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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이슈] '나경원 의혹' 고발 100일…검찰 수사는 무소식

  • 사회 | 2019-12-24 05:00
임기를 마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인사말을 마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남윤호 기자
임기를 마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인사말을 마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남윤호 기자

피고발인커녕 참고인 조사도 '0건'…"편파수사 아니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시민단체가 자녀 입시비리 의혹 등을 받는 나경원(57)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추가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나 원내대표 일가 의혹을 둘러싼 고발건은 총 8건으로 불어난다. 그러나 25일로 최초 고발장이 들어온 지 100일을 앞두고 고발인 조사에 그치는 등 검찰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같은 기간 고강도 수사로 정경심 교수를 구속기소해 공판준비기일이 시작된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나경원 고발건 살펴보니…부정입학부터 사학비리까지

2016년 탐사보도매체 '뉴스타파'의 보도로 처음 알려진 나 원내대표 일가 논란 중 가장 핵심은 자녀 입시비리 의혹이다. 뉴스타파의 보도는 법원이 최근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경고처분 취소소송 2심에서 "의혹 제기가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고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해 기본 사실관계는 어느정도 검증된 상태다.

고발장을 낸 시민단체는 나 원내대표가 2011년 딸 김 모 씨의 대입을 앞두고 성신여자대학교를 방문해 이전에 없던 장애인 특별전형을 신설하도록 입김을 넣어 딸의 입시를 도왔다고 주장한다. 또 2014년에는 평소 알고 지내던 교수의 도움으로 아들을 국제 학술회의 발표 논문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나 원내대표의 아들은 2년 후 미국 예일대학교 화학과에 입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녀 입시 논란은 학점 조작 의혹으로 이어진다. 나 원내대표의 딸이 소속된 학과의 학과장은 김 씨의 2013~2015년 4개 학기 8과목 성적에 대해 대학 본부에 직접 정정을 요청했다는 주장이다. 수강생이 담당 교수에게 이의를 제기하는 것과 다른 양상이다. 나 원내대표의 사회적 지위를 염두에 두고 학점 특혜를 줬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민생경제연구소 등 시민단체는 나 원내대표가 국회의원 지위를 이용해 자녀의 대입과 학점에 특혜를 받도록 했다며 지난 9월 16일과 26일 2차례에 걸쳐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자녀 입시 및 학점 논란이 불거지자 나 원내대표는 "조국을 덮기 위한 정치공작"이라고 발언해 같은달 30일 시민단체로부터 명예훼손 및 모욕, 협박죄로 3차 고발을 당했다.

지난달 15일 민생경제연구소는 딸 김 씨의 입시 당시 면접위원장이었던 이병우 전 성신여대 실용음악학과 학과장(교수)을 공범으로 적시한 고발장도 제출했다. 이들은 이 전 교수가 딸 김 씨의 입학과 성적에 특혜를 제공한 대가로 스페셜올림픽 개·폐막식 예술감독을 맡게 됐다고 주장한다.

이 전 교수가 예술감독을 맡은 스페셜올림픽은 지적·자폐성 장애인들이 참가하는 국제경기대회다. 나 원내대표는 딸 김 씨가 스페셜올림픽코리아(이하 SOK)에 당연직 이사로 선임되도록 종용했다는 의혹, 나 원내대표가 이미 법인화된 SOK에 법인 전환 명목으로 예산 증액을 요청해 제공받은 10억 원을 부적절하게 사용했다는 의혹으로도 고발된 상태다.

이외에도 나 원내대표는 2001~2011년 부친이 설립한 홍신학원 이사로 재임하며 학원 재산을 동생이 운영하는 홍신유치원에 헐값으로 임대해 업무상 배임 행위를 저질렀다는 의혹으로도 지난달 고발 당했다.

나경원 의원 측은 의혹을 전면 부인한다. 그동안 나 의원이 직간접적으로 발표한 해명을 종합하면 아들은 주도적으로 실험과 발표를 수행해 정당하게 논문 제1저자에 등재됐다는 입장이다. 딸의 성신여대 부정입학 의혹에도 정상적인 입시절차를 거쳐 합격했다고 반박한다. 스페셜올림픽 의혹을 놓고도 조직위에 딸 이사 선임을 강요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관계자들이 자녀의 입시·성적 의혹 등으로 나경원 자유한국당 전 원내대표를 고발한 사건과 관련해 16일 오전 고발인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들어서고 있다. /김세정 기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관계자들이 자녀의 입시·성적 의혹 등으로 나경원 자유한국당 전 원내대표를 고발한 사건과 관련해 16일 오전 고발인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들어서고 있다. /김세정 기자

◆'특혜 컨설팅' 8차 고발 앞뒀지만 "수사 의지 의심"

민생경제연구소 등 시민단체는 24일 나 원내대표가 딸 김 씨에게 고등학교 3학년이던 2011년 교육부와 동국대학교가 위법한 입시 컨설팅을 제공하도록 했다며 추가로 고발할 예정이다. 서울중앙지검에 쌓인 나 원내대표에 대한 고발건은 8건에 달하지만 수사 진척은 더디다.

자녀 입시비리와 사학 비리 등 조 전 장관 일가 의혹과 유사한 점이 많지만 수사 양상은 판이하다. 나 원내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는 23일 기준으로 7건의 고발건 중 1~4차 고발건 고발인을 불러 조사한 것에 그친 상태다. 이마저도 첫 고발인 조사는 1차 고발장이 접수된 지 53일이 지난 지난달 8일 처음으로 이뤄졌다.

고발인 중 한 명인 김기태 국제법률전문가협회 상근부회장(미국 변호사)은 "7건의 고발건 중 1~4번째 고발 사건만 고발인 조사를 한 상태로, 통상 고발인 조사가 끝나면 피고발인을 부르는 게 수순인데 나 원내대표를 직접 불러 조사할 움직임이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며 "1~4차 고발건 고발인 조사도 상당히 더디게 진행됐다. 사실상 시간만 때우고 수사 의지가 없다고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초 고발 한 달도 안 돼 대대적인 참고인 조사와 압수수색을 벌였던 조 전 장관 일가 수사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검찰은 조 전 장관 일가 의혹에 대해 8월 8일 최초 고발이 들어온 지 1개월도 채 되지 않아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현 반부패수사2부)에 배당하고 같은 달 27일 자녀 입시비리, 사모펀드 의혹과 관련해 각각 서울대학교와 부산대학교, 사모펀드 운용사인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 사무실 압수수색을 벌였다.

일주일이 지난 9월 3일에는 딸 조민(28) 씨 논문 논란과 관련해 장영표(61) 단국대학교 교수를, 사모펀드 의혹에 관해서는 투자사 '웰스씨앤티' 관계자를 참고인 자격으로 각각 불러 조사했다.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57) 동양대학교 교수 연구실 압수수색 역시 같은 날 진행됐다. 3일이 지나 조 전 장관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있던 같은 달 6일 늦은 오후에는 정 교수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기소해 이미 재판 절차를 밟고 있다. 나 원내대표 의혹에 관해서는 최초 고발 후 3개월을 넘긴 지금 나 원내대표는커녕 참고인 조사도 하지 않은 것과 극명히 대비되는 전개다.

대표 고발인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최초 고발 후 이 정도로 시간이 지연되면 피의자의 증거 인멸과 관련자 회유, 범행 정황 조작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신속한 수사 전개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럼에도 사실상 고발장 내용을 확인하는 절차에 불과한 고발인 조사만 한 상태"라며 "의혹의 중심인 성신여대마저도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보도자료를 낸 상황인데 검찰이 수사를 하지 않는다. 어떤 사안은 초과잉수사로, 어떤 사안은 사건을 뭉개는 편파 수사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지난 9월 서울 서초구 방배동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자택에서 확보한 압수물품을 가져오기 위해 박스를 가지고 아파트 입구를 들어서고 있다. /김세정 기자
검찰이 지난 9월 서울 서초구 방배동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자택에서 확보한 압수물품을 가져오기 위해 박스를 가지고 아파트 입구를 들어서고 있다. /김세정 기자

의혹의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할 검찰이 오로지 검찰이라는 조직을 위해 선택적 수사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서보학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실 수사기간은 검찰 내부 사정도 고려해야 하기에 무작정 ‘너무 빠르다, 느리다' 예단할 수 없다. 그러나 나 원내대표 사건은 사안에 비해 수사 속도가 지지부지한 건 사실"이라며 "조 전 장관은 검찰개혁 핵심인사고, 나 원내대표는 정반대의 입장에 서 있다. 의혹의 실체적 진실 규명이 아닌 조직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해석할 여지도 다분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편파수사는 '제 식구 감싸기'와 함께 검찰 수사의 고질적 문제점 중 하나다. 검찰 수사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국민의 말에 검찰이 귀기울이지 않는다는 반증"이라고 지적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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