별실을 활용해 분반해도 한계가 있고, 교사 인원도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이 교사는 "수능 연기까지 말씀하신 교육감이 여기 나오셨는데 오늘 특별한 선언이라도 해주셨으면 좋겠다"면서도 "우리는 교육 전문가지 방역 전문가가 아닌데 이걸 현장에서 다 알아서 하라고 하면 도대체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이날 실제 경복고에는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직접 나와 체온계를 들고 아이들을 맞이했다.
조 교육감은 학생들이 대부분 등교한 8시 30분께 현장에서 간단한 브리핑을 했다. 그는 "학업과 방역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쫓아야 하는 긴장된 국면으로 들어섰다"며 "기도하는 긴장된 마음으로 등교하는 학생을 맞았다"고 했다. 이어 "학생들을 맞으면서 지난 3개월간 너희들을 애타게 기다렸다고 되뇌였다"며 "교육은 교사와 학생이 눈을 맞추고 교실에서 친구와 관계를 맺을 때 이뤄지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다소 안정되는 국면에서 방역과 학업을 조화시키는 새로운 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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