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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초점] 윤중천 성범죄 무죄…​​​​​​​김학의도 혐의 벗나

  • 사회 | 2019-11-19 05:00
뇌물수수·성범죄 의혹을 받는 김학의 전 차관이 지난 5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뇌물수수·성범죄 의혹을 받는 김학의 전 차관이 지난 5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특가법 적용' 공소시효 공방 불가피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별장 성 접대' 의혹이 불거진 지 6년 만에 사법부가 첫 판단을 내렸다.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손동환 부장판사)는 김학의(63) 전 법무부 차관에게 성 접대와 금전 형식으로 향응을 제공한 건설업자 윤중천(58) 씨에게 징역 5년6개월을 선고했다. 중형이 내려졌지만 윤 씨의 핵심 혐의였던 성범죄 공소사실은 모두 기각돼 논란이 일고 있다. 윤 씨에게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여성에게 성 접대를 받은 김 전 차관에 대한 선고도 22일로 예정돼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인다.

◆윤중천 무죄에도 '성 접대' 판단은 남아

윤 씨와 김 전 차관이 공유하는 사건내용은 2006~2007년 강원도 원주 별장과 서울 역삼동 오피스텔에서 이뤄진 성 접대다. 윤 씨는 이 기간 동안 피해여성 A씨를 성폭행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입힌 혐의(강간등치상)로 기소됐다. 해당 혐의의 공소시효는 애초 10년이었지만 2007년 12월 21일을 기점으로 15년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윤 씨의 성범죄 혐의에서 주요한 쟁점은 A씨가 2013년 진단받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윤 씨 범행의 연관성이었다. 연관성이 인정되면 공소시효 15년을 적용해 처벌 가능하다.

윤 씨 사건을 맡은 형사합의33부는 2006~2007년 범행으로 A씨가 장애를 앓았다고 보기 힘들다고 판단, 개정 전 공소시효를 적용해 면소 판결을 내렸다. 성폭행 사실 자체도 A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윤 씨가 김 전 차관에게 성 접대를 제공한 사실은 인정했다. 손동환 부장판사는 윤 씨 양형 사유로 "피고인은 건설업으로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다고 보고, 사회 유력 인사와의 친분으로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믿었다"며 "그들에 대한 접대에 골몰해 은밀한 친밀함을 얻고자 여성들의 성을 접대 수단으로 봤다"고 판시했다.

김 전 차관에게 성 접대를 제공한 시기에 있었던 성범죄 혐의는 적용할 수 없지만, 성 접대를 제공한 사실 자체는 인정한 셈이다. 김 전 차관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 역시 뇌물공여 및 뇌물수수죄에 적용되는 공소시효 7년이 지나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익명을 요청한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윤 씨 재판부는 강간치상 범죄에 대한 사실관계를 주로 판단했다. 성 접대 진위 여부는 김 전 차관 재판부에 공을 넘긴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윤중천 씨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포함한 사회 유력인사에게 향응을 제공한 강원도 원주 별장의 모습. /뉴시스
윤중천 씨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포함한 사회 유력인사에게 향응을 제공한 강원도 원주 별장의 모습. /뉴시스

'실체적 경합'이면 성 접대는 공소시효 완성

검찰은 김 전 차관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이하 '특가법')로 기소했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이 윤 씨에게 성 접대와 현금 1900만원, 1000만원 상당 그림, 200만원 상당의 양복을 뇌물 형태로 받았다고 본다. 이외에도 김 전 차관이 받는 혐의는 △2000~2009년 전 저축은행 회장 김 모 씨에게 1억 5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차명 계좌로 받은 점 △2008년 김 전 차관 본인의 성 접대 의혹 무마를 위해 윤 씨를 시켜 1억 원 상당의 채무 분쟁을 끝내도록 시킨 점 △2008∼2011년 사업가 최 모 씨에게 5160만원 가량의 금품을 받은 점 등이 있다. 검찰 측 공소사실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이 마지막으로 뇌물을 받은 시점은 2011년이라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

김 전 차관을 실체적 경합범으로 볼 경우 변수가 생긴다. 실체적 경합이란 동일인이 2개 이상의 범죄를 저질렀을 때 각 범죄에 상응하는 혐의를 적용해 형량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여러 개의 혐의사실을 하나의 죄로 보고 마지막 사건 발생 연도를 기준으로 공소시효를 계산하는 포괄일죄와 달리 각 범죄사건의 공소시효를 면밀히 판단한다. 이에 따라 별장 향응은 뇌물수수에 적용되는 최장 공소시효 10년을 적용하더라도 이미 완성된 것으로 판단할 여지도 있다.

검찰 출신 이승혜 변호사(변호사 이승혜 법률사무소)는 "김 전 차관의 여러 혐의사실을 하나의 죄로 간주하는 '포괄일죄'로 본다면 2011년부터 공소시효가 진행된다. 그러나 실체적 경합으로 보고 특가법을 적용한다면 개별 사건의 공소시효로 판단할 수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청한 특가법 전문 변호사 역시 "특가법에서 혐의사실을 실체적 경합으로 봤는지는 선고가 내려진 후 판결문을 받아봐야 알 수 있다"며 "같은 사건에 대해 공소시효 완성 판단이 내려진 걸 감안하면, 이에 영향을 받아 실체적 경합을 적용해 성 접대 공소사실을 기각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뇌물)로 기소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서 대한 선고를 22일 내린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 <사진=남용희 기자/20191104>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뇌물)로 기소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서 대한 선고를 22일 내린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 <사진=남용희 기자/20191104>

15일 윤 씨 측 변호인은 선고 직후 입장문을 내고 "재판부가 대한민국 전역에 소모적 논란을 일으킨 성 접대, 성폭행 관련 사건을 여론에 영향받지 않고 적절히 판단했다. 사법부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2013년 최초로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검찰이 성범죄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부실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사건인 만큼 각계의 비판도 만만치 않다. 일주일 간격으로 잡힌 김 전 차관의 선고 역시 '후폭풍'에 휩쓸릴 것으로 보인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사업자가 불법적으로 검사들에게 로비하기 위해 여성의 성을 이용한 것은 모든 국민이 실체적 진실로 받아들이는 사건"이라며 "여성의 성을 접대 수단으로 보고 뇌물죄로 기소했다는 점에서 최선으로 볼 수 없지만, 적어도 사실관계가 법적으로 인정되고 합당한 대가를 치뤄야 한다"고 말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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