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측 "검찰청 직원이 이유없이 기록 열람 거부"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이명박 정부 당시 정권에 비판적이었다는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올라 불이익을 당했던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첫 변론기일이 열렸다. 원고 측은 법원이 허가했음에도 검찰에 소송기록 열람등사를 제공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제18민사부(심재남 부장판사)는 12일 오전 10시 이명박 정부 시절 작성된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문화예술인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첫 변론기일이 진행됐다.
이날 재판에는 원고 측 대리인과 피고인 대한민국, 이명박(78) 전 대통령, 원세훈(68) 전 국정원장 측 대리인만 출석했다. 원고 측 김필성 변호사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원 전 원장의 소송기록 열람등사를 요청했으나 법원이 허가했음에도 '별도 소명을 해야 한다'며 등사를 거부 중"이라며 "소명을 요구하는 이유를 물어봤으나 구두로도, 공문으로도 답이 없다. 만약 끝까지 거부한다면 행정절차에 따라 공문으로 거부 취지를 통보해달라고 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대법원에 사실조회를 신청한 부분은 이미 기록 열람을 마쳤고, 등사도 문제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원고 대한민국 측에 "국정원에서 작성한 블랙리스트로 문화예술인이 피해를 입은 사건인데, 국정원에서 후속조치된 바 있냐"고 질문했다. 법무부에서 선임한 원고 측 변호인은 "국정원 내에서 따로 조치된 건 없다. 이 사안으로 수사를 개시해 진행 중이지만 정확한 내용은 모른다"고 답했다. 이 전 대통령과 원 전 원장 측은 이날 재판에서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재판부에 따르면 본건 소송은 2017년 1월 제기됐지만 2년이 넘은 이날에서야 첫 변론기일이 잡혔다. 재판이 끝난 후 취재진과 만난 김 변호사는 검찰을 비롯한 국가기관의 소극적 태도로 재판이 지연됐냐는 질문에 "이런 사건은 원래 오래 걸린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국정원 간부에 소를 제기한 일도 있었는데 국정원에서 협조하지 않아 결국 취하했다. 재판에서 보셨듯 원고 대한민국 측 태도도 별반 다르지 않다"며 "검찰에 요청한 열람등사도 법원이 허가했음에도 검찰청 직원에게 계속 거부당하고 있다. 법원이 사실상 검찰보다 무력하다"고 비판했다.
2017년 9월 국정원 개혁위원회는 대통령에 비판적이거나 좌파 성향의 문화계 인사들이 국가정보원 주도로 조직적으로 퇴출됐다고 밝혔다. 당시 국정원이 만든 블랙리스트는 문화계와 영화계, 방송인과 가수 등 3개 분야 82명에 달한다. △문화계 이외수 조정래 진중권 △영화계 문성근 명계남 이창동 박찬욱 봉준호 △윤도현 김미화 등이 포함됐다. 국정원은 이들을 퇴출시키기 위해 소속사 세무조사, 방송사 관계자 인사 조치 유도 등의 방법을 동원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청와대는 2009~2011년 사이 6차례에 걸쳐 블랙리스트 인사들을 퇴출하라고 국정원에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청와대는 진행 상황을 VIP 일일보고, BH 요청자료 형태로 보고받았다.
앞서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징역2년을 선고받고 대법원에 상고해 불구속 상태에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당시 피해자들 역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 내년 1월 14일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이명박 정부 당시 피해자들의 2차 변론기일 역시 같은 날 오전 11시10분에 속행될 예정이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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