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행위로 거짓 자백해 21년 옥살이" 호소...6일 법원 결정
[더팩트ㅣ윤용민 기자] 꼭 30년 전이다.
1990년 1월 4일 당시 젊은 연인들의 야외 나들이 코스였던 부산 사상구 엄궁동 낙동강변 갈대밭의 로맨스는 일순간에 깨졌다. 두개골이 참혹하게 함몰된 여성 시신이 발견되면서다.
갈대밭에는 싸늘한 냉기가 감돌았고, 데이트 코스로 유명세를 타던 이곳엔 연인들을 대신해 강력팀 형사들이 들락거렸다.
이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이자 또 다른 피해자로 알려진 한 남성은 당시 경찰 조사에서 "덩치가 큰 남자 한 명과 작은 남자 한 명이 범인"이라고 진술했다. 숨진 여성의 직장동료였던 이 남성은 차 안에서 데이트를 하던 중 2인조 괴한에게 습격을 받았고, 이후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했다고 한다.
경찰은 곧바로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지만 사건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 들었다.
'낙동강변 살인 사건'의 비극은 이렇게 시작됐다.
미제사건으로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져 가던 이 사건은 사건 발생 1년 10개월이 지난 1991년 11월 전환점을 맞는다.
경찰은 당시 별건으로 구속된 최인철‧장동익 씨 두 사람을 이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해 자백까지 받아냈다. 사람들은 진범이 잡혔고 미제사건이 해결됐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은 결국 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21년을 복역하다 지난 2013년 모범수로 석방됐다.
하지만 대검 과거사위원회가 지난해 4월 "경찰의 고문으로 허위자백이 있었고, 검찰은 이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히면서, 사건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 사건으로 옥살이를 한 두 사람은 무죄를 주장해 왔다. 경찰에선 혐의를 인정했지만 검찰 수사 단계부턴 "경찰의 가혹 행위 등으로 거짓 자백을 했다"고 끊임없이 억울함을 호소했다. 두 사람은 최근까지도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절대로 우리는 범인이 아니다"고 주장한다.
이 사건은 문재인 대통령이 부산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 맡은 사건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2016년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35년간 변호사 생활을 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좀 한이 남는 사건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하는 이 두 사람의 재심개시 여부를 결정하는 재판이 오는 6일 부산고법에서 열린다. 사건이 발생한 지 30년,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지는 27년 만이다.
두 사람의 재심 변호는 '이춘재 살인사건',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살인 사건', '무기수 김신혜 사건' 등 대한민국의 굵직한 재심을 전담하다시피 한 박준영 변호사가 맡고 있다.
박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새해 첫 재심은 낙동강변 살인사건이 될 것"이라며 "이제 30년 한풀이가 시작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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