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옥살이' 윤 씨 "당시 판사들 사과해야"
[더팩트ㅣ윤용민 기자] 법원이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옥고를 치른 윤모(52) 씨에게 사과했다.
수원지법 형사12부(김병찬 부장판사)는 6일 윤 씨 재심 사건 1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어 "잘못된 재판을 받아 장기간 구금된 것에 대해 법원 판사로 근무하고 있는 사람으로 죄송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미 검찰에서 피고인이 무죄일 것이라는 생각으로 기록을 제출했다"며 "유리한 제출 증거에 별다른 이의 없이 동의한다면 윤 씨는 무죄를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변호인 측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당시 제출된 증거의 문제점을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며 "아울러 수사 관계자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의 불만이 있을 수 있는데, 그들의 반론권도 보장된 상태에서 심리가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검찰 역시 지난해 11월 윤 씨의 무죄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낸 상태이기 때문에 별다른 사정변경이 없다면 윤 씨에게 무죄가 선고될 전망이다.
윤 씨는 재판 직후 "당시 재판을 한 판사들의 얼굴은 보지도 못했다"며 "그들의 사과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다음 재판은 2월 19일 열릴 예정이다.
이 사건은 1988년 9월 1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오전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한 가정집에서 중학생 A(만 13세) 양이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이 사건을 기존 연쇄살인 사건의 모방범죄로 봤다. '화성연쇄살인 7차사건'이 발생한 지 11일 만이었다.
야외에서 발생한 다른 사건 달리 A 양은 집 안에서 숨져 있었던 탓에 모방범죄로 판단됐다.
경찰은 이듬해 범행 현장 인근에 사는 농기계 수리공 윤 씨를 이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해 수사를 벌였다. 이후 윤 씨는 법원에서 무기징역을 받고 20년을 복역하다 지난 2009년 가석방됐다.
윤 씨는 2심 재판부터 경찰의 강압수사 등을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입증할 증거가 없었다. 그러던 중 사건 발생 30년 만인 지난해 9월 DNA 분석으로 이 사건 용의자가 이춘재로 특정됐다. 이춘재는 경찰 조사에서 "이 사건도 나의 소행"이라고 해 수사기관은 이 사건을 '이춘재 8차 사건'으로 이름 붙였다.
한편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는 이날 8차 사건 수사를 마무리하고 사건을 검찰로 넘겼다.
경찰은 이춘재에게 살인 및 강간치사 혐의를,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경찰관과 검사 등 8명에게는 직권남용·감금·독직폭행 혐의를 각각 적용했으나 모두 공소시효가 지나 '공소권 없음' 의견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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