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잘못된 관행 근절 위해 엄벌해야"
[더팩트ㅣ송은화 기자] 남의 책 표지만 바꿔 자신의 저서인 것처럼 출간한 이른바 '표지갈이' 사건으로 기소된 대학 교수들에게 대법원이 벌금형을 확정했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저작권위반 및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 등 대학 교수들의 상고심에서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한다고 27일 밝혔다.
A씨 등 대학교수 5명은 2014년 8월 한 출판사 영업담당자에게 2006년 초판 발행된 전공서적에 공저자로 이름을 올리자는 요청을 받아 이를 승낙했다. 이들은 저작자가 아닌데도 서적 표지에 실명으로 저작자로 표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1심 법원은 교수들에게 각각 벌금 1200만원에서 150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현행 저작권법은 다른 사람의 저작물에 이름을 바꿔 '공표'한 자를 처벌하고 있다"며 "여기에서의 공표는 저작자 아닌 자를 저작자로 표시해 저작물을 공중에 공개하거나 발행하는 행위를 할 때마다 범죄가 성립한다고 해석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최초로 공중에 공개하거나 발행하는 경우로만 국한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1심 법원은 또 "피고인들은 대학교수로 우리 사회의 대표적 지성인이면서 교육자로 고도의 윤리의식을 갖춰야 하는데도 저작자도 아닌 자신들의 이름을 공저자로 추가해 부정한 사익을 추구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재판부는 그동안 일부 대학교수 사이에서 '표지갈이'와 같은 잘못된 관행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이러한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서라도 피고인들을 엄히 처벌할 필요성이 충분하지만 동일한 유형의 사건과 형평성을 고려해 벌금형을 선택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항소심에서는 1심에서 벌금 1200만원 등을 선고받은 B교수의 항소사건 3건이 병합돼 심리됐다. B교수는 2016년 11월 25일 의정부지법에서 진행된 1심 재판 3건에서 각각 벌금 1200만원, 벌금 1200만원, 벌금 1000만원을 각각 선고받은 뒤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B교수에게 벌금 2000만원, C교수에게는 벌금 1200만원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D교수에게는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으나, 업무방해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항소심 법원은 "D교수는 2013년 10월께 재직 중이던 대학의 교원 재임용 심사와 관련해 표지갈이한 도서를 자신의 저서라고 기재한 재임용 심의신청서를 제출했다"면서도 "대학 심사담당자가 이 서적의 발행일을 재임용 심의과정에서의 실적 산출기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평가 자료에서 제외했다. 피고인의 행위로 교원재임용평가 업무가 방해되는 결과발생의 염려가 있었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 역시 C교수 및 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을 유지했다.
한편 검찰은 2015년 12월 이른바 '표지갈이'에 가담한 대학교수 179명과 출판사 임직원 5명 등을 저작권법 위반과 업무방해, 위계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이 중 정식 재판에 넘겨진 79명은 의정부지법 형사 1~6단독과 9단독 등 7개 재판부에 배당됐고, 2016년 6월 형사 1단독이 맡은 10명에 대한 판결이 내려진 뒤 나머지 69명에 대한 재판도 순차적으로 마무리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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