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47회 공판…법원행정처 작성 문건에 포함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아동학대를 예방하는 법안의 국회 발의 과정에 참여했던 판사가 양승태 대법원장 당시 '물의 야기 법관'으로 분류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 고영한 전 대법관(전 법원행정처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 제47회 공판에서 소개된 '2017 각급 법원 법관 참고사항'이라는 문건에 포함된 내용이다.
고영한 전 대법관의 변호인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노모 서울남부지법 판사에게 반대신문을 하면서 이 문건 일부 내용을 거론했다. 고 전 대법관이 법원행정저장 당시 '물의 야기 법관' 지정이나 불이익 조치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증명하려는 취지로 신문하는 과정에 나왔다. 노 판사는 2015~2017년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으로 근무했다.
이날 신문 과정을 종합하면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실에서 작성한 이 문건에는 주로 물의를 야기했거나 평정이 불량한 법관이 기재됐다. 법원 정기인사에 맞춰 법원행정처장과 차장이 각급 법원장의 의문 사항에 답변하기 위한 참고자료로 작성됐다.
A 판사는 당시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법안 국회 발의 과정에 참여했다는 이유 등으로 '물의 야기 법관'으로 분류됐다.
노 판사는 고 전 대법관 변호인이 "법원행정처를 통해 통일된 의견에 따르지 않고 독자적으로 국회를 접촉해 법관의 직분에 벗어났다고 봤기 때문인가"라고 신문하자 "제가 작성한 문건이 아니라 답하기 힘들지만 문제제기가 있어서 참고사항으로 기재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검찰 측은 "A 판사의 진술과 배치된다. 독자적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면서 (신문하는 것은 부당하다)"라며 변호인에게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아동학대 사건을 전문적으로 담당했던 A 판사는 2016년 혼인신고 때 아동학대 방지교육을 의무로 하는 내용의 가족관계등록법·건강가족기본법 개정안 국회 입법 과정에 참여했다. 법안을 대표발의한 의원은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소속이었다.
이 문건에는 A 판사 외에도 2015년 박상옥 대법관 제청 때 법원 내부 게시판인 '코트넷'에 비판 글을 올린 B 판사 등도 이름을 올렸다. 당시 박 대법관은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은폐 시도 과정에서 담당 검사로서 이를 방조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고 전 대법관 쪽은 이날 공판에서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 등 당시 '양승태 코트' 사법행정에 비판적이었던 판사들이 불이익을 받는데 간여한 바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고 전 대법관 변호인은 "이탄희 전 판사나 김형연 법제처장 등 국제인권법연구회에서 활동했거나 부담됐던 분들을 물의 야기 법관으로 검토하라고 지시받은 적이 있느냐"고 증인에게 묻기도 했다. 노 판사는 "대법원 행정과 다른 시각을 알지만 물의를 일으킨 적이 없다면 당연히 검토 대상이 아니었다"고 했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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