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이자수익일 뿐 횡령 아냐" vs 검찰 "강남빌딩이 목표라면서"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2015년 12월 사모펀드운용사 코링크PE 조모 씨(조국 전 법무부 장관 5촌 조카)에게 5억원을 줬다. 2017년 2월에는 동생 정 모씨에게 3억원을 빌려줘 총 5억원을 신주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코링크PE에 넘겨줬다.
검찰은 이 돈을 투자금이라고 본다. 정 교수와 동생이 총 10억원을 코링크PE에 투자하고 수익금 보전을 위해 허위 컨설팅 계약을 맺어 회삿돈 총 1억5000만원을 횡령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10% 이자로 빌려준 돈이라고 반박한다. 5촌 조카 조씨가 이자를 주기 수월한 방식이라고 해 컨설팅비 형태로 받았을 뿐이라고 해명한다.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송인권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 교수의 2차 공판에서는 쟁점인 '투자·대여'를 놓고 검찰과 피고인 측의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정 교수 쪽 변호인의 말을 간추리면 정 교수와 동생은 이자수익에만 관심이 있었을 뿐 코링크PE 유상증자에 따른 신주인수나 컨설팅 계약 등은 조씨가 시키는 대로 했다는 설명이다. 이 돈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투자, 운영되는지 잘 몰랐기 때문에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정 교수 쪽은 먼저 2015년 12월 맺은 소비대차계약서를 꺼내들었다. 이 계약서는 정 교수가 조씨 부인에게 5억원을 빌려주고 이자 11%를 받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변호인은 "조씨가 정 교수의 예금 자산을 안정적인 수익으로 돌려줄테니 빌려달라고 했다. (증권)책도 2권 쓰고 주식업계 지명도가 있었고 친척이라 돈을 맡기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정 교수와 동생이 나눈 카카오톡 대화도 소개했다. 여기서 정 교수는 '나한테 줄래, 아니면 조○○에게 줄래? 대표는 내 이름으로 하고 이자수익은 나눠주면 될 거 같다"고 했다. 대여금에 대한 이자로 알았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변호인이 제시한 2018년 2월 녹취록 중에는 정 교수가 동생에게 "우리 작년 2월에 들어간 돈 있잖아. 이자받고 있는 거"라고 말하는 대목도 나온다.
정 교수는 코링크PE의 운영을 잘 몰랐으며 조씨와 자동차부품업체 익성 이모 회장, 이모 부회장이 주도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정 교수가 조씨에게 "내 스폰서는 익성"이라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종합하면 익성과 함께 일하며 인정을 받은 조씨는 2015년 금융업에 진출하려 했으며 익성이 댄 종잣돈과 정교수에게 빌린 돈으로 코링크PE를 만들었다는 얘기다.
정 교수는 코링크PE의 종잣돈이 1억원이었다는 사실도 이 사건 뒤에서야 듣고 놀랐다고 했다. 익성이 배경이라서 자본금이 클 줄 알았는데 몰랐다는 말이다. 자신의 돈이 코링크PE를 거쳐 투자된 가로등점멸기업체 웰쓰시엔티도 이번 일이 터지고 처음 알았다고 했다. 코링크 내부 경영조직도에 당시 대주주 성모씨, 익성 부회장, 조씨의 이름은 있지만 정 교수는 없다는 점도 단순 대여자였다는 방증으로 제시했다
코링크PE의 돈이 흘러들어가는 IFM이라는 회사는 '익성펑션머티어리얼'의 약자다. 이후 등장하는 WFM이라는 회사이름 역시 '월드펑션머티어리얼'의 줄인말이다. 이 펀드 운용의 큰 그림은 익성과 조씨가 그렸고 정 교수는 이런 복잡한 설계를 알지도, 이해할 수도 없었다는 것이다.
변호인은 "2015년 12월과 2017년 2월 (자금 흐름)은 대여인 것이 분명하다. 또 조국 전 장관이 민정수석도 되기 전"이라며 "신주인수 유상증자 방식, 그에 따른 컨설팅 계약 구조 자체는 피고인 측에서 요청한 적도 의사결정 권한도 없었다. 조씨와 익성이 진행했다"고 했다.
이어 "정 교수를 횡령죄 공범으로 죄를 물으려면 조씨나 익성 측에서 하는 일 전 과정에 관여를 해야하는 것이 대법 판례"라며 "검사 제출 증거를 아무리 찾아봐도 이를 뒷받침할 게 없다. 대여금이 맞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대여가 아닌 투자가 명백한 증거가 넘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정 교수 쪽이 제시한 소비대차계약서는 연도부터 틀렸고(2016년으로 기재) 이자율이 11%로 돼있지만 실제는 10%였다며 신뢰할 수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정 교수는 조씨에게 빌려줬다고 하면서 계약서는 조씨 부인 이름으로 하는 등 투자관계를 숨기기 위해 작성한 문서로 의심된다는 입장이다.
2017년 7월 정 교수가 동생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도 공개했다. 조씨에게 설명 들은 펀드 내용을 전해주는 이 문자에는 '내 목표는 강남에 빌딩을 사는 것'이라고 나온다. 이어 '나 따라다녀 봐. 길게 보고 앞으로 10년 벌어서 애들 독립시키고 남은 세월 잘 살고 싶다'는 희망도 내비친다.
검찰은 "조씨에게 펀드 투자 설명을 들은 뒤 강남 건물을 사는 것을 목표로 했다는 증거"라며 "남편이 민정수석이 된 이후 주식의 백지 신탁 의무를 이행해야 했지만 직접투자와 같은 투자처를 선택하고 고액 수익을 위해 금융 범죄를 실행했다"고 주장했다.
또 정 교수가 2017년 7월부터 코링크PE가 투자한 2차 전지 회사 WFM의 주식시세를 자주 확인하는 등 자신이 투자한 돈의 흐름을 충분히 알았다고 지적했다.
3차 공판은 2월 5일 오전 10시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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