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관계자 A, B, C 무슨 뜻인가"…검찰 "보완하겠다"
[더팩트ㅣ서울중앙지법=송주원 기자] 동양대학교 표창장을 위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첫 재판에서 변호인단이 사건기록을 열람·등사하지 못했다며 피고인 방어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검찰이 재판부와 피고인 측에 제공한 사건 목록에는 사건 관련자 이름이 A씨와 B씨 등으로 '비실명화' 처리됐다. 공소제기 당시 수사기록과 사건 관계자의 실명을 모르는 변호인으로서는 재판 진행이 무리라는 설명이다.
서울중앙지법 제29형사부(강성수 부장판사)는 18일 오전 11시 사문서위조 혐의로 기소된 정 교수에 대한 1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인 만큼 정 교수의 재판이 열리는 법정 앞은 인산인해였다. 재판 1시간 전부터 70여명의 취재진과 방청객이 몰렸으나 54명만 법정에 들어갈 수 있었다. 20여명은 입석으로 법정 바닥에 앉아야 했다. 방호원조차 "차라리 방청권을 배부하지"라고 토로할 정도의 인파였다. 취재진의 타자 소리와 마이크 성능 문제로 재판부 목소리가 들리지 앉자 방청객이 "잘 안 들립니다"라고 고함을 치는 등 삼엄한 분위기였다.
앞으로의 재판 절차를 논의하는 공판준비기일은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어 정 교수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칠준 법무법인 다산 변호사 등 변호인단만 출석해 사건기록 열람․등사를 두고 검찰과 공방을 벌였다. 앞서 변호인단은 재판 준비를 위한 사건기록을 검찰로부터 제공받지 못해 기일변경을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변호인은 "익히 아시다시피 공판 준비와 증거 인부를 위해 사건기록 내용을 검토해야 한다. 그런데 저희로서는 확인할 수 없었다"며 "검찰 측은 수사 중이라 제공할 수 없다는데 공소제기가 40여일이 지난 상태다. 애초 저희가 원하는 부분은 공소제기 당시 내용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소제기 때 조사된 부분이라도 알아야 저희도 재판 진행을 할 수 있고 뭐라고 의견이라도 낼 것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검찰 측은 "사문서위조죄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라 서류열람을 (피고인 측에) 허가할 경우 수사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할 상황이었다"면서도 "이 사건 재판이 신속히 진행돼 피고인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없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재판부 역시 재판 진행을 위해 피고인 측의 사건기록 열람을 허용해야 한다고 봤다. 강성수 부장판사는 난감하다는 듯 "변호인이 받은 자료를 보면 사건 관계자가 'A, B, C'로만 돼 있다. 이건 무슨 의미인가"라고 묻자 검찰은 사건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차일 기일까지 보완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강 부장판사는 "그걸 알아야 재판부도 재판일정을 대략적으로 정할 수 있다. 사건목록 제공은 피고인이 재판에 필요한 부분을 열람하는데 의의가 있다"며 "언제 수사가 마무리될 것 같은가. 재판부 입장에서는 새로운 사유가 있지 않는 한 변호인단의 열람 신청을 허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추후 기일을 3주 후인 11월 15일 오전 11시로 잡았다. 그러면서 "검찰은 2주 내 피고인 측에서 사건기록을 실질적으로 열람할 수 있을지 결정해 재판부에 알려 달라. 다음 기일에는 내용을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검찰과 변호인단 모두 협조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검찰과 변호인단 양측은 고개를 끄덕였다.
재판이 끝난 후 취재진과 만난 김칠준 변호사는 "정 교수는 전 장관의 배우자이기 전에 한 시민"이라며 "한 시민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인권친화적이었는지 꼼꼼히 검토하겠다는 마음으로 재판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 교수의 건강 상태에 대해서는 "지금 말씀드릴 사안은 아닌 것 같다. 이해 부탁드린다"고 말을 아꼈다.
ilraoh_@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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