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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이슈] '고양이 살해' 실형 나왔지만…​​​​​​​동물권은 여전히 사각지대

  • 사회 | 2020-01-04 00:00
동물권단체 동물해방물결의 '돼지 홀로코스트 퍼포먼스'가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 앞에서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색소를 뿌린 뒤 살처분 당하는 돼지의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동물권단체 동물해방물결의 '돼지 홀로코스트 퍼포먼스'가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 앞에서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색소를 뿌린 뒤 살처분 당하는 돼지의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동물보호단체 "사법부, 동물 대상 범죄 인식 바꿔야"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2019년은 1월 동물권 단체 '케어' 대표 박소연 씨가 구조한 개들을 무분별하게 안락사 해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한 해가 시작됐다. '황금돼지의 해' 기해년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상륙해 예방적 살처분 명목으로 돼지 38만 마리가 땅에 묻혔다.

연이은 동물의 비극은 한국 사회에 '동물권'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법원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해 11월 고양이를 학대해 죽인 30대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한 달 뒤에는 비윤리적인 방법으로 개를 도살한 농장주에게 상고심 법원이 유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2020년에도 '동물권'은 법조계 주요 이슈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비글 '메이'가 편안히 잠들도록

대학교 내 동물실험 문제점이 떠오른 건 지난해 4월 인천공항 검역 탐지견으로 5년간 활동하다 서울대학교 수의대로 넘겨진 비글 '메이'의 죽음이 알려지면서다. 실험동물 구조 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에 따르면 이병천 서울대 수의대 교수 연구팀은 메이를 2017년 3월 실험용으로 이관 받았다. 8개월 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림부') 검역본부로 돌려보냈으나 메이는 2019년 2월 27일 사망했다. 동물 단체는 메이가 서울대에서 비윤리적인 실험과 학대를 당해 사망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 이 교수는 현재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당한 상태다.

서울대 수의대는 메이가 2012년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이 교수 연구팀의 복제견 연구 끝에 2012년 10월 탄생한 메이는 이듬해 농림부 검역본부로 이관돼 5년간 인천공항에서 사역견으로 일했다. 동물보호법 제24조는 메이와 같은 검역 탐지견을 비롯해 안내견과 군견 등 사역견은 실험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고 규정하지만 대학은 실험동물에 관한 법률(이하 '실험동물법')의 적용을 받는 기관이 아니라 사실상 무법지대다. 국가를 위해 일한 메이가 자신이 태어난 고향으로 돌아와 실험대상이 된 이유다.

비록 실험동물법 적용 기관은 아니지만 통제 장치는 있다. 동물보호법은 동물실험을 시행하는 기관의 장은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이하 '윤리위')를 운영하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서울대 윤리위는 실험대상이 된 메이를 지켜주지 못 했다. 수의대 교수가 건강원에서 개를 받았으면서 동물등록업체에서 받은 것처럼 문서를 위조해 지난해 검찰에 고발당하는 일이 발생한 경북대 역시 윤리위가 있었다. 법의 사각지대에서 윤리위의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해 한정애(55)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8월 동물보호법에 실험동물법에 준하는 규정을 더해 "동물실험시행기관은 실험동물법이 정한 실험동물공급업자로부터 동물을 공급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소관위 접수를 끝으로 새해를 맞았다.

유영재 비글구조네트워크 대표는 "대학이 실험기관으로서 제대로 법 적용을 받아야 '개 시장'에서 실험견으로 쓰일 동물을 데려 오고, 자신이 만든 사역견까지 마음대로 착취하는 걸 막을 수 있다. 법의 부재로 최소한의 윤리도 지키지 못하는 일이 서울대같은 국가 교육기관에서까지 발생하고 있다"며 "나아가 해외처럼 이미 폐사한 동물 사체 등 카데바를 활용해 무분별한 동물의 불필요한 희생을 줄여야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동물권행동 카라 등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개 전기도살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유죄판결 환영 피켓을 들고 있다. /이선화 기자
지난해 12월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동물권행동 카라 등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개 전기도살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유죄판결 환영 피켓을 들고 있다. /이선화 기자

◆"사람들 시위에 왜 우리를 데려가나요"

살아있는 동물을 시위에 동원하는 사례가 2년 연속 발생하면서 시위에서 동물 이용 역시 법적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위에 동물을 이용한 역사는 깊다. 지난 2007년에는 '군부대 이전 반대 이천시 비상대책위원회' 일동이 국방부 앞에서 생후 2개월 남짓 돼지를 고대 형벌인 거열형 방식으로 도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해외에서도 언론보도될 정도로 잔혹한 범행이었지만, 시위를 주도한 2명에게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집시법) 위반과 동물학대 혐의 등으로 각각 100만 원, 20만 원을 물리는 벌금형 약식기소에 그쳤다.

개식용 등 동물과 직결된 사안의 시위에서는 더 잦다. 지난 2017년 5월 한국육견단체협의회 등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가축분뇨법) 개정안 통과에 분노를 표출하기 위해 대형 도사견 30여 마리를 데려와 풀어 놓으려는 퍼포먼스를 계획한 바 있다. 현장 경찰의 제지로 도사견 방사는 없었지만, 평생을 '뜬장'에서 지낸 개들은 시끄러운 시위 현장에서 겁먹은 눈만 껌벅였다.

같은 해 9월 대한육견협회는 서울 광화문 일대에 도사견 9마리를 우리에 넣은 채 데려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이것이 식용견, 우리는 애완견을 키우지 않는다", "키우실 분은 드립니다"라는 현수막을 걸고 개식용 합법화를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해 4월에도 대한육견협회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수차례 발의한 한정애 의원의 서울 강서구 사무실 앞에 도사견 10마리를 싣고 와 시위를 벌였다. 당시 현장을 목격한 동물단체는 이들이 휘발유를 준비해와 개들을 불태우려 했다고 전했지만 시위 참가자들은 한정애 의원의 사진을 태우려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2017년 9월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에서 열린 개고기 합법화 집회에 참석한 대한육견협회 소속 회원이 케이지에 실린 식용견들을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2017년 9월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에서 열린 개고기 합법화 집회에 참석한 대한육견협회 소속 회원이 케이지에 실린 식용견들을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10월에도 전국음식물사료연합회 소속 양돈농가 농민들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트럭에 싣고 온 돼지 40여 마리를 도로에 내던져 논란이 됐다. 정부가 같은해 9월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으로 전체 농가에 잔반급여를 전면 금지하자 이를 항의하기 위한 시위의 일환이었다.

시위에 동물을 데려와 동물은 물론 현장 시민에게도 고통을 주는 일이 늘어나면서 동물의 시위 이용 금지를 법제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진경 동물권행동 카라 상임이사는 "육견협회의 경우 뜬장에 물과 사료를 넣고 개를 데려와 시위에 이용했는데, 이런 경우 현행법상 학대에 해당되지 않아 고발해도 처벌할 조항이 없다"며 "인간의 분노를 표출하는데 생명을 도구로 이용하고 죽음에 이르게까지 한다. 동물이 시위에 이용돼서는 안된다는 조항 신설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사법부도 동물 관련 범죄에 더 무거운 처벌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송시현 동물자유연대 법률지원센터 변호사는 "현행법으로도 동물학대에 최대 징역형까지 선고할 수 있고, 비록 국회에 계류 중이긴 하지만 처벌 형량을 올리는 개정안이 많이 올라간 상태다. 문제는 사법부에서 동물 대상 범죄에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동물학대는 그 피해 대상이 사람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는 점에서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사법부가 좀 더 동물의 입장에서 피해를 이해하고 동물권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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