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직접 관리 못 해도 보건조치 의무 있어"
[더팩트ㅣ송은화 기자] 5년 전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에서 일어난 질소 가스 누출 사고 당시 사망한 근로자 소속 협력업체의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자기 회사 소속 근로자가 다른 사업장에서 사고를 당했더라도 재해발생 방지 의무를 다하지 못 한 책임이 있다는 판단이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LG디스플레이 협력업체 A사와 이 업체 파주 CS지원팀장 김모씨, A사와 계약관계인 B사, B사 대표 여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에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지난 2015년 1월 12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LG디스플레이 공장에서 질소 가스가 누출돼 이모 씨 등 3명이 사망했다. 이들은 모두 LG디스플레이 협력업체 A사 등의 직원들로, 공장 설비를 점검하던 중 질소 누출로 숨졌다. A사는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에 공급한 장비를 유지·보수하는 협력업체다. B사는 A사와의 계약에 따라 제품을 생산·납품하고, A사가 요청하면 이 업체 직원들과 함께 파주공장에 들어가 작업하는 업체다.
앞서 1심은 업무상과실치사 및 과실치상,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LG디스플레이 직원들을 비롯한 피고인들에게 금고 6개월부터 1년 6개월의 집행유예형을 선고했다. 김씨에게는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여씨에게는 금고 8개월의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다만 1심 법원은 이들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 설명을 보면 A,B사 모두 파주공장을 직접 운영·관리하는 사업주가 아니다. 파주공장을 운영하는 LG디스플레이의 요청 또는 협력업체인 A사 요청에 따라 직원들을 작업장에 보내는 업체에 불과하다. 이같이 산업안전보건법상 조치를 취해야 하는 사업주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무죄라는 설명이다. 두 업체 근로자들이 평소엔 파주공장 밖 사무실 등에 머물다 LG디스플레이측의 작업 요청이 있을 때만 공장 안으로 들어갔고, 교부받은 출입카드를 소지한 작업자만 공장에 들어갈 수 있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의 위반죄는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위험한 작업을 하도록 지시했을 때 성립된다.
이에 검사측은 "A,B사는 산업안전보건법상 보호조치를 취해야 할 사업주"라며 항소했지만, 2심 법원 역시 1심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은 "사업주가 고용한 근로자가 타인의 작업장에서 일했다면 그 작업장을 사업주가 직접 관리·통제하지 않았다고 사업주의 재해발생 방지의무가 당연히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며 원심 판결 중 김씨 등에 대한 무죄 부분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피고인 회사들은 소속 근로자들이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 안으로 진입한 이후에는 현실적으로 이들의 작업을 직접 관리·감독하는 등 관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면서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산업안전보건법상 보건조치를 취할 의무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작업장을 직접 관리·통제하지 않더라도 산소농도 측정, 송기마스크 비치 등은 취할 수 있는 조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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