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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초점]'세월호 7시간' 봉인한 헌재..."검찰 특수단 나서야"

  • 사회 | 2020-01-15 05:00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은 2017년 10월 1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제 78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의 모습. /더팩트 DB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은 2017년 10월 1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제 78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의 모습. /더팩트 DB

유가족 헌법소원 각하...정보공개 청구해도 '거부' 가능성 높아

[더팩트ㅣ송은화 기자] 헌법재판소가 세월호 참사 유족이 탄핵된 대통령의 직무수행의 기록까지 지정기록물로 보호하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와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 심판사건에서 전원 일치 의견으로 각하 결정했다. 이에 따라 관련 기록들은 최소 15년에서 길게는 30년까지 비공개된다. 헌법의 기본권을 최종 판단할 권한을 가진 헌재의 역할을 포기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보공개 청구 움직임도 있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아 결국 검찰 특별수사단이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황교안, 박근혜 기록물 대통령기록관 이관

이 사건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 전 대통령 파면 이후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은 2017년 5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각종 기록물과 청와대 자료 등을 지정 기록물로 정하고,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했다. 또 이중 '세월호 참사' 관련 내용을 포함한 일부 기록물에는 보호기간을 지정했다.

대통령기록물은 원칙적으로 공개 대상이지만 국가안전보장 등을 위한 경우 15년, 대통령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됐을 땐 최대 30년까지 보호기간을 정해 열람을 제한할 수 있다.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이상이 동의하거나 고등법원장이 해당 기록물이 중요한 증거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영장을 발부하는 경우에만 열람이 가능하다.

2017년 사고 3년 만에 인양된 세월호 본체. /더팩트DB
2017년 사고 3년 만에 인양된 세월호 본체. /더팩트DB

실제로 2년 전 대통령기록물을 열람한 사례가 있다.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 상황보고서 조작 의혹을 수사한 검찰이 주인공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017년 12월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 세종시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기록관 내 세월호 관련 기록을 여러 차례 열람했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이 열람한 기록물은 세월호 참사 당일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된 문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기록물법 제 17조 1항은 "대통령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대통령 기록물에 대해 열람·사본세작 등을 허용하지 아니하거나 자료제출의 요구에 응하지 아니할 수 있는 기간을 따로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헌재 "기록물 지정, 공권력 작동으로 볼 수 없어"

헌재가 청구를 각하한 이유는 세월호 관련 문건들을 대통령 지정기록물로 정하고 이관시킨 행위가 헌법소원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서다. 헌재는 "기록물을 이관하는 행위는 국가기관 사이의 내부적·절차적 행위여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거나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이 사건 심판 청구는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또 "대통령 기록물의 보호기간 지정행위 역시 국가기관 간 행위로 국민에게 직접적인 공권력을 작용해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보긴 어려워 헌법소원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통령 기록물 지정이나 이관은 국가기관 사이의 업무일 뿐, 그 자체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있는 법적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헌재는 "청구인들이 열람을 원하는 특정한 대통령 기록물이 존재하고 그 기록물의 공개를 청구했음에도 '보호기간 지정'을 이유로 공개가 거부된 사정이 존재할 때에야 비로소 청구인들이 주장한 알 권리 제한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청구인이 대통령기록관에 열람을 원하는 기록물을 구체적으로 지목해 공개를 요구한 뒤 거절당했을 경우 헌법소원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민변 "결과는 '거부'겠지만 정보공개 청구할 것"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기록물 공개가 거절돼야 헌법소원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헌재의 판단'을 비판했다.

민변 세월호TF 단장인 이정일 변호사는 "헌법소원 청구 전부터 이미 정보공개 청부 여부 등은 다 고민했다"며 "박 전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관한 지정기록물만 20만 4000건이다. 공식적으로 외부에 밝혀진 적 없는 기록물을 무슨 수로 구체적으로 특정하겠냐"며 "아마 박 전 대통령 본인도 특정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세월호 TF 이정일 단장.(오른쪽) /더팩트 DB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세월호 TF 이정일 단장.(오른쪽) /더팩트 DB

이 변호사는 "(보호기간) 지정행위로 일반에 공개될지, 대통령 지정물이 될지가 결정된다. 행위 그 자체로 알권리를 제한당한 측면이 있다"며 "유가족의 기본권 침해에도 헌재가 직접적 기본권 침해가 아니라는 형식적인 '각하'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정행위가 공익 목적에 부합하는지, 피해자의 진실을 알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것인지를 살피는 등 최소한 심리는 했어야 했다"며 "헌재의 판단에 따라 대통령기록관에 정보공개 청구를 해보겠지만, 기록물에 대한 구체적 특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거부당할 것이 분명한데도 청구를 해야한다는 것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이 단장은 "이제 국회나 검찰이 나서주지 않으면 사실상 기록물에 접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검찰 세월호 특별수사단의 수사에 기대를 걸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검찰 세월호 특수단은 지난해(2019년) 11월 11일 공식 출범한 뒤 CCTV 조작의혹 등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의혹에 대해 전면 재조사를 벌이고 있다.

◆ 특조위 '7시간 문건' 공개 의견서 대법원에 제출

'세월호 7시간 문건' 공개문제는 대법원에서도 다룬다. 가습기살균제사건 및 4·16세월호참사의 진상을 밝히고 피해 지원 대책을 점검하기 위해 2018년 3월 설립된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14일 세월호 참사 당일 박 전 대통령의 사고대응 상황을 담고 있는 '세월호 7시간 문건'의 공개가 필요하다는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특조위는 지난해(2019년) 9월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기록관장을 상대로 낸 정보비공개처분취소 소송을 심리하는 대법 특별 1부에 이런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냈다고 밝혔다. 송 변호사는 세월호 참사 당일 구조 활동과 관련해 대통령비서실 및 경호실, 국가안보실에서 작성된 문건 목록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비공개 통보를 받았다. 이에 송 변호사는 2017년 6월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1심은 송 변호사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심은 대통령기록물법이 정한 예외적 경우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자료는 없다는 이유로 결과를 뒤집었고,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 중이다.

검찰은 2018년 3월 28일 세월호 사고 관련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참사 당일 박 전 대통령의 행적 대해 "박 전 대통령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방문 전후 줄곧 관저에 머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힌 바 있다.

happ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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