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립성 지적" 의견서 진술 두고 재판부와 언쟁
[더팩트ㅣ서울중앙지법=송주원 기자] "변호인 의견은 실물화상기까지 띄워서 들어주시면서! 왜 검사는 한마디도 못하게 하십니까?" (검찰)
정경심(57) 동양대학교 교수의 공판이 열린 법정에서 재판부와 검찰 사이 고성이 오갔다. 앞서 재판부 공판 진행에 이의를 제기하는 의견서를 제출한 검찰이 법정에서 구두 변론을 요청했지만 재판부가 이를 기각해서다. 부장판사와 검찰은 서로의 말을 가로막으며 언성을 높였고 이를 지켜본 피고인 측 변호인은 "검사 태도에 충격 받았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송인권 부장판사)는 19일 오전 10시 입시 비리와 사모펀드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정 교수의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애초 재판부는 검찰이 지난 9월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있던 날 밤 기소한 사문서위조 혐의 사건의 4차 공판준비기일을 오전 10시~10시30분, 11월 추가기소한 사건의 1차 공판준비기일을 10시30분부터 진행하기로 했으나 검찰의 연이은 항의로 사실상 두 사건 구분이 모호해졌다.
앞서 검찰은 재판부가 재판 결과를 섣불리 예단하고 중립성을 해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지난 기일 기존 기소와 추가기소 사건을 병합하는 취지로 요청했던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이 기각되고, 이에 대해 검찰이 이의를 제기했던 내용이 기일 조서에서 빠진 사실을 지적했다. 추가로 기소한 사모펀드 관련 의혹에 대해 재판부가 "조 모 씨(조 전 장관의 5촌 조카)의 증인신문을 선행한다면 잠정적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말한 것도 문제삼았다.
재판부는 "예단과 중립성 지적을 받았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재판부 중립성이 의심된다는 내용인데 재판부도 스스로 되돌아볼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공판중심주의와 구두변론주의를 들어 의견서 진술 기회를 요청했으나 재판부는 거절했다. 공소장 변경 신청이 기각된데 이어 구두변론 기회까지 갖지 못한 검찰은 분을 참지 못했다.
"재판장님, 사전에 제출한 공판 진행 관련 의견서에 추가할 내용이 있습니다. 저희에게 진술 기회를 주지 않으시는 건 부당합니다." (검찰)
"재판부도 (검찰 측 의견서를) 읽어봤고 되돌아보겠습니다." (재판부)
"저희 얘기는 듣지 않으시고, 저희 의견은 듣지도 않으시고!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검찰)
"앉으세요!" (재판부)

가까스로 재판이 진행되며 변호인은 검찰이 신청한 증거들은 위법한 수집으로 확보한 자료라 증거능력이 없다는 의견을 진술했다. 압수수색 영장이 따로 제출되지 않아 수집 과정을 알 수 없고, 만약 검찰이 피고인 기소 후 압수수색을 했다면 위법한 증거 수집이라는 취지다. 또 검찰이 건넨 참고인 진술서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변호인이 실물화상기를 통해 공개한 검찰 측 참고인 진술서에 따르면 검사 1명이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서 두 명의 참고인을 조사했다고 기재됐다. 변호인 측 의견 진술을 듣던 검찰은 또 다시 일어섰다.
"검사는 한 마디도 못하게 하시고, 왜 검찰 의견은 안 들으시죠? 변호인 의견은 실물화상기까지 띄워 들으시면서! 전대미문의 재판입니다. 명백한 재판부 권한 남용입니다." (검찰)
"재판부가 불필요하다고 판단해서 (검찰 의견 진술을) 허가하지 않은 겁니다." (재판부)
"그 '불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합니다!" (검찰)
"이의 제기하세요! 허가하지 않겠습니다." (재판부)
출석한 검사들이 돌아가며 목소리 높이자 일부 검사는 동료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말리기도 했다. 결국 "재판 진행에 방해되면 안된다"는 입장에서 접점을 찾은 재판부와 검찰은 언쟁을 멈췄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검찰은 변호인이 제기한 이의에 대해 "일부 증거가 압수수색 영장이 제출되지 않았다고 전체 증거가 위법 수집이라는 주장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참고인 진술 조서에 대해서는 추후 의견을 밝히겠다"고 답했다.
검찰은 지난 17일 정 교수의 표창장 위조 혐의에 대해 추가로 기소한 바 있다. 지난 10일 기일에서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이 기각된지 7일 만이다. 결국 '표창장 위조'라는 하나의 혐의내용을 놓고 두 건의 재판이 동시에 진행될 전망이다.
이날 재판부는 "아직 추가기소 사건의 재판부는 배당되지 않아 저희 재판부가 맡을지 결정되지 않았다"며 "검찰에서 추가기소 사건에 대해서 사건병합을 추가로 요청해 변호인께 의견을 구하고 다음 기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공소사실 동일성 여부가 입증되지 않아 이중기소로 볼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재판이 끝난 후 취재진과 만난 정 교수 측 변호인 김칠준 변호사(법무법인 다산)는 "30년간 재판을 했지만 이런 재판은 처음 본다. 검사들의 태도에 충격 받았다"고 전했다.
정 교수의 추후 재판은 1월 6일 오전 10시에 속행될 예정이다. 이날 재판과 마찬가지로 처음 기소된 사문서위조 혐의에 대한 재판을 진행한 후 오전 10시30분부터 추가기소 사건을 심리한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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