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상명하복 위계질서 악용…죄질 나쁘다"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이명박 정부 당시 온라인 댓글 여론 조작 활동에 관여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받은 조현오(65) 전 경찰청장의 항소심 첫 재판에서도 직권남용죄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서울고법 제2형사부(함상훈 부장판사)는 2일 오후 3시20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청장의 항소심 첫 공판을 진행했다.
조 전 청장 측 변호인단은 "댓글을 이용한 여론 조작이 경찰청장의 직무권한에 속하는지, 부하 경찰들이 댓글을 단 행위가 의무없는 일에 해당하는지 구별해 판단해야 하는데 원심을 그러지 않았다"며 "최근 대법원 판례 역시 직무권한과 의무없는 일을 각각 구별해 살피라고 판시했다"고 항소 이유를 설명했다.
형법상 직권남용죄는 직권을 남용해 다른 사람이 의무없는 일을 행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범죄다. 지난해 1월 대법원은 이른바 '화이트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81) 전 대통령비서실장에 대해 "직무권한과 의무없는 일을 분리해 검토해야한다"는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또 변호인단은 "하루 평균 14개의 댓글이 달린데다 내용을 살펴보면 절반 이상이 여론 조작을 위한 댓글이라고 볼 수 없는 내용"이라며 "유·무죄 판단에 앞서 정상 참작이라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심의 형이 가볍다며 항소한 검찰 측은 "피고인은 상명하복식 위계질서가 엄격한 경찰 조직을 악용해, 지시를 하달하면 절대 거절할 수 없음을 알고 부당한 지시를 했다"며 "재판에 이르러서도 부하 직원들이 잘못 대응하거나 독자적으로 댓글을 단 것이라며 책임을 전가하는 등 죄질이 불량하다"고 주장했다.
조 전 청장은 2010~2012년 서울지방경찰청장과 경찰청장으로 재직하며 정보관리부 및 경찰청 정보국·보안국·대변인실 등 부서 소속 경찰 약 1500명에게 특정 이슈에 대해 댓글 및 게시물을 쓰게 한 혐의로 2018년 10월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경찰은 신분을 숨기기 위해 차명 계정을 쓰고 해외 IP와 사설 인터넷망으로 우회해 이같은 행위를 저질렀다. 이들이 대응한 이슈는 천안함, 연평도 포격, 구제역, 반값등록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 등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월 1심은 "조 전 청장 지시로 인터넷 여론대응 조직이 구성되고 소속 경찰관들이 댓글 및 게시물을 작성한 정황에 비춰 직권을 남용한 의무없는 일을 한 행위가 맞다"며 징역2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구속기소된 조 전 청장은 지난해 4월 보석으로 석방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으나 1심 판결에 따라 재수감됐다. 항소심 재판은 조 전 청장과 검찰 쌍방이 불복하면서 열리게 됐다.
조 전 청장의 항소심 2차 공판은 내달 20일에 속행된다.
ilraoh@tf.co.kr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