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부검결과 익사로 단정 어려워"
[더팩트ㅣ송은화 기자] 3년 전 50대 남성이 수상 레저스포츠인 블롭점프 중 숨진 사고는 이 업체의 업무상 과실로 단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평소 앓던 심장질환이 사인일 가능성도 있다는 취지다.
블롭점프는 널뛰기와 비슷하게 공기의 이동을 이용해 날아올라 물속으로 자유낙하하는 수상 레저스포츠다. 공기를 주입한 대형 에어매트의 한쪽 끝에 사람이 있으면 다른 사람이 반대쪽 점프대에서 뛰어내려 에어매트 위에 앉은 사람을 공중으로 띄우는 원리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업무상과실치사 및 수상레저안전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수상레저업체 대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레저사업자 등록 사항을 변경하지 않은채 블롭점프를 운영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도 유지됐다.
춘천시 남산면에서 수상레저시설을 운영하는 A씨는 2017년 6월 10일 B씨 등 4명에게 블롭점프 놀이기구를 이용하도록 했다. 당시 2층 점프대에서 뛰어내린 B씨는 물에 빠진 뒤 그대로 바지선 밑으로 들어가 완전히 물속에 잠겼다.
이후 B씨는 춘천의 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같은날 허혈성 심장질환(급성심근경색 포함) 및 익사의 기전으로 사망했다. 허혈성 심장질환이란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혀 심장에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지 못할 때 나타나는 병이다.
검찰은 운영자인 A씨가 착지점 등 위험요인이 발생할 수 있는 장소마다 안전요원을 배치하고, 물에 빠진 이용자가 바지선 밑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설치하는 등의 업무상 주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해 A씨를 기소했다.
1심 법원은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씨의 과실과 B씨 사망사이의 인과관계가 완전히 입증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익사로 판단할 수 있는 부검소견이 확인되지 않아 사인을 익사로 단정하기 어렵다"며 "심장이 비대해진 점 등으로 볼 때 피해자의 평소 지니고 있던 허혈성 심장질환이 사인일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또 "점프나 입수 시 충격과 공포로 스트레스가 심장에 부담을 증가시켜, 입수 전에 사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A씨가 수상 레저사업자 등록 사항을 변경하지 않고 블롭점프를 설치해 운영한, 수상레저안전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판단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 역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을 유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안전요원을 1층에 배치하는 등 적절한 안전조치를 취했더라면 B씨를 골든타임 내 발견해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을 때 생존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부검결과 익사로 판단할 수 있는 소견을 발견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B씨가 물에 빠지기 즈음해 이미 되돌리기 어려울 정도로 생명 징후가 약화됐을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항소심 법원은 특히 "책임을 묻기 위해선 피해자를 물에서 건져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을 때의 생존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좀 더 충분한 입증이 필요한데 제출된 증거들만으론 원심의 주장을 뒤집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원심판단에는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항소심 법원의 결정을 확정했다.
happ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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