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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초점] 송병기의 등장…​​​​ '울산선거 개입 의혹' 새 국면

  • 사회 | 2019-12-06 05:00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5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자신의 청와대 첩보 제공 논란과 관련한 입장을 표명한 후 취재진을 피해 프레스센터를 빠져나가고 있다. /뉴시스(경산일보 제공)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5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자신의 청와대 첩보 제공 논란과 관련한 입장을 표명한 후 취재진을 피해 프레스센터를 빠져나가고 있다. /뉴시스(경산일보 제공)

법조계 "불법 예단 이르지만 수사 필요성 충분"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김기현(60) 전 울산시장 비위 첩보를 전한 제보자가 송철호(70) 현 울산시장의 측근 송병기(57) 울산 경제부시장으로 드러나 논란이다. 청와대와 송 부시장이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당 인사인 김 전 시장에게 불이익을 줄 목적으로 첩보를 주고받으며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제보받은 내용 그대로 관할 수사기관에 넘겼다는 기존 해명과 달리 일부 편집된 첩보를 이첩했다는 사실도 의혹을 재점화했다.

◆"요즘 울산시장 뉴스 나오던데"는 직권남용?

논란의 중심에 선 송 부시장이 5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밝힌 내용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송 부시장은 2017년 하반기 알고 지내던 청와대 행정관 A씨와 통화하던 중 "김기현 시장 고발건이 언론에 계속 나오더라"는 질문을 받고 정보를 전달했다. A씨는 이를 보고해 경찰청으로 이첩했다. 김 전 시장은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낙선했고 당선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송 시장이었다. 이에 따라 청와대가 직권을 남용해 야당 인사에 대한 악의적 비위 수사를 종용했다는 추론이 나온다.

제보자가 송철호 시장의 측근 송병기 부시장인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에 불을 지피는 모양새다. 지역 여당 인사와 첩보를 주고받으며 야당을 탄압했다는 구체적 정황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률 전문가들에 따르면 송 부시장에게 김 시장의 고발 사건 정보를 구한 A 씨의 행위를 '청와대의 직권남용'으로 규정하기는 쉽지않다. 지역사회 비위 내용을 질문하고 정보를 확보한 A씨의 행위가 행정관으로서 직권에 벗어난다고 보기 어려워서다. 남승한 법률사무소 바로 변호사는 "우선 첩보를 지시했다는 행정관의 담당 업무를 자세히 따져봐야 한다. 만약 첩보를 전달받고 이첩하는 업무를 담당했다면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로 A씨가 법을 어겼다고 볼 부분은 없다"며 "제보자가 하필 여당 인사였다는 점에서 정치적 논쟁거리는 되지만 A씨와 송 부시장 모두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선출직 공무원은 청와대 감찰 대상이 아니라서 직권남용죄가 적용된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언론에 공개된 지자체장의 비위 내용을 묻고 전달받은 행위 만으로 형사처벌은 어렵다. 남 변호사는 "직접 감찰한 행위가 입증돼야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며 "의도가 있었더라도 실제 행위로 드러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가운데)이 지난 3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지난해 6·13 지방선거 당시 이뤄진 측근비리 수사 무혐의 처분에 대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남윤호 기자
김기현 전 울산시장(가운데)이 지난 3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지난해 6·13 지방선거 당시 이뤄진 측근비리 수사 무혐의 처분에 대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남윤호 기자

◆'단순이첩' 입장 번복한 청와대…"이첩 과정 면밀히 봐야"

송 부시장에게 정보를 건네받은 A씨는 경찰청에 첩보를 이첩한 인물이기도 하다. 청와대는 애초 하명수사 논란이 불거진 후 단순한 이첩행위라는 입장이었다. 첩보의 출처와 함께 이첩 과정이 의혹의 핵심으로 떠오른 이유다. 앞서 청와대는 민정수석실에 쏟아진 첩보를 관할 수사기관에 그대로 넘긴 정상적 행정 행위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4일 고민정(40) 청와대 대변인은 "외부 메일망의 제보 내용을 문서 파일로 옮긴 후 요약하고 일부 편집해 제보 문건을 정리했다"고 밝혔다. 애초 김 전 시장과 같이 선출직 공무원은 청와대 조사대상이 아니라 그대로 이첩했다는 기존 해명에 반하는 발표다.

고 대변인의 발표대로 내용을 요약하고 일부 편집한 것만으로 위법성을 따지기는 이르다는 것이 법조계 중론이다. 남승한 변호사는 "청와대 공식 입장과 같이 단순히 비문을 수정한 정도로는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청와대는 법률의견도 달지 않았다고 했지만 설령 달았더라도 잘못된 법리 해석을 바로잡은 수준이면 이 역시 문제 소지는 없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법조인 역시 "단순 편집을 불법 행위로 보기는 어렵다. 추후 수사과정에서 첩보내용을 고의적으로 왜곡해 속이려던 목적과 정황이 밝혀진 다음에야 허위 정보로 경찰의 수사업무를 방해했다고 보고 위계에의한공무집행방해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청와대가 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이 불거진 후 입장을 번복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청와대. /더팩트DB
청와대가 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이 불거진 후 입장을 번복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청와대. /더팩트DB

각 행위를 불법으로 예단할 수 없지만 의혹의 중심인 청와대가 입장을 번복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여권 인사가 제보자인데다 편집된 첩보를 전달했다는 점에서 심증을 더해 면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신업 법무법인 하나 변호사는 "여당 인사와 청와대 행정관이 꾸준히 교류하던 중 (청와대) 조사대상도 아닌 선출직 공무원 첩보를 편집해 이첩했다는 점에서 고의성이 있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직권남용은 물론 공소시효는 완성됐지만 공직선거법 위반까지 바라볼 수 있는 문제"라며 "청와대라는 기관 특성상 단순 이첩만으로도 일선 수사기관으로서는 수사 압박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수사해서 진실을 밝혀야할 단계"라고 강조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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