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민원 신청은 문서로 해야"...범죄 성립 판단
[더팩트ㅣ송은화 기자]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공공기관 민원실이더라도 현장에서 시위를 벌였다면 공동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공동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알바노조 최모씨 등 20명에 대한 상고심에서 최씨를 제외한 19명에 대해 1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유예한 원심을 확정했다. 또 1심 판결 중 최씨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항소심도 유지했다.
선고유예는 비교적 범죄가 가벼운 범인에게 형의 선고를 일정 기간 미루는 제도를 의미한다. 유예기간동안 사고 없이 지내면 선고를 하지 않는다.
최씨 등 알바노조 60여명은 2016년 1월 22일 오후 2기 출범 총회를 끝낸 뒤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민원실에 들어갔다. 이후 소형 플래카드를 이용해 출입문 1곳을 봉쇄하고 1시간 20분 동안 "고용부장관이 해결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는 등 민원실을 점거한 채 시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재판 과정에서 "조합원들은 민원 제기를 위해 누구나 출입이 가능한 서울고용노동센터 민원실에 들어갔을 뿐"이라며 "건조물에 침입하거나 퇴거에 불응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설령 건조물침입이나 퇴거불응죄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단결권이나 단체행동권의 행사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1.2심 재판부 모두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법원은 최씨 등 20명에 대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하고,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실제로 민원상담을 요청하거나 정식 민원제기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고, 피고인들의 행위로 실제 민원 업무에 장애가 발생했다"며 "시위를 할 것이라고 서울고용노동청 청사관리업무 담당자가 미리 알았더라면 출입을 금지하거나 제한했을 것이 명백하고, 실제 수차례 퇴거 요구도 했다"고 벌금형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알바노조 조합원들의 주장과 다르게 이날 피고인들의 행위는 '정당행위'가 아닌 점도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이 달성하려는 목적, 사용한 방법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조합원들의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해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항소심 법원은 1심 판결 중 최씨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최 씨가 병역법 위반죄로 징역형이 확정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최씨를 제외한 나머지 19명에 대해선 1심과 같이 벌금 1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주장처럼 민원제기의 목적이 일부 있더라도 민원처리법상 민원 신청은 원칙적으로 문서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피고인들의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면서도 "피고인들이 초범이거나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고,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체불임금 문제 등을 호소하기 위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벌금형을 선고 유예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알바노조 조합원들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유지했다.
happ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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