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이륜차 통행 금지 합헌"…"입법적 개선 필요성" 소수의견
[더팩트ㅣ송은화 기자] 긴급자동차를 제외한 이륜자동차의 고속도로 통행 금지는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내려졌다. 기존 판례를 재확인한 것이지만, 보충 의견을 통해 단계적으로 이륜자동차의 고속도로 등 통행을 허용하는 입법적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헌법재판소는 A씨가 "긴급자동차가 아닌 이륜자동차의 고속도로 또는 자동차전용도로 통행을 금지하는 도로교통법 제63조가 자신의 기본권 등을 침해한다"며 청구한 헌법소원 심판 사건을 지난달(2월) 27일 기각했다고 12일 밝혔다. 기각은 청구 요건은 인정되나 심판대상이 아니라고 판단될 때 본안 심리 없이 재판 절차를 끝내는 결정이다.
도로교통법 제63조에 따르면 긴급자동차를 제외한 오토바이 등 이륜자동차의 운전자 또는 보행자는 고속도로 등 자동차 전용도로를 통행하거나 횡단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2019년 2월 18일 2종 소형 면허를 발급받은 A씨는 해당법이 이륜자동차 운전자인 자신의 행복추구권과 평등권,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면허 취득 이틀 뒤인 2월 20일 헌재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이미 헌재는 2007년 이후 수 차례에 걸쳐 해당 법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려왔다.
헌재는 "이륜자동차는 운전자가 노출되는 구조의 특수성으로 가벼운 충격만으로 운전자가 차체로부터 분리되기 쉬운데다, 급격한 차로변경과 방향전환이 용이해 교통사고 발생 가능성과 치사율이 매우 높다"면서 "운전자의 안전과 고속도로 등의 교통의 신속 및 안전을 위해선 이륜자동차의 자동차전용도로 등 통행을 금지할 필요성이 있다"며 과거 선례와 달리 판단할 변경된 사항이 없다고 판시했다.
또 "도로교통법상 자동차 전용도로는 해당 구간을 연결할 일반 교통용의 다른 도로가 있는 경우 지정돼 이륜자동차에 대한 고속도로 등 통행 금지로 인한 불편을 최소화하고 있다"며 통행의 자유가 침해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긴급한 용도로 사용되는 소방차와 구급차 등 긴급자동차에 대해서만 고속도로 등 통행을 허용하는 것을 불합리한 차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급박한 상황에서의 예외를 규정한 것이어서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특히 이 법 조항이 자신의 거주이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심판대상 조항은 고속도로 등에서의 이륜자동차 통행을 금지할 뿐이지 체류지와 거주지를 자유롭게 설정하고 변경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거주이전의 자유 제한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이영진 재판관은 일정 배기량 이상의 이륜자동차부터 단계적으로 고속도로 등에서 통행할 수 있도록 입법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보충 의견을 제시했다. 이 재판관은 "이륜자동차의 운전행태에 대한 국민적 우려와 경계는 여전하지만, 같은 내용의 보충의견이 10년 이상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만큼, 입법 개선에 대한 필요성이 과거에 비해 커졌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대형(배기량 260cc초과) 이륜자동차 신고 건수의 증가와 국회에서 입법안이 발의된 점을 들었다. 그는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대형 이륜자동차는 2014년 5만 7038건에서 2018년 9만 8469건으로 급증했고, 최근 대형 이륜자동차의 자동차 전용도로 통행을 허용하는 입법안이 발의(2019년 10월 2일)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 재판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만 이륜자동차의 고속도로 통행을 전면 금지하고 있어 통행의 자유에 대한 침해 논란과 국내 이륜자동차 시장 확대에 큰 걸림돌이 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재판관은 이륜자동차 운전자들의 생명·신체 보호를 목적으로 한 법 취지와 다르게 오히려 일반도로가 더 위험할 수 있다는 다른 관점의 주장을 내놓았다. 그는 결정문에서 "고속도로는 앞 차와 안전거리를 유지하고 제한속도를 지켜 운행할 경우 별다른 위험요소 없이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반면, 일반도로에서는 횡단보도, 길가에 주차된 차량, 무단횡단 보행자, 급경사나 급회전 구간 등 운전자가 주의해야 할 위험요소가 더 많다고 볼 수도 있다"고 판시했다.
이에 이 재판관은 불가피하게 통행을 제한하더라도 제한의 범위를 최소한으로 하는 입법적 개선의 시기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이를 위해 일정 배기량 이상의 이륜자동차만 고속도로 등 통행을 허용하거나, 이륜·사륜 자동차가 이용하는 차로를 분리하는 방법 등을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또 안전한 교통문화를 형성하려는 사회적 노력이 따라야 함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륜자동차 관련 운전면허제도와 교통안전교육의 강화 등을 통해 운전자들의 질서의식과 운전습관 개선을 도모하고, 도로의 정비 및 안전시설 설치를 통한 위험요소 제거, 이륜자동차의 관리·정비·검사 제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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